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향리 포탄, '평화의 나무'로 다시 태어나다

서울 시청광장, '평화의 소녀상' 작가의 '전쟁없는 세상을 위한 프로젝트' 전

등록 2016.07.23 13:57수정 2016.07.23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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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부부조각가 김서경, 김운성 작가가 정전협정 63주년을 맞이해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한 AEV(Art's Eye View)프로젝트 전을 열었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7월 22일부터 3일간 진행되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경기도 화성시 매향리에서 제공한 연습용 포탄과 탄피로 만든 천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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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게 진짜 폭탄이에요? 김운성 작가가 매향리 미공군 폭격연습장에서 수거한 폭탄으로 만든 작품에 관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설명하고 있다. ⓒ 최진섭


매향리에는 수십 년간 주한미군의 공군폭격훈련장이 있었고, 이곳에는 주민들이 수거한 연습용 폭탄과 탄피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고 한다. 김운성 작가는 작년에 매향리를 방문해 전만규 이장 등의 마을 주민에게 포탄을 작품화하는 계획을 설명하고, 샘플 작품을 몇 점 만들기 시작했다. 김운성 작가가 포탄 작품을 구상하게 된 것은 전쟁의 도구인 포탄을 통해 역설적으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매향리에 쌓여있는 포탄을 보고, 주민들이 당한 고통에 관한 얘기를 들으며, 전쟁연습을 하는 과정에서도 엄청난 아픔이 있음을 느꼈습니다. 실제로 벌어지는 전쟁의 아픔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 '칼을 쳐서 보습'으로 만들자, 포탄을 평화의 도구로 만들어야겠다는 구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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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탄을 이기는 새싹 전쟁없는 세상을 위한 프로젝트 전에 출품된 작품. 새싹이 포탄을 들어올린다. 평화가 전쟁을 이기는 길임을 보여주고 있다. ⓒ 김서경


포탄으로 만든 작품, '새싹이 밀어올리는 포탄'

올해 5월부터는 부부작가가 본격적으로 포탄 작업에 몰입해서 두 달 동안에 다채로운 작품을 형상화했다. 국내외에 새롭게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건립 작업도 준비하고, 평화의 소녀상 작업 과정을 담은 <빈 의자에 새긴 약속>이라는 책을 만드는 바쁜 일정 속에서, 밤낮으로 공장에서 작업했다.

포탄에서는 새싹이 피어나기도 하고, 새싹이 포탄을 밀어올리기도 한다. 어느 포탄에는 나비가 앉아 있고, 포크와 숟가락이 붙어있다. 서로 붙어있는 포탄들은 평화의 키스를 의미한다. 그리고 포탄에 농기구가 결합된 작품들은 '칼을 쳐서 보습으로'라는 전시회 슬로건을 상징한다. 포탄에는 다양한 글자가 새겨져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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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 관람객에게 작품 설명을 하고 있는 김서경, 김운성 부부 조각가. 사진 속 포탄엔 'PEACE'라는 글자가 보인다. ⓒ 최진섭


'PEACE', '和平', 'へいわ', '평화'


포탄으로 만든 작품에는 여러 나라 글자로 '평화'라 적었다. 사람 키보다 큰 거대한 포탄으로 만든 대표 작품의 이름은 '평화의 나무'이다. 일부 작품들은 전쟁의 위험을 표현하고 있다. 작가들은 이를 전달하기 위해 공포감, 기괴함을 느끼게 만들기도 했다.

폭탄을 소재로 작품을 하면서 어려움도 많았다. 무엇보다 폭탄의 성질은 파편으로 부서지게 되어 있어서 일반적인 쇠 용접보다 어려웠다. 바다에서 건져낸 폭탄은 녹이 두껍게 슬어 있었다. 용접 작업 중에 녹이 눈에 튀어 들어가서 안과 치료 받느라 애먹었다. 그리고 수십, 수백 kg씩 나가는 포탄을 다루는데 어려움이 많았고, 천여 점의 작품을 일일이 갈아내고, 두둘기고, 붙이는 작업을 하면서 체력적으로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포탄이라는 소재의 특수성과 평화라는 주제의 보편성에 공감

매향리에는 아직도 수만, 수십만 발의 포탄이 쌓여있다. 김운성 작가는 이 포탄을 사용해서 한국의 작가뿐만이 아니라 미국과 일본의 작가들이 공동 작업을 하게 되기를 원한다.

"전쟁과 전쟁연습에 앞장서는 국가, 전쟁의 위협을 느끼는 국가의 작가들이 합심하여 전쟁의 위기를 경고하고 평화의 마음을 모으는 작업을 할 필요가 있어요. 오늘 관람 오신 분들 중에 외국인들 반응이 매우 좋고 작가의 의도를 잘 이해하는 분이 많더라고요. 전시용 작품인데 판매하라고 조르는 외국인도 있었고요. 아무나 구할 수 없는 폭탄이라는 소재의 특수성과 평화라는 주제의 보편성이 이들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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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쳐서 보습으로! 박원순 서울 시장이 7월 22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전쟁없는 세상을 위한 AEV 프로젝트 전'을 김서경,김운성 부부작가와 함께 관람하고 있다. ⓒ 최진섭


전시회 첫날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방문해서 작가를 격려하기도 했다. 매향리 포탄을 소재로 한 전시회라는 설명을 듣고는 매우 귀중한 작품이라며, 서울시에서도 포탄을 전시할 공간을 적극 알아보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전시회가 끝나면 2백여 점의 작품은 '평화가 있는 매향리 마을'에 기증하기로 했다. 매향리 폭격연습장은 주민들이 1988년부터 10년 넘게 장기 투쟁을 벌인 끝에 2005년 8월 12일 54년 만에 완전히 폐쇄되었다. 이곳 수십만 평의 사격 훈련장에는 평화공원이 들어설 계획이라 한다. 인명살상용 포탄이 평화의 나무로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마음이 편안해진다.

매향리에 기증하고 남은 8백여 점의 작품들은 '평화'에 관심이 많은 지자체와 상의해서 상설전시장을 만들 계획이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우리 모두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를 넘어 세계평화를 위한 동반자로 거듭날 수 있기를" 소망하는 작가들은 이 작품들이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전시되기를 원했다.

사드는 '死드', "평화협정은 선택 아닌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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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는 死드! 나해철의 시 <사드> 에 나오는 시구 "삼천리강산이 세계 최전선이군"을 포탄에 새겨넣고, 제목은 <死드>라고 바꿔 달았다. ⓒ 최진섭


포탄 작품 중에는 나해철의 시 <사드> 중에 "삼천리강산이 세계 최전선이군"이라는 구절을 적어 넣은 것도 있다. 제목은 '死드'라고 바꿔 달았다. 부부 작가의 눈에 사드는, 폭탄은, 전쟁은 곧 죽음(死)인 것이다.

며칠 후면 7.27 정전협정 기념 63주년이 되는 날이다. 정전, 휴전은 했으나 평화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삼천리강산에 가득한 전쟁의 기운을 평화의 기운으로 바꾸는 일이 시급하다. 그래서 포탄과 탄피를 보습과 새싹으로 바꾼 작품이 한층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평화의 소녀상, 베트남 피에타 상을 만들며 '평화'의 기운을 널리 전파하는 김서경, 김운성 작가는 평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한다.

"휴전협정이 조인되지 어언 63년이 지났지만 이 땅에 평화는 찾아오지 않았고 갈수록 전쟁 위협, 심지어는 핵전쟁의 위협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은 잊혀진 전쟁이 아니라 끝나지 않은 전쟁입니다. 한국전쟁을 끝내는 길이 세계 평화를 위한 용기 있는 한 걸음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한국전쟁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선 무엇보다 우리 안에 드리워진 전쟁의 기운을 걷어내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평화선언을 해야 합니다. 평화선언, 평화협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덧붙이는 글 *펀딩 안내 – 매향리 포탄 작품 구매 및 후원을 원하시는 개인과 단체는 포털 다음의 스토리펀딩(아트 -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한 포탄설치미술전)을 통해 하실 수 있습니다.
#매향리 #김서경 김운성 #칼을 쳐서 보습으로 #AEV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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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는 채식과 마라톤, 지금은 달마와 곤충이 핵심 단어. 2006년에 <뼈로 누운 신화>라는 시집을 자비로 펴냈는데, 10년 후에 또 한 권의 시집을 펴낼만한 꿈이 남아있기 바란다. 자비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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