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길에 쓰러져도 모른 체하는 이유

[중국사람 이야기 ⑧] 중국 IT산업 일인자 마윈이 만든 '노인 도와주는 보험'

등록 2016.10.03 14:19수정 2016.10.0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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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기사까지는 특별한 '꽌시'가 없는 관계인 사람들 간에 이해관계가 생길 경우,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회에는 서로 간에 특별한 '꽌시'도 이해관계도 없는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우물에 빠지려는 아이를 구하려는 마음

성선설의 맹자는 사람은 원래부터 어진 마음(仁)이 있기 때문에, '우물에 빠지려는 아이'를 보면, 그냥 보아 넘기지 못하는 마음(측은지심, 惻隱之心)이 생긴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어진 마음이 생각에만 머문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에, 사람은 반드시 어진 마음을 따라 행동(義,义)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의롭게 행동하지 못하는 자기는 부끄러워하고, 의롭게 행동하지 않는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수오지심, 羞惡之心)이 필요하다고 하지요.

사람의 마음속에 원래부터 어진 마음(仁)이 있다는 성선설을 주장하는 맹자도, 사람이 이런 어진 마음을 따라 실제로 행동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맹자는 사람이 의롭게 행동할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의(義,义)를 가르쳐야 한다는 유교사상을 만듭니다.

중국 인민영웅 '레이펑' 


1840년 아편전쟁부터 1949년 중국 건국까지 100여 년 동안 중국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습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중국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전쟁 와중에서 살아남는 겁니다. 이런 시기에 어진 마음(仁)을 가지고 섣불리 행동(義,义)하다가는 죽을 가능성이 큽니다.

1949년 중국을 통일한 중화인민공화국은 팍팍해진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이 중요했습니다. 국가 책임자는 '전쟁을 겪으며 주위 사람보다는 자신부터 챙기는 데 익숙해진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서로 배려하고 도와주며 살아가게 될까' 엄청 고민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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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도와주는 레이펑 사진과 레이펑기념관 앞에서 기념 촬영하는 중국 학생들 ⓒ 바이두


1962년 인민해방군에 근무하던 '레이펑(雷锋)'이라는 군인이 22살 젊은 나이에 교통사고로 사망합니다. 그런데 장군도 아니고 사병에 불과했던 '레이펑'의 장례식에 10만 명 넘는 사람이 참석하여 그의 마지막 길을 지켜주었습니다. 어떻게 일개 사병의 장례식에 10만 명 넘는 사람이 모였을까요?

'레이펑'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장례를 치르기까지 며칠 동안 그는 평범한 군인에서 '남을 돕는 일을 가장 많이 한 좋은 사람(好人好事)'이라는 중국 인민영웅이 됩니다. 중국에서 호인호사(好人好事)는 '좋은 사람은 어떤 보답도 바라지 않고 좋은 일을 한다'는 고사성어입니다.

그런데 '레이펑'이 한 좋은 일은 대단한 게 아닙니다. 주둔하던 군부대 마을에 사는 노인 집에 가서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거나, 동료가 어려운 일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주었다거나 하는 일상생활 중에 생기는 소소한 일들입니다.

지금도 중국 인터넷에는 '레이펑'이 만들어진 영웅이라며, 그가 인민영웅 자격이 없다는 내용의 글이 많습니다. 그가 인민영웅 자격이 있다고 주장하는 인터넷 글도 그가 대단한 일을 했다는 내용은 얼마 없고, 남을 많이 도와준 착한 품성의 젊은이는 확실하다는 정도입니다. 그러면서 어느 시대나 본보기로 삼아야 할 대상이 필요한데, 그가 착한 마음을 가지고 살았기 때문에 충분히 인민영웅이 될 자격이 있다는 논지를 폅니다.

한마디로 만들어진 영웅이지요.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인위적으로 영웅을 만들어 이용한다면 문제가 있지만, 이 경우는 서로 도우며 살아가자는 국민계몽을 위해 영웅을 만들었으니 국가가 착한 거짓말을 했구나 하는 정도로 이해됩니다.

'레이펑'이야기는 1963년부터 현재까지 초등학교 국어(国学)와 도덕(思想品德)교과서에 실려 어린이가 본받아야 할 모범적인 인물 소재가 되었습니다. 당연히 영화와 드라마도 만들어지고 책도 발간되고 우표도 발행되고 동상도 세워집니다.

'레이펑'이 죽고 2년이 지난 1964년 그의 고향인 호남성 장사시와 군대 근무지였던 요녕성 무순시에  레이펑 기념관이 세워집니다. 중국 학생들이 방문하는 필수코스입니다. 1978년 요녕성 무순시에서는 '레이펑'의 이름으로 레이펑초등학교도 만듭니다. 2007년 저장성 항저우시에도 레이펑기념관이 세워집니다.

2009년 9월 중국 건국 60주년을 맞아 건국 60년 동안 각 분야에서 중국을 빛낸 100명(100位新中国成立以来感动中国人物)을 선정하여 발표했는데, 여기에도 '레이펑'의 이름이 포함됩니다.  참고로 선정된 100명 중에는 마오쩌둥의 아들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미군 폭격으로 죽은 마오안잉도 있습니다.

이제 '레이펑'을 모르는 중국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남을 도와주는 좋은 사람 '레이펑'처럼 나도 남을 도와주는 싶은데 그럴 수 없게 하는 일이 생깁니다.

노인이 길에 쓰러져도 모른 체하는 이유

'레이펑'이 중국을 빛낸 인물로 선정되고 두 달이 지난 2009년 11월 중국 중경시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중학교 2학년 학생이 길에 쓰러져 있는 노인을 발견하고, 학교에서 배운 '레이펑' 처럼 노인을 도와서 일으켜 세워 줍니다. 그런데 그 후 전혀 예기치 못한 엉뚱한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길에서 일어난 노인이 학생에게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하기는커녕, 학생이 자신을 밀어서 넘어져 다쳤다며, 학생 부모에게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합니다. 결국, 중학교 2학년 학생과 부모는 피고로 법정에 서게 됩니다.

다행히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증언을 해줘, 학생 부모가 배상하지 않는 것으로 사건은 해결됩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이 사건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사회적으로 여러 파문이 일어납니다. 이 사건을 소개한 언론의 기사 제목은  <'레이펑을 본받아 노인을 도와주었는데, 이게 잘못 된 건가요'라고 묻는 학생에게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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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쓰러진 노인을 도와 줄지 말지 망설이는 풍자 그림 ⓒ 바이두


2010년 말 중국 복건성(福建省) 복주시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80살 먹은 노인이 갑자기 길에 쓰러집니다. 주위에 사람이 많았지만 누구도 노인을 도와 주지 않습니다. 다행히 젊은 여자가 황급히 노인에게 다가가 안색을 살피며, 노인에게 가지고 다니는 구급약이 있는지 물어보며 도와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젊은 여자에게 그러지 말라고 만류해서, 젊은 여자는 노인에게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었습니다. 80세 노인은 결국 길에서 사망하고 맙니다.

중국 단어 펑츠(碰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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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를 풍자한 펑츠 그림 ⓒ 바이두


'펑츠'라는 중국 단어에 상응하는 마땅한 한국 단어를 찾지 못해 한자로 설명합니다. 펑츠(碰瓷)라는 한자어에서 펑(碰)은 '부딪혀 깨지다' 이고 츠(瓷)는 '도자기'입니다. 그러니까 '도자기가 부딪혀 깨지다' 라는 의미입니다. '펑츠'라는 단어의 유래를 소개합니다. 중국에서는 옛날부터 길가에 자리를 펴고 도자기 유물을 파는 사람이 많았답니다. 그런데 도자기 유물을 파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사람이 다니는 길 가까이에 도자기를 놓아두어, 지나가는 사람이 발로 도자기를 건드려 깨뜨리게 하고는 도자기값 보상을 요구했답니다.

한국에서 음주운전 하는 승용차를 골라서 의도적으로 접촉사고를 내게 하고 합의금을 요구하는 경우와 비슷합니다.

그러니까 위의 이야기처럼 노인이 일부러 길에 쓰러져 아픈 척하면서 누가 도와주면, 그 사람이 자신을 밀어 쓰러졌다며 병원비를 요구하는 경우 중국에서는 펑츠(碰瓷)라고 합니다.

2015년 7월 중국 쓰촨성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한 노인이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건너다 넘어졌습니다. 다행히 자전거를 타고 주위를 지나던 학생이 급히 자전거에서 내려 노인에게 다가가 다치지 않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하지만 노인은 학생 자전거에 부딪혀 넘어졌다며 학생에게 배상을 요구했습니다. 다행히 주변에서 상황을 지켜본 사람들이 노인을 나무라서 노인이 아무 말 없이 가던 길을 갔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펑츠'를 당하지 않는 방법이 인터넷에 퍼집니다. 노인이 길에 쓰러져 다쳐서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라도, 노인을 돕기 전에 먼저 자신의 선행을 증명해줄 CCTV가 주변에 있는지 그리고 주위에 자신의 선행을 진술해 줄 다른 사람이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한 후에 도와주어야 한다는 '펑츠' 예방법이 소개되기까지 합니다.

중국에서는 코미디를 소품(小品)이라고 하는데 중국 텔레비전 코미디 소품 프로그램에서 이런 노인 '펑츠'를 소재로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기도 합니다. 아마도 시청자는 '펑츠' 코미디를 보면서 서글픈 웃음을 지을 겁니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상황이지요.

중국 IT산업 기업가 마윈이 만든 노인을 도와주는 보험

2013년 중국 위생국이 발표한 '실족노인대응지침(老年人跌倒干预技术指南)'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 상해사망 통계자료에서 실족으로 사망하는 건수가 첫 번째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노인이 차 사고로 죽는 경우보다 길에 쓰러져서 죽는 경우가 더 많다는 거지요.

길에서 쓰러져 죽는 노인이 많지만, 주위 사람들은 돕고 싶어도 '펑츠'를 당할까 봐 함부로 돕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런저런 방법이 시도되었지만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중국 IT산업 기업가 '마윈'이 한국 사람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방법으로 '펑츠' 문제 해결에 나섭니다. '마윈'은 알리바바, 타오바오, 즈푸바오를 만든 중국 IT산업 사업가로 2015년 기준 세계 부자 순위 27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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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이 만든 <노인 도와주기 보험> 가입 화면과 광고 화면 ⓒ 바이두


2015년 10월부터'마윈'은 즈푸바오 프로그램에 '노인 도와주기 보험'을 만들어 팝니다. 3위안(한국 돈 5백 원)을 내고 보험에 가입한 후 노인을 도와 주다 '펑츠'를 당하면, 법률소송비용(변호사비 포함) 2만위안(한국 돈 3백4십만 원)까지 보상해 줍니다.

그러니까 이 보험에 가입하면 '펑츠' 염려 없이 안심하고 노인을 도와줄 수 있다는 거지요. 이런 문제를 보험으로 해결하겠다는 시도는 대단하게 생각되지만 보험에 가입하면서까지 남을 도와야 하는지 의문도 듭니다.

앞으로 중국 사람들이 어떻게 '펑츠'문제를 해결할지 궁금합니다.

다음 회에는 [사돈이 논을 사도 배가 아프지 않는 중국인] 이라는 주제로 찾아뵙겠습니다.

[About me] 이십 년 동안 봉급쟁이로 일하다 회사에서 '짤린' 후, 집에서 일 년 정도 백수로 놀았습니다.  2006년부터 중국사람과 무역 일을 시작했고, 삼 년 전에 돈이 될까 싶어 중국에 와서 장사를 했지만 헛심만 쓰다가, 지금은 중국 산둥성에 있는 학교에서 중국학생을 가르치며 살고 있습니다. 2014년 '한겨레신문출판사'에서 <어린이 문화교실> 책을 출판했고, 2015년 고맙게도 '한우리독서논술'에서 제가 쓴 책을 논술교재로 채택해주어 인지세를 받아 그럭저럭 생활하고 있습니다.

[story] 한국에서 무역 일로 중국 사업가를 만나면서, 중국에서 장사 일로 중국 고객을 만나면서, 중국학교에서 가르치는 일로 중국학생을 만나면서 알게 된 중국사람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되도록이면 제가 직접 경험한 일들을 쓰려고 합니다. 나무만 보고 산을 못 보는 우를 범할 수도 있겠지만, 중국에 관한 개략적인 이야기는 인터넷에 넘쳐 나므로 저는 저의 주관적인 기준으로 글을 풀어가겠습니다. 이런저런 분야에서 중국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의 피드백을 부탁합니다.
#중국 #중국사람 #중국문화 #중국생활 #펑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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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사람이야기>,<중국인의 탈무드 증광현문>이 있고, 논문으로 <중국 산동성 중부 도시 한국 관광객 유치 활성화 연구>가 있다. 중국인의 사고방식과 행위방식의 근저에 있는 그들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 중국인과 대화하고 있다.

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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