'호주 속 중국' 버우드에 얻은 두 번째 집

[호주 워홀러기 18] 버우드로 이사갔다

등록 2016.07.04 15:02수정 2016.07.0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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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간다. 일을 끝내고 돌아온 아침. 짐을 싼다. 두어달 호주에 있었지만 짐은 늘었다. 짐이 는 만큼 정이 늘었다. 셰어마스터와 헤어질 시간. 
"언제든지 돌아와요. 반겨줄 테니."


셰어마스터는 못내 아쉬운 눈치다. 호주에서 워홀러는 떠날 사람이란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주권을 가진 사람들은 워홀러에게 일정 부분 거리를 둔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 의미를 잘 몰랐는데 지금은 알 것 같다. 정이 들기 때문이다. 정이 들면 헤어지기 힘들다. 이런 이별이 자주 반복되면 힘든 건 남는 사람이다. 셰어마스터도 못내 아쉬운 빛을 감추지 못한다.

청소와 빨래는 필수

셰어하던 집을 나온다. 나가기 전 인스펙션(inspection, 검사)은 필수. 쓰던 이불과 베개를 세탁한다. 주위를 청소하고 짐을 싼다. 들어오기 전 상태로 방을 돌려놔야 한다. 여기저기 먼지가 내려앉아 있다. 닦고 쓸고. 하얀 벽에 하얀 침대. 하얀 가구. 원상태로 돌아온다. 짐을 차에 싣는다. 이제 갈 시간이다. 방을 둘러본다. 친구가 살고 있었고 내가 살았던 곳. 곳곳에 묻어있는 추억. 호주에서 살았던 첫 집. 이젠 뒤로 한다.

"갈게요."

인사를 하고 나서는 집. 도로를 탄다. 호주 북쪽은 부촌이 많다. 대부분 오지인들이 거주한다. 동양인을 보기 어려운 곳. 버우드(Burwood)와 같은 남쪽은 동양인이 많이 거주한다. 특히 버우드엔 중국인과 중동인이 집단으로 거주하고 있다. 버우드로 향하는 길은 인종이 달라지는 길이다. 드문드문 보이던 동양인들이 자주 목격된다. 구글맵을 따라 도착한 곳. 버우드 새 셰어홈이다.


최적의 입지조건, 버우드

새로운 집은 따로 마스터가 거주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셰어를 위한 집. 마스터는 다른 곳에 거주한다. 이곳 외에도 여러 집을 가지고 있는 모양. 짐을 정리하니 마스터가 온다. 옆에는 총괄매니저란다.


"인사해요. 총괄매니저인데 앞으로 문의할 게 있으면 연락해요."

이전 집과는 확연히 다르다. 좀 더 자유롭다. 지켜야 할 규칙이 딱히 없다. 그러다보니 집 컨디션은 별로 좋지는 않다. 정말 '싼 맛'에 사는 거다. 그나마 주차장이 있는 게 다행일 정도? 8명이 거주하는 집이다. 최소한의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크게 터치하지 않는다. 매니저가 된 이후에도 그 점을 조심해달라고 마스터에게 들었다.

"담배만 못 피우게 해줘요."

짐을 정리하고 버우드 탐험을 나선다. 버우드는 서비스 NSW(우리나라의 동사무소)를 비롯해 웨스트필드 백화점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밀집해 있다. 트레인을 타면 한인촌인 스트라스필드나 시티로 20분 내로 갈 수 있다. 가까이에는 파라마타 로드가 있어 이동하기도 편하다. 교통의 요지다. 차를 가지고 있는 기자로서는 최적의 입지조건.

버우드에서 동양인은 중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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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우드 거리 한자로 된 간판이 즐비하다 ⓒ 백윤호


끼니를 때우기 위해 음식점을 찾는다. 거리마다 중국음식점이 즐비하다. 한자로 된 간판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여기 음식점이 괜찮아."

버우드에서 1년간 살았다는 친구가 말했다. 그는 이곳을 '다시 살고 싶은 곳'으로 꼽는다.

"음식점도 많아서 골라먹는 재미가 있지. 입맛에도 맞고. 찾아다니면서 먹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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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타면 요리 지금도 즐겨 먹고 있다. 보양식 같은 음식이다. ⓒ 백윤호


친구가 추천해준 음식점. 쇠고기와 고수가 들어간 수타면 요리가 유명하다. 양꼬치와 더불어 시킨다. 이곳 양꼬치는 중국 본토 맛 그대로라고. 한 입 가득 물고 먹으니 맛이 좋다. 과하게 자극적이지도 않는 맛. 자주 올 것 같다.

이곳에서 특이한 것은 거리가 중국어로 가득하다는 것. 지나가다가 말을 거는 사람들도 일단 '중국어'로 시작한다. 음식점에 들어가도 마찬가지. 중국어로 말을 건다. 중국사람이 많다더니 이곳에서 동양인은 곧 중국인으로 인식되는 모양.

밥을 먹고 집으로 온다. 차를 구매하면 14일 이내로 레지(REGISTRATION, 차량등록)를 이전시켜야 한다. 그동안은 공공기관이 멀어 못하고 있던 일이다. 시티에서 주차를 한다는 건 하늘의 별따기. 미뤄뒀던 일을 해야겠다. 버우드에서의 첫 날이 지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스물일곱.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왔습니다. 앞으로 호주에서 지내며 겪는 일들을 연재식으로 풀어내려 합니다. 좀 더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풀어내고 싶습니다.
#호주 #시드니 #버우드 #레지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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