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경
'전화가 울린다고 해서 꼭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 마스다 미리 <전진하는 날도 하지 않는 날도> 중에누군가 이렇게 말해주면 좋겠다. '사람들과 이야기 하고 싶지 않은 나도 역시 옳은 나'라고. '내 인생은 역시 내 시간'이라고.
이 글의 출처는 일본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에세이스트인 마스다 미리가 삼십대 후반부터 마흔을 맞이하는 시기에 쓴 글을 모은 에세이집 <전진하는 날도 하지 않는 날도>. 마스다 미리가 스스로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걸까' 하고 느낀 순간순간에 대한 기록이다.
건강검진은 받은 날 '건강하게 집에서 나왔는데, 돌아올 무렵에는 파김치가 되어 있었다'거나, 치통을 심하고 앓고 난 뒤 '뭔가 이상해, 그렇게 느꼈다면 나 자신이 40년 가까이 살아오며 기른 직감을 믿자, 나는 이제 내 직감을 믿어도 된다'거나, 춤추는 시간 '어른이 주인공이 되는 시간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너무 양보만 하면 어른이 된 보람이 없지 않나' 하는 문장에서는 뜻을 같이 하는 동지를 만난 것 마냥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특히 이 문장은 더 크게 공감했다.
내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을지 어떨지는 모른다. 가끔 좋은 평가를 받을 때도 있고 그러지 못할 때도 있다. 모르는 일이다. 아는 것은 작품 평가에 일희(一喜)는 해도 너무 일우(一憂)하지 않는 게 좋다는 것과 오래 그려야겠다는 것.
그래, 어쨌거나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한 거다. 작가의 말마따나 '완벽한 행복까지는 앞으로 한 걸음'이니까.
전진하는 날도 하지 않는 날도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이봄,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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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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