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연
'갑질'이라니요? 우리는 그런 거 모르고 삽니다.
우리 회사에서는 이렇습니다. 직원들이 퇴근하면서 사무실 내의 차 테이블에 과자와 쥬스 그리고 몇 종류의 커피를 소복하게 쟁반에 담아놓습니다. 야간에 일하는 미화원들을 위한 따뜻한 정(情)입니다.
보안상(?) 어느 빌딩 몇 층 어느 부서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회사 직원들의 마음 씀씀이 대개가 이렇습니다. 또한 경비원들에 대한 호칭은 선생님이며 미화원들에 대한 호칭은 여사님입니다.
강남의 어느 기업 빌딩에서는 직원들이 경비원과 미화원들하고 어떻게 밥을 함께 먹냐며 구내식당에서 밥을 못 먹게 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말로만 들었지 제 눈으로 확인한 바는 아니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갑질 중에서도 더러운 갑질이지요.
먹는 게 공평하면 세상 모든 게 공평하다는 말도 있지만 우리 회사에서는 점심시간에 아무리 줄이 길어도 경비원들은 맨 앞으로 가서 줄을 섭니다. 밥을 먹고 교대를 해줘야 다음 사람이 밥을 먹는다는 것을 알기에 직원들이 배려하는 것이지요.
대개가 경비나 미화는 용역이지요. 회사의 창립기념일이나 근로자의 날 또는 명절 때 선물을 줘도 그만 안 줘도 그만이지요. 우리 회사는 똑같습니다. 사장님이나 갓 들어온 신입사원이나 경비원이나 똑같이 대해줍니다. 오히려 경비원이나 미화원을 더 챙겨줍니다.
여기까지는 이렇게 하는 회사가 많다고요? 좋습니다. 우리 회사에서는 마주치는 사람이 반가워서 인사를 하면 했지 까만 고급 승용차를 보고 인사하는 법이 없습니다. 경비 업무의 특성상 임원들의 차 번호를 모를 리 없습니다. 우리 경비원은 안이 들여다보이지도 않는 승용차에 대고 절을 안 합니다. "당신들이 일하러 왔지 인사하러 왔느냐?"며 윗분들의 호된 꾸지람이 있고는 인사를 안 합니다. 겸손은 하되 비굴함이 있을 수 없습니다.
정이라면 모를까 '갑질'이라니요?
우리는 그런 거 모르고 일합니다.
▶ 해당 기사는 모바일 앱 모이(moi) 에서 작성되었습니다.
▶
모이(moi)란? 일상의 이야기를 쉽게 기사화 할 수 있는 SNS 입니다.
▶
더 많은 모이 보러가기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
편안한 단어로 짧고 쉽게 사는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http://blog.ohmynews.com/hanast/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