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에 기물파손까지 "철거업체 횡포 너무해"

부산 대연7구역재개발조합 철거업체 동원 주민 내쫓기 갈등

등록 2016.08.18 09:14수정 2016.08.1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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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연7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이주를 거부하고 있는 주민들을 내쫓기 위해 철거업체를 동원해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철거업체는 지난 13일부터 주민들이 사는 집에 붉은색 스프레이로 낙서를 한다거나 자물쇠 등 기물을 파손하고 있다.

대연7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이주를 거부하고 있는 주민들을 내쫓기 위해 철거업체를 동원해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철거업체는 지난 13일부터 주민들이 사는 집에 붉은색 스프레이로 낙서를 한다거나 자물쇠 등 기물을 파손하고 있다. ⓒ 주민 제공


부산 남구 대연동에 사는 A씨는 지난 13일 자신이 버젓이 사는 집 문에 붉은색 페인트 스프레이로 쓰인 '공가', '내부철거'라는 문구를 보고 소름이 끼쳤다. 현관 문고리와 자물쇠도 파손되어 있었다. 경찰에 신고한 후 시너를 사와 페인트를 직접 지우고, 자물쇠를 다시 달았지만 17일 자물쇠는 또 파손됐다.

다른 건물들의 사정도 비슷했다. 페인트로 낙서가 되어있거나 건물을 철거할 것이라는 플래카드가 붙은 곳도 있었다. 이 지역에서 진행하는 대연7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아래 조합)이 철거업체를 동원해 벌이고 있는 행동들이다. A씨는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니냐"며 울분을 터트렸다.

A씨와 주변 주민들은 이 지역에서 진행되는 대연7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싸고 6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주민들은 재개발을 한다는 명목으로 자신들의 토지가 강제로 수용된 것을 인정할 수 없다며 부산시를 상대로 토지수용 재결처분 취소 소송도 제기해 놓았다. 이달 말 1심 결과가 나올 예정이지만 조합은 주민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계속 높여나가고 있다.

재개발조합 "정상적 업무"...시민단체 '강제퇴거금지법' 마련 촉구

a  대연7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이주를 거부하고 있는 주민들을 내쫓기 위해 철거업체를 동원해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철거업체는 지난 13일부터 주민들이 사는 집에 붉은색 스프레이로 낙서를 한다거나 자물쇠 등 기물을 파손하고 있다.

대연7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이주를 거부하고 있는 주민들을 내쫓기 위해 철거업체를 동원해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철거업체는 지난 13일부터 주민들이 사는 집에 붉은색 스프레이로 낙서를 한다거나 자물쇠 등 기물을 파손하고 있다. ⓒ 주민 제공


재개발을 둘러싼 조합과 일부 주민들의 갈등이 극대화된 건 지난해 조합이 사업시행계획 취소 항소심에서 패소하면서부터다. 지난해 9월 부산고법은 이 지역 재개발 사업의 사업시행계획이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주민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조합은 상고한 상황이지만 대법원도 항소심과 같은 판결을 내린다면 재개발 사업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위기를 느낀 조합이 서둘러 재개발을 진행하려고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 측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철거업체를 동원한 낙서와 기물파손이 "정상적인 업무를 하는 것"이라는 말만 남긴 뒤 "바쁘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철거업체들의 행패는 사실 하루 이틀 된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달에도 부산에서는 입주민들이 재건축 예정 아파트에서 나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협박을 하거나 벽면에 낙서를 한 철거업체 직원 2명이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시민단체에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는 근본 원인을 되짚어 보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최고운 부산 반빈곤센터 대표는 "철거업체를 동원한 강압적 철거를 현행법으로도 처벌할 수 있지만 행정기관들은 다들 손을 놓고 있는 처지"라며 "용산 참사 이후 제정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강제퇴거 금지법 마련과 개발 이익을 원주민과 상가에 돌려주는 방향으로 도시 재정비 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재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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