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매화범의귀과 물매화속의 물매화는 5개의 헛수술이 각각 12개 가량 실처럼 잘게 갈라지는데, 각 갈래의 끝에 둥글고 노란 꿀샘이 있어 햇빛을 받으면 왕관처럼 빛이 난다. 이 헛수술로 벌이나 곤충을 유혹해 수술이 단계적으로 펼쳐지며 수분을 돕는다.
정덕수
설악산과 점봉산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들꽃들의 보고다. 거기에 더해 백두대간의 마루금을 따라 한 바퀴 돌아볼 기회를 갖게 되면 철따라 다양하게 피어나는 들꽃에 꽃사진을 즐겨 촬영하는 입장에서 숨이 막힐 정도다.
해발 700미터 이상 고지에 형성된 엄청난 규모의 습지엔 산으로서는 이른 봄인 4월 하순으로 들어가며 꽃을 밟지 않고는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얼레지가 무리지어 피고, 동의나물과 처녀치마를 비롯해 나도제비난이 고운 자태를 뽑낸다. 만나기 어렵다는 한계령풀과 모데미풀도 이때라면 "이 꽃이 왜 희귀종이지"란 의문을 품게 만드는 곳도 이곳이다.
동강할미꽃이나 개버무리와 같이 이곳에서는 만날 수 없는 들꽃도 있으나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들꽃 또한 많으니 아쉬움을 느낄 틈이 없다.
요즘에야 스마트폰을 항상 휴대하니 카메라를 반드시 지니고 산행을 할 필요도 없다. 사실 작품을 하나 건지겠다는 생각으로 카메라를 메고 산에 올라보면 얼마나 대단한 결심이 필요한지 알 수 있다.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 오지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장소가 많은 지역이 강원도고보면 그만큼 인위적인 간섭을 받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꽃들을 만나는 행복함도 크다.
봄은 복수초로 시작해서 기생꽃을 볼 때면 이미 여름으로 들어선다. 이때부터 대청봉엔 하루가 다르게 많은 꽃들이 서둘러 피기 시작한다. 은방울꽃과 세잎종덩굴, 요강꽃, 털쥐손이풀이 앞서고 그 뒤를 따라 만주송이풀과 범꼬리, 등대시호, 만병초, 개회나무, 눈개승마가 피면 6월을 넘겨 7월로 이어진다.
7월은 바람꽃의 계절이다. 가장 먼저 등선대에서 바람꽃을 만나면 곧장 설악산의 주봉인 대청봉에도 온 산의 바위틈마다 바람꽃이 꽃등불을 밝힌 듯 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