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이 대중교통이 아니면 무엇인가요?

[取중眞담] 섬 주민들의 교통권리 보장해야

등록 2016.10.05 09:21수정 2016.10.0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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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와 목포를 오가는 여객선이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이용자를 기다리고 있다. ⓒ 이주빈


추석 연휴 때 일이다. 경상북도 울릉군은 "출향인 또는 친척들의 여비 부담을 덜어 기분 좋은 마음으로 명절을 지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여객선 운임을 할인해주었다. 울릉군 출신과 현지 주민의 4촌 이내 친인척은 여객선 운임의 30%를 할인받는 혜택을 누렸다.

반면 흑산도를 오가는 여객선의 요금은 더 비싸졌다. 여객선사들이 성수기 요금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명절을 찾아 고향을 찾아온 출향인들의 아쉬움은 컸다. 여객선사에 보조금을 지원해 명절 요금을 할인해준 울릉군과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전남 신안군의 행정이 확연하게 비교되었던 탓이다.

아쉬움이 크지만 신안군의 무성의한 행정만을 탓하고 있을 순 없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교통'에 대한 인식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교통은 인권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우리 국민 누구나 이동의 자유 즉 이동권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국가는 국민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동의 자유는 육지를 사는 사람이나 섬에 사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권리다.

교통은 복지다. 이동권이 제약받는 이들을 위해 국가나 지자체는 아낌없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부산과 광주 등 수많은 지자체들이 '교통약자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이동을 돕고 있다. 2006년 1월 28일자부터 시행되고 있는 '교통 약자의 이동 편의 증진법'이 법률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흑산도를 비롯해 연륙이 안 된 섬으로 가는 교통수단은 여객선뿐이다. 여객선은 섬 주민들과 여행자, 출장자들에게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인 것이다. 그런데 여객선은 법률이 정하는 '대중교통 수단'에 아직 포함되지 않고 있다.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2조2항은 '대중교통수단'에 대해 "일정한 노선과 운행시간표를 갖추고 다수의 사람을 운송하는데 이용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노선버스, 도시철도, 철도차량 등을 운송수단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일정한 노선과 운행시간표를 갖추고, 다수의 사람을 운송하고 있는" 여객선은 쏙 빠졌다.


이 법의 제3조6항은 "오지·도서 및 벽지 등의 지역에 대한 대중교통서비스의 강화"라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밝히고 있다. 섬으로 가는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인 여객선을 대중교통 운송수단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도서 및 벽지 지역의 대중교통서비스를 강화한다"는 것은 심각한 법률 모순이다.

어찌된 탓인지 여객선을 대중교통 운송수단으로 포함시키는 대중교통법 개정안은 번번이 국회에서 물을 먹고 있다. 지난 2013년엔 전남 신안군과 인천 옹진군 등 전국 9개 지자체 도서민들이 국회에 개정 청원까지 했지만 흐지부지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정유섭(인천 부평갑)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6월 '여객선 준공영제 도입' 등 해상 대중교통 체계 개편을 골자로 하는 '도서지역 대중교통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0월 4일 현재까지 국회 통합입법예고센터에선 관련 법안을 검색할 수가 없다.

한없이 법률 개정만을 기다리고 있지 못한 일부 지자체들은 '여객선 준공영제'를 도입하겠다며 나서고 있다. 인천광역시와 옹진군이다. 그렇지만 상위법 개정이 안 된 상태에서 이들 지자체들의 노력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여객선을 대중교통으로 인정해야 섬 주민들도 대중교통 이용자로서 당연히 받아야 할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섬 주민들도 여느 국민과 마찬가지로 주권자이다. 섬 주민들도 이동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하며 보다 나은 교통 편의를 받아야 한다. 이것은 시혜가 아닌 섬 주민의 인권에 관한 문제이자 섬 주민의 교통복지와 직결된 문제이다. 당연한 것을 외면하는 것처럼 명백한 차별은 없다.
#대중교통 #이동권 #공영제 #여객선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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