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 제기한 홍준표 "성완종은 반기문 마니아"

정치적 의도에 따른 판결 주장, "자기들끼리 돈 다 써놓고 엉뚱한 날 끌고 들어가"

등록 2016.09.08 20:03수정 2016.09.08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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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판결을 사법적 결정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1년 6개월 동안 내 발을 묶어놓겠다는 것이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8일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자신에게 실형을 선고한 사법부의 결정을 '정치적 음모'라고 몰아붙였다.(관련기사 : 홍준표 '성완종 1억' 불법자금 유죄, 징역 1년 6월) 무엇보다 그는 "성완종씨가 반기문 마니아·지지자였고 그래서 내가 대선 얘기를 안 했으면 성완종 리스트에 내 이름이 끼어들 이유도 없다"고도 주장했다.

즉,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신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건네지 않았으면서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자신을 음해했고 여기에 사법부도 무리한 판결을 통해 동조했다는 취지였다.

"성완종이 친박 아니고 청와대 부담 없는 날 찍어 불구속 처리 받으려 했다"

그는 8일 오후 여의도 경남도청 서울본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부분에 대해서 죄송스럽게 생각하지만 이것을 순수 사법 재판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재판부도) 납득이 되지 않는 이유를 붙여서 판결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그는 "이 사건도 대권 때문에 생긴 것 아니냐"면서 "성완종 리스트가 터질 그 무렵, 내가 대통령 경선 (참여) 얘기를 했다, 그 얘기가 없었다면 아마 성완종 리스트에 내 이름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a 기자간담회 자청한 홍준표 정차지금법 위반으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경남 서울본부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하고 있다.

기자간담회 자청한 홍준표 정차지금법 위반으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경남 서울본부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하고 있다. ⓒ 남소연


또 "성완종이 반기문 마니아·지지자였고 그래서 내가 대선 얘기를 안 했으면 내 이름이 끼어들 이유가 없었다"면서 "(리스트에 이름 오른 사람들) 한번 봐라, 전부 친박(친박근혜) 아닌가, 거기에 왜 내가 끼어드나"라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성완종씨가 2012년 대선 때 '충청포럼' 회장이었다, 돈은 자기들끼리 다 써놓고 왜 엉뚱한 나를 끌고 들어가나"라며 "그래서 내가 판결 후 '저승 가거든 성완종씨 만나면 물어봐야 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즉,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지지했던 성 전 회장이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자신을 무고하게 음해했고, 이를 여권 일각에서 활용해 자신에게 유죄까지 선고하게 만들었다는 주장이었다.

홍 지사는 이에 대해 "내가 지어낸 얘기가 아니다, 법정에 나온 경남기업 전무의 증언"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그 전무가 (성 전 회장에게) 물어보니, 성완종이 '홍준표는 친박도 아니고 청와대에도 부담이 없으니 홍준표 (검찰에) 찍어주고 (자원 비리 사건은) 불구속 처리하자'고 했단다"라며 "그렇게 협상했는데 자기 변호사가 '구속영장이 청구됐기 때문에 이것은 아무 소용 없다'고 했단다, 그 소리를 듣고 절망에 빠져서 (성 전 회장이) 자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얘기를 다 제쳐두고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한 것을 재판부에서 1년 6개월을 선고한 전례가 있는지 한 번 찾아보라"면서 "1년 6개월 동안 날 묶어둘 필요가 있는 것인지, 어떤 이유로 그런 결정을 한 것인지 항소심에 가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성 전 회장에게서 3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지난 1월 1심 재판 당시 검찰로부터 홍 지사처럼 징역 2년을 구형 받았지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그러나 홍 지사는 "1년 6개월 동안 발을 묶어두려고 하는 사람들은 반기문 지지자와 관련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할 얘기는 아니다"면서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종합하자면 반기문 총장을 대선후보로 옹립하기 위해 음해한 것이라는 얘기냐"는 질문에도 "나는 그렇게 얘기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돈을 자기들끼리 써놓고 엉뚱한 나를 끌고 들어갔다고 했는데, 그 돈을 쓴 사람들은 누구냐"는 질문에는 "이 사건 기소당하고 난 뒤에 내 나름대로 조사한 것도 있다"면서도 "그는 때가 되면 밝혀지리라 생각한다"고만 말했다.

"공직생활 중 겪은 일 비하면 사소한 사건, 정치 일정은 재조정한다"

a 1년 6개월 실형 선고, 기자간담회 연 홍준표 정차지금법 위반으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경남 서울본부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1년 6개월 실형 선고, 기자간담회 연 홍준표 정차지금법 위반으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경남 서울본부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남소연


한편, 홍 지사는 무죄 입증에 자신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오늘 재판부의 설명은 궁색했다, 변호인이 새로 (무죄) 증거로 제시한 부분에 대해서도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며 "마치 결론을 내놓고 거기에 억지로 짜맞춘 느낌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또 "성완종이 <경향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을 사랑하니까 홍준표한테 돈을 줬다'고 했는데 그건 아무 뜻도 없는 얘기"라며 "내 후원자도 아니고 얼굴도 모르고 공천 부탁도 하지 않았는데 왜 나한테 돈을 주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성완종이 부처님전에 돈을 바친 것도 아니고 하느님전에 돈을 준 것도 아니고 왜 나한테 주나"라며 "검찰이 기소할 땐 공천 때문에 돈을 줬다고 하더니 판결에서는 그런 이유조차 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홍 지사는 "사형선고를 받고도 수천 억의 비자금 의혹을 받고도 극복한 분도 있다, 하물며 나하고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에 연루됐는데 나는 이것을 사소한 사건이라고 본다"고도 말했다.

이 사건을 '사소하다'고 평가한 것에 대해서는 "공직생활 34년 동안 겪은 수많은 어려움에 비하면 사소한 사건이라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홍 지사는 "항소심 재판에 맞춰서 정치 일정은 재조정할 것"이라며 자신의 대권 행보에 대한 고민을 일부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정치일정 재조정 얘기는 대선 출마 선언 시기를 말한 건가"라는 질문을 받고서는 "대선 얘기는 안 하려 한다"고 말했다.

a 뒷짐진 홍준표 정차지금법 위반으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경남 서울본부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마친 후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뒷짐진 홍준표 정차지금법 위반으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경남 서울본부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마친 후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 남소연


#홍준표 #성완종리스트 #반기문 #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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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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