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돈이 논 사도 배 안 아파" 참 쿨한 중국인들

[중국사람 이야기 ⑨] 중국 말 '하오(好)'의 의미 '그러든지 말든지'

등록 2016.12.18 11:39수정 2016.12.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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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에는 나와 '꽌시'도 이해관계도 없는 주위 사람에게 철저히 무관심한 중국사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무관심에 익숙한 생활환경 속에서 중국사람이 사용하는 생활용어와 그 생활용어가 내포하는 실재 의미도 살펴보겠습니다.

좋은 일을 했는데, 결과가 나쁘다



지난 기사에서 '펑츠(碰瓷)'라는 단어의 의미와 유래를 알아보았습니다(관련 기사 : 노인이 길에 쓰러져도 모른 체하는 이유).

중국에서 '펑츠'는 최근 갑자기 시작된 게 아니라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사회현상입니다. 그래서 중국 어머니는 자식이 '펑츠'를 당하지 않도록 어려서부터 다른 사람 일에는 절대로 참견하지 말라고 교육합니다. 중국 어머니가 자식에게 해주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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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을 했는데 어려움에 처하다 ⓒ 바이두


자전거를 타고 학교로 가던 초등학생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걸어가는 어린 꼬마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어린 꼬마가 갑자기 넘어져 아이스크림이 땅에 떨어지자, 꼬마가 길바닥에 누워 울기 시작했습니다.

초등학생은 얼른 자전거에서 내려 꼬마를 일으켜 세워 다친 데가 없는지 살피며 달랬습니다. 마침 그때 멀리서 꼬마 어머니가 달려왔습니다. 초등학생은 꼬마 어머니에게 "다친 데가 없으니 안심하라"며, "내가 잘 보살펴 주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꼬마 어머니는 눈을 부릅뜨고 초등학생을 쏘아보며 "네가 자전거를 주의해서 타지 않아 내 아들과 부딪쳤다"며 "다치지 않아 다행이지만, 너 때문에 아들이 넘어져 아이스크림이 땅에 떨어졌으니 아이스크림값은 내놓으라"고 호통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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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을 했는데 어려움에 처하다 ⓒ 바이두


고등학생이 사는 연립주택 앞집에는 장사하는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일요일 아침 앞집 부부는 마당에 이불 빨래를 널어두고 출근했습니다.

점심에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자, 고등학생은 빨랫줄에 널어놓은 앞집 이불이 젖을까 걱정돼 이불을 걷어 자기 방에 놔 두었습니다. 오후에 친구를 만나고 밤늦게 돌아온 고등학생은 이불을 어깨에 메고 앞집에 가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이불을 돌려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앞집 부부는 빨랫줄에 널어 둔 이불을 누가 훔쳐간 줄 알고 이불을 새로 샀다며, 새로 산 이불 값을 보상해 달라고 했습니다.

사돈이 논을 사도 배가 아프지 않은 중국인

어머니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중국 사람은 주위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했는데, 나중에 예상하지 못한 난감한 상황에 부닥칠까 봐 무관심에 익숙해집니다. 그런데 이런 무관심은 나에게 직접 이해관계가 없는 세상 모든 일에 무관심해지는 단계로 발전합니다.

아래는 중국 어머니가 자식에게 인생교훈을 알려주기 위해, 어린이에게 읽히는 <중광현문>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증광현문>에 나오는 많은 글이 중국 초등학교, 중학교 교과서에도 나옵니다. 중국 책 <증광현문>은 이스라엘 <탈무드>처럼 중국에서 어린이 필독서입니다. <증광현문> 구절을 소개합니다.

"무슨 일을 생기더라도 관여하지 말고, 누가 어떤 일을 물어도 모른다고 해라. 나와 관계없는 쓸데없는 일에는 관여하지 말고 집에나 일찍 돌아가라."(见事莫说,问事不知; 閑事休管 ,无事早归).

나와 이해관계가 없는 일에는 절대로 관여하지 말고 무관심하라는 의미입니다.

이 구절에서 한사휴관(閑事休管)이라는 사자성어의 유래가 재미있습니다. 중국 고대 시기에는 고양이가 없었기 때문에 집에서 키우는 개가 쥐를 잡았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한나라(기원전 202년~기원후 220년) 시기 고양이가 인도에서 중국에 전래한 후부터, 비로소 중국에서도 고양이가 쥐를 잡기 시작했답니다.

그래서 집에서 기르던 개가 할 일이 없어졌는데, 빈둥거리던 개가 옛날 버릇대로 쥐를 잡자, 개 주인이 할 일 없는 개가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개를 잡아먹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개처럼 쓸데없이 남의 일에 참견하다 낭패당하지 말고, 할 일이 없으면 집에 돌아가 쉬는 게 낫다는 고사성어인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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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이 쥐에게 관심을 보이는 개 ⓒ 바이두


그래서 중국 사람은 자신과 이해관계가 없는 일에는 철저히 무관심합니다. 남이 잘못되어 어려움에 부닥쳐도 무관심하지만, 남이 잘되어 돈이나 명예를 얻어도 무관심합니다. 중국에는 한국 '사돈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와 같은 속담이 없습니다.

나와 이해관계만 없다면 남이 잘되든, 못되든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나와 이해관계가 없는 일에는 아주 작은 관심도 없으므로, 주위에 알고 있는 어떤 사람이 아무리 잘 되어도 내가 괜히 부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떤 때는 '이런 중국 사람의 사고방식이 중국 사람을 참 행복하게 하겠구나'하는 부러운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오(好)'의 의미, '그러든지 말든지'

중국 사람이 자주 사용하는 좋다는 표현인 '하오(好)'의 실재 의미를 알아보기 전에, 먼저 '연분(緣分)'이라는 단어를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에서 '연분'이라는 단어는 서로 관계를 맺게 되는 인연이 생긴다는 의미로 주로 남녀간의 만남에 사용됩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남녀가 정이 생기면 서로 연분이 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남녀 간의 만남 외에 동성 간의 두 사람이 우연히 다시 만나는 경우에도 '연분'이라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서로 의도하지 않았는데 다시 만나 친하게 됐을 경우 연분(중국어 발음 '위앤펀')이라고 합니다.

중국은 땅도 넓고 사람도 많기 때문에, 한 번 만난 사람을 우연히 다시 만날 확률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중국 사람은 처음 만나는 사람한테는 철저히 무관심합니다. 그리고 그 후에 그 사람을 계속 만나더라도 자신과 이해관계가 없는 한, 계속 무관심하게 됩니다.

중국 사람이 나와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하오(好)'입니다. '하오'는 한국어로 '좋다'라고 번역되지만, 중국 사람이 이때 말하는 '하오'는 '당신이 그러든지 말든지'입니다.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으니, 당신이 그런 말을 하든 말든, 그런 생각을 하든 말든, 그런 행동을 하든 말든 내 알 바 아니다'라는 의미입니다. 몇 번 만나 서로 얼굴을 익히게 되면 '하오'보다는 조금 관심을 표현하는 '씽(行)'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씽'이 '하오'보다 긍정의 의미가 강하기는 하지만 실재 의미는 역시 '그러든지 말든지'입니다.

다음으로 서로 몇 번 만난 사이이긴 하지만 아직 '꽌시'관계가 아닌 경우, 상대방이 어떤 결정을 하고 이렇게 하면 어떻겠냐고 물으면, 중국 사람은 '메이원티(没问题)'라고 답합니다. '메이원티"는 한국어로 '아무 문제 없다'라고 번역되지만, 중국 사람이 이때 말하는 '메이원티'는 '아마도 잘 될 겁니다' 입니다.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나에게는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일이니 나한테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나는 그 일이 잘될 지 안 될지 알 수 없으니, 당신이 좋은 대로 하세요'라는 의미입니다. 이때 말하는 '메이원티(아무 문제 없다)'는 질문 한 사람에게 '아무 문제가 없다'라는 의미가 아니라, 질문을 받은 사람에게 '아무 문제 없다'라는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나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말이 너무 야박하니'나한테는 아무 문제가 없다'라고 듣기 좋게 표현하는 거지요.

마음 속으로는 상대방의 생각과 행동이 틀렸다고 생각되어도, 나와 이해관계가 없는데, 내가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는 거지요. 나와 꽌시가 없는 상대방의 일이니 나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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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을 두며 이야기 나누는 중국사람 ⓒ 김기동


서로 '꽌시'관계이거나, 상대방의 질문에 성의를 가지고 긍정적으로 답변 할 때는 '메이셜(没事)'이라고 합니다. '메이셜'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나와 이해관계가 조금 있기는 하지만 내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그렇게 해도 됩니다'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당신이 그렇게 해도 된다는 의미는 당신이 당신의 생각대로 일을 진행하면서 혹시 나에게 생길 수 있는 손해 부분을 내가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이지, 당신이 생각하는 일이 잘 될 거라고 생각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한국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메이꽌시(没关系)'라는 생활용어를 소개합니다. '메이꽌시'는 한국어로 '나와는 관계가 없다'라고 번역됩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어떤 일에 내가 전혀 관련이 없으면 '그 일은 나와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다'라고 합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상대방이 어떤 실수를 하고 사과를 할 때 괜찮다는 의미로 '메이꽌시'라고 합니다.

중국사람은 자신과 꽌시가 없는 주변 사람에게는 철저하게 무관심합니다. 주변 사람이 위기 상황에 빠져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바라봐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기도 하지만, 반대로 주변 사람이 성공해 잘살게 되어도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아 개인적으로는 평안한 마음으로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사고방식이기도 합니다.

[About me] 20년 동안 봉급쟁이로 일하다 회사에서 잘린 후, 집에서 1년 정도 백수로 놀았습니다.  2006년부터 중국사람과 무역 일을 시작했고, 3년 전에 돈이 될까 싶어 중국에 와서 장사를 했지만 헛힘만 쓰다가, 지금은 중국 산동성에 있는 학교에서 중국학생을 가르치며 살고 있습니다. 2014년 '한겨레신문출판사'에서 <어린이 문화교실> 책을 출판했고, 2015년 고맙게도 '한우리독서논술'에서 제가 쓴 책을 논술교재로 채택해주어 인지세를 받아 그럭저럭 생활하고 있습니다.

[Story] 한국에서 무역 일로 중국 사업가를 만나면서, 중국에서 장사 일로 중국 고객을 만나면서, 중국학교에서 가르치는 일로 중국학생을 만나면서 알게 된 중국사람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되도록이면 제가 직접 경험한 일들을 쓰려고 합니다. 나무만 보고 산을 못 보는 우를 범할 수도 있겠지만, 중국에 관한 개략적인 이야기는 인터넷에 넘쳐 나므로 저는 저의 주관적인 기준으로 글을 풀어가겠습니다. 이런저런 분야에서 중국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의 피드백을 부탁합니다.
#중국 #꽌시 #무관심 #하오 #중국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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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사람이야기>,<중국인의 탈무드 증광현문>이 있고, 논문으로 <중국 산동성 중부 도시 한국 관광객 유치 활성화 연구>가 있다. 중국인의 사고방식과 행위방식의 근저에 있는 그들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 중국인과 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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