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한국 와서 유럽제품 사는 중국인들, 왜?

[중국 사람 이야기④] 내가 속이다

등록 2016.08.10 09:25수정 2016.08.3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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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회(사기당한 나를 왜 중국 친구가 혼냈을까)에서 '내가 속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이번 회에서는 '남이 나를 속이면 나도 남을 속여야 하는지' 아니면 '남이 나를 속이더라도 나는 남을 속이지 말아야 하는지'라는 부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중국 어머니가 자식을 키우면서 자주 하는 말은 "남에게 속지 마라"입니다. 그러면 중국 어머니는 자식에게 "남이 너를 속이니 절대로 속지 마라"고 말한 뒤 덧붙여 "그렇지만 너는 남을 속이지 마라"고 할까요? 아니면 "그러니까 너도 남을 속여라"고 할까요? 이건 중국 사람에게 물어봐야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민감한 문제를 스스럼 없이 물어볼 만큼 가까운 중국 사람이 제 주위에 많지도 않고, 또 대답도 두루뭉실하게 해 제가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보다는 중국 친구가 들려준 사자성어 '송양지인(宋襄之仁)' 이야기로 대신하려 합니다.

춘추전국시대 송나라 양 임금이 적군에게 기회를 주다

중국 사람이 5000년 역사에서 가장 우둔하고, 어리석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송나라 '양공'입니다. '양공(襄公)'에서 양(襄)은 성이고, 공(公)은 직위를 뜻하는데, 공(公)은 국가를 통치하는 직위로 '왕'과 같습니다. 그러니까 송양지인(宋襄之仁)은 춘추전국시대 송나라 양 임금이 인(仁)에 따라 행동한 일화를 말합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는 기원전 770년부터 기원전 221년까지 550년 동안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시기입니다. 먼저 춘추시대(기원전 770년~기원전 404년)에 200여 개 나라가 360년 동안 전쟁을 벌여 10여 개 나라가 살아남습니다. 그리고 전국시대(기원전 403년~기원전 221년)에 일곱 나라가 180년 동안 전쟁을 벌입니다. 마지막엔 진나라 진시황제가 중국을 통일하지요.


처음 200여 개 나라로 시작해 진나라가 통일하기까지 550년 동안 전쟁을 치렀으니, 당시 중국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건 죽고 사는 생존의 문제였을 겁니다. 송나라 '양공'은 이런 춘추전국시대에 송나라를 통치한 임금이었습니다.

양공은 기원전 637년까지 살았는데 공자가 기원전 551년에 태어났으니, 양공이 공자보다 대략 200년 전 사람입니다. 양공은 인(仁)과 의(義)에 따라 송나라를 운영했습니다. 그래서 송나라는 인의(仁義)가 쓰여진 군대 깃발을 사용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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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 송나라 깃발에 새긴 인의(仁義) . ⓒ 중국 바이두


사실 인(仁)과 의(義)는 공자와 맹자의 유교사상인데 그 당시엔 아직 공자·맹자가 태어나지 않았으니, 양공이 생각했던 인(仁)과 의(義)는 유교 철학 사상이 아니라 일반적인 의미를 말했을 겁니다.

인(仁)은 사람 인(人)과 둘 이(二)가 합쳐진 글자로 원래 사람이 친하게 지낸다는 의미에서, 남을 사랑하고 어질게 행동한다는 의미로 확장했습니다. 의(義)는 양(羊)과 아(我)가 합쳐진 글자로 원래 상서로운 우리들이라는 의미에서 사람으로서 지키고 행해야 할 바른 도리라는 의미로 확장했습니다.

자, 이제 양공이 인(仁)과 의(義)에 따라 어떻게 행동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기원전 638년 중국 하남성에 있는 '홍수'강에서 송나라와 초나라가 전쟁을 벌였습니다. 송나라 군대를 직접 지휘한 양공은 '홍수'강에 먼저 도착해 유리한 지형에 진을 치고 초나라 군대를 기다렸습니다.

때마침 초나라 군대도 도착했지요. 송나라 군대가 이미 유리한 지형을 차지했기 때문에, 초나라 군대는 강을 건널 수밖에 없었습니다. 초나라 군대가 강을 건너기 시작하자, 송나라 신하가 양공에게 급히 아뢰었습니다.

"초나라 군대가 강을 건너는 지금 공격하면 이길 수 있습니다. 지금 공격할까요?!"

하지만 양공은 호통을 칩니다.

"저기 우리나라 깃발을 보아라. 깃발에 인(仁)과 의(義)가 새겨져 있는데, 어떻게 위기에 빠진 상대방을 공격하겠느냐! 위기에 처한 상대방을 공격하는 건 어짊과 의로움에 맞지 않은 일이다."

결국 양공은 공격 명령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초나라 군대가 강을 건너, 진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초초해진 송나라 신하가 또 양공을 재촉했지요.

"초나라 군대가 강을 건넜지만, 아직 진을 펼치지 못했으니, 지금 공격하면 이길 수 있습니다. 지금 공격할까요?"

양공이 답했습니다.

"완전히 진을 펼치지 못한 상대방을 공격하는 일은 인(仁)과 의(義)에 맞지 않다!"

공격 명령은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초나라 군대는 진을 다 펼쳤고, 이런 상태에서 공격을 가한 송나라 군대는 처참하게 패했습니다. 양공도 부상을 입어 그 다음해 죽고 맙니다.

그 후로 중국사람은 어리석고 우둔한 사람을 비아냥거릴 때 '송양지인(宋襄之仁)'이라는 사자성어를 사용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약 200년 후에 공자가 유교사상 인(仁)을, 또 100년가량이 흐른 뒤 맹자가 유교사상 의(義)를 만들어 한창 전쟁 중인 여러 나라를 방문해 '인(仁)과 의(義)에 따라 나라를 운영하라'고 했습니다. 이미 송양지인(宋襄之仁)을 알고 있는 여러 나라 통치자에겐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였지요.

춘추전국시대 550년 전쟁을 겪으며 살아남은 사람들의 유전자를 물려 받은 지금의 중국 사람이 생존을 위해 어떻게 사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중국 여행객은 왜 한국 백화점에서 유럽브랜드 상품을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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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에서 중국 관광객 등이 다양한 종류의 면세품을 구매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중국 여행객은 한국에서 쇼핑하길 좋아합니다. 한국 백화점에 들러 한국 상품과 유럽브랜드 상품을 사지요. 사실 중국 여행객은 한국에 오지 않고, 중국에 있는 중국 백화점에서 한국 상품과 유럽브랜드 상품을 사도 됩니다. 그런데 왜 여행 경비를 써가며 한국까지 와서 쇼핑을 할까요? 한국 상품을 구입하는 건 이해됩니다. 중국에서 한국 상품을 사기보다는, 원래 생산지인 한국에서 방금 생산한 상품을 사는 게 기분 좋은 일이긴 하죠.

하지만 중국 백화점에도 있는 유럽브랜드 상품을 굳이 한국 백화점에서 사는 이유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제부터 중국 여행객이 왜 똑같은 유럽브랜드 상품을 중국에서 사지 않고 한국에서 사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한국에서 '상품'이라는 단어는 당연히 정상적으로 제조된 상품을 말합니다. 유명브랜드 상품을 모방한 이미테이션(모방) 제품이 거래되기는 하지만, 대부분 경찰에 적발됩니다.

중국에서는 상품이라는 단어는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됩니다. 첫째, 상품이 정상적으로 생산돼 정상적으로 유통되는 경우 '상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정품(正品)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둘째, 상품이 비정상적으로 생산돼 비정상적으로 유통되는 경우 가화(假货)(가짜 상품)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그러니까 '상품'이라고 하면 진짜 상품인 정품(正品)인지 가짜 상품인 가화(假货)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상품'이라는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상품이라는 단어가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는 사실에서 얼마나 많은 가짜 상품이 생산되고, 유통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중국에는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쇼핑 시스템이 발달해 있습니다. 2014년 기준 총 소비자 구매액 중 인터넷 구매 비율이 10.7%에 달했습니다. 중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인터넷쇼핑몰은 타오바오(淘宝)입니다. 그런데 2015년 중국공상총국 발표에 따르면 타오바오에서 취급하는 상품 중 정품 비율이 37.25%입니다. 그러니까 타오바오 인터넷 쇼핑몰에서 취급하는 상품 3개 중 2개는 가짜 상품이라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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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앤마오(天猫)(하늘고양이)의 브랜드로고 검은 고양이(黑猫). ⓒ 중국 티앤마오몰 누리집


그래서 타오바오는 소비자에게 상품에 대한 신뢰를 주기 위해, 입점 요건이 강화된 티앤마오(天猫)(하늘고양이)라는 별도의 인터넷쇼핑몰을 따로 운영합니다. 티앤마오 인터넷쇼핑몰은 상품을 생산하는 제조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 형태로 운영되고, 또 입점하기 위해서는 정품만을 취급하겠다는 서류를 작성해야 할 뿐만 아니라, 별도로 10만 위안(한화 1800만 원가량)에 달하는 보증금을 내야 합니다.

티앤마오(天猫)의 브랜드는 검은 고양이(黑猫)입니다. 중국 전통문화에서 검은 고양이는 사람에게 복을 주고, 요괴와 마귀를 막아주는 상서로운 동물입니다. 그래서 중국 최고액 지폐 100위안 배경그림에도 검은 고양이 모습이 있습니다. 중국 전설 속 동물인 검은 고양이가 티앤마오 인터넷쇼핑몰회사에선 요괴와 마귀를 막는 게 아니라, 가짜 상품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추측해 봅니다.

중국 가짜 상품에도 종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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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100위안 지폐에 있는 검은 고양이. ⓒ 중국 바이두


중국에는 가짜 상품 종류도 많고 질도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총칭해 가화(假货)라 하고 그 외 가짜 상품 품질에 따라 세분해 몇 가지 호칭으로 나눠 부릅니다. 정상적으로 제조돼 정품과 똑같은 품질을 가지고 있으나, 외국에서 밀수하거나 국내 제조회사에서 세금을 내지 않고 비정상적으로 유통시키는 상품을 수화(水货)라고 합니다.

다음으로 정상적으로 제조되지 않았으나 정품과 거의 같은 품질을 가진 가짜 상품을 고방품(高仿品)(높은 수준의 모방품) 또는 A화(A货)라고 합니다. 그리고 품질이 아주 떨어지는 가짜 상품은 가모위렬(假冒伪劣)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가짜 상품이 많다 보니, 중국 소비자는 비싼 물건을 살 때 꼼꼼히 정품 여부를 따집니다. 나와 형제관시(관계)가 아닌 기타사람이 운영하는 온라인쇼핑몰, 일반상점, 슈퍼, 마트, 백화점, 면세점에서 취급하는 상품을 믿지 않습니다. 그래서 중국 여행객은 한국에 와 한국 백화점과 한국 면세점에서 유럽브랜드 제품을 사는 거지요.

중국엔 '물건을 살 때는 반드시 가게 세 곳에 들러 비교해야 된다(货比三家不吃亏, 货比三家不上当)'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 속담에는 적정한 가격으로 물건을 사기 위해서는 가게 세 군데에 들러 가격 비교를 해봐야 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정품을 사기 위해서는 가게 세 곳에 들러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해봐야 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가짜 중국 제품이 한국 상품을 광고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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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라면 정품 캉스푸와 가짜 캉스보. 로고에 들어간 글자가 다르다. ⓒ 중국 바이두


어떤 한국 상품이 중국 소비자에게 인기를 얻어 잘 팔리게 되면, 한두 달 안에 중국에는 똑같이 생긴 가짜 상품이 생겨납니다. 상품 포장박스부터 용기까지 99% 똑같이 만들어, 언뜻 보면 거의 구분이 안 됩니다. 물론 상품의 내용물은 다르지요. 해당 상품을 개발하고 광고한 한국 생산회사는 가짜 상품이 생겨나 손해가 발생했다면서 여러 가지 대응책을 강구합니다.

중국에서 제일 유명하고 시장 점유율이 높은 라면회사는 캉스푸(康师傅)입니다. 시장에 갈 때마다 가짜 캉스푸(康师傅) 라면을 발견합니다. 회사명을 살짝 바꾸는 방법으로 캉스푸(康师傅)를 탕스푸(唐师傅), 캉스보(康师博)로 인쇄하지요. 과거 한국에서 '나이키' 상표를 '나이스'로  바꾸는 방법과 동일합니다. 또 중국어에는 같은 발음을 가진 글자가 많기 때문에 캉스푸(康师傅)에서 캉스푸(康师父)로 글자를 바꾸기도 합니다. 중국에서 라면 시장 점유율 1위인 캉스푸 회사도 진짜 상품과 가짜 상품 시장 관리가 쉽진 않나 봅니다.

중국 시장에 가짜 한국 상품이 유통되면, 그 상품을 생산하는 한국회사는 손해를 입지만, 되레 더 큰 이익을 보기도 합니다. 첫째, 중국 가짜 상품이 '한국 해당 상품은 정말 좋은 제품'이라는 인식을 중국 소비자에게 심어줍니다. 가짜 상품이 생겨나면, 중국 소비자는 한국 해당 상품의 품질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중국 가짜 상품이 한국 해당 상품을 광고해줍니다. 중국 언론에서 발표하는 가짜 상품 리스트에 한국 해당 상품이 포함된다면, 더 이상의 광고는 필요 없게 됩니다.

어려서부터 어머니로부터 '속지 마라'는 교육을 받은 중국 소비자는 진짜와 가짜 상품을 구별하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적정가 이하로 구입한 상품이 진짜라고 생각하는 중국 사람은 없습니다.

다음 회에는 중국 소비자가 가짜 상품을 바라보는 시각과 왜 가짜 상품이 중국 시장에서 근절되지 않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About me] 20년 동안 봉급쟁이로 일하다 회사에서 잘린 후, 집에서 1년 정도 백수로 놀았습니다. 2006년부터 중국 사람과 무역일을 시작했고, 3년 전에 돈이 될까 싶어 중국에 와 장사를 했지만 헛힘만 쓰다가, 지금은 중국 산동성에 있는 학교에서 중국학생을 가르치며 살고 있습니다. 2014년 '한겨레신문 출판사'에서 <어린이 문화교실> 책을 출판했고, 2015년 고맙게도 '한우리독서논술'에서 제가 쓴 책을 논술교재로 채택해줘 인지세를 받아 그럭저럭 생활하고 있습니다.

[Story] 한국에서 무역 일로 중국 사업가를 만나면서, 중국에서 장사 일로 중국 고객을 만나면서, 중국학교에서 가르치는 일로 중국 학생을 만나면서 알게 된 중국 사람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되도록이면 제가 직접 경험한 일들을 쓰려고 합니다. 나무만 보고 산을 못 보는 우를 범할 수도 있겠지만, 중국에 관한 개략적인 이야기는 인터넷에 넘쳐 나므로 저는 저의 주관적인 기준으로 글을 풀어가겠습니다. 이런저런 분야에서 중국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의 피드백을 부탁합니다.
#중국 #중국사람 #중국문화 #중국상품 #중국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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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사람이야기>,<중국인의 탈무드 증광현문>이 있고, 논문으로 <중국 산동성 중부 도시 한국 관광객 유치 활성화 연구>가 있다. 중국인의 사고방식과 행위방식의 근저에 있는 그들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 중국인과 대화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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