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까지 한 성주 주민들 "박근혜 물러가라"

[현장] 사드 배치 반대 성주 군민들, 1인 시위... 등교 거부 논의

등록 2016.07.14 19:25수정 2016.07.1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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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군민들이 14일 오후 성주군청 앞에서 사드 배치 반대를 외치며 삭발식을 갖고 있다. ⓒ 조정훈


"지역 주민의 안전을 고려했다고 하는데 지역 주민이 아니라 주한미군의 안전을 고려한 것입니다. 사드가 배치되면 우리 성주 군민들은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사드 배치 절대 반대합니다."

정부가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지역을 공식 발표한 가운데, 14일 오전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우려할 필요가 없는 안전한 지역"이라고 발언하자, 성주 군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지금은 사드 배치와 관련된 불필요한 논쟁을 멈출 때"라며 "사드 레이더는 마을보다 한 400m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고, 더군다나 그곳에서도 5도 각도 위로 발사가 되기 때문에 지상 약 700m 위로 전자파가 지나가게 된다"고 안전을 강조했다.

성주 군민들은 이날 오전부터 성주군청 앞에서 1인 시위에 돌입한 것을 시작으로 오후 5시에는 삭발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박근혜는 물러나라", "성주군수와 성주군의원들은 새누리당을 탈당하라"며 사드 배치 결정에 불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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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성주군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하자 성주 군민들이 14일 오전부터 사드 배치 반대를 요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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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치에 화난 성주 군민들이 14일 오후 성주군청 앞에서 사드 배치 반대를 외치고 있다. ⓒ 조정훈


오전 9시 30분부터 성주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는 배정하(40)씨는 "먼저 나서지 않으면 누구도 나서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며 "오늘 아침에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함께 피켓을 만들어 들고 나왔다"고 말했다.

배씨의 언니인 배정하(42)씨는 "딸 3명의 엄마로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나왔다"며 "동생이랑 어제 사드 관련 이야기를 하다가 엄마가 막아내지 못하면 그 누구도 막아내지 못할 것이라며 1인 시위를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배씨 남매가 1인 시위를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SNS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던 주민들도 나섰다. 오후 3시부터는 1인 시위를 하는 주민들이 15명으로 늘었고 이들은 저녁에 촛불집회를 이어가기로 했다.


SNS를 통한 주민들의 결집도 대단히 강했다. 카카오톡 채팅방에는 하루만에 1300여 주민들이 모여 실시간으로 의사를 주고받으며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이들은 15일부터 학생들의 등교거부까지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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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군 주민들이 14일 오후 성주군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사드 배치 반대를 외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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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에 화난 성주 군민들이 14일 오후 성주군청 앞에서 삭발식을 가지자 이를 지켜보던 일부 주민들이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 조정훈


오후 5시, 성주군청 앞에서 삭발식이 진행되자 이를 지켜보던 주민들은 눈물을 흘렸다. 한 주민은 큰소리로 울음을 터뜨리며 "사드 배치 절대 안 된다"고 호소했다. 삭발에 참여한 주민들도 정부와 새누리당을 비판하며 사드 배치를 막아내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허승락 양돈협회 성주군지부장을 비롯해 손호택 선남면 성원2리 이장 등 5명은 삭발을 하기 전 발언을 통해 사드 배치가 될 경우 주민의 안전은 물론 농사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사드가 목을 따고 들어오더라도 절대로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지훈 양봉협의회 성주지회장은 "전자파는 꿀벌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우리더러 농사를 포기하라는 것이냐"라고 비판했고 지역 주민인 이기영씨는 "박근혜는 물러가라"고 주장했다.

일부 주민은 "군수님, 우리는 군수님을 믿습니다, 사드 배치 끝까지 막아주세요"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다른 주민은 "군수와 이 지역 정치인도 모두 삭발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따지기도 했다.

주민들은 새누리당 소속 정치인들에게 새누리당을 탈당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김항곤 군수를 향해 "거짓 쇼를 하지 마라, 진정성이 있다면 삭발을 하고 주민들과 함께 싸워야 한다"고 말하는 주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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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성주군청에서 150여 명의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삭발식을 가진 가운데 한 주민이 '사드 배치 한반도 절대 반대'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 조정훈


삭발식을 마친 주민들은 오후 7시부터 촛불집회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들은 성주군청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학생들의 등교거부와 서명운동, 매일 촛불집회 개최 등 향후 대응책도 논의하기로 했다.

한편 대구경북 시민단체로 구성된 '사드배치반대대구경북대책위'는 이날 오전 새누리당 경북도당 앞에서 사드배치 결정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 생존권과 안전을 외면하는 사드 성주 배치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대구경북대책위는 "남한 방어에는 별 쓸모가 없고 안보 위협만 자초하는 사드 한국 배치 결정을 무효화할 것을 요구한다"며 "성주를 비롯한 한국 어디에도 사드 배치를 위한 최적의 부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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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배치반대대구경북대책위는 14일 오전 새누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드 성주 배치를 반대했다. ⓒ 조정훈


이재동 성주군농민회 회장은 "사드가 배치되면 성주읍 주민들은 살 수 없다"며 "우리는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 생명의 문제로 생각하고 이 땅 어디에도 사드가 배치되면 안 된다는 것이 우리 주민들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찬수 대책위 상임대표는 "정부는 군사작전 하듯이 발표하고 국방장관은 환경영향평가를 하겠다느니 오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진실은 손바닥으로 가릴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주민들의 뜻과 상관없이 정부의 입장을 옹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김 지사는 "사드 배치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이해되나 그 결정 과정과 절차 면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후  "성주군민들의 희생과 불편, 지역경제의 어려움을 충분히 헤아려 군민들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한 납득할 만한 수준의 안전, 환경, 지역발전 등의 대책들을 마련하고 이를 신속히 실행해 나가야 한다"고 말해 사드 배치 결정을 수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사드 배치 #성주군 #주민 반발 #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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