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11세 때의 일기.
이달님
당시 상황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모든 사람이 희망을 갖게 되는 세상을 기뻐했다는 것이다. 이 갸륵한 마음을 품은 아이가 어디 나뿐이었을까. '네가 웃으면 내 마음도 기쁘고, 네가 슬프면 내 마음도 아픈'('사랑하는 내 동무야' 중) 이 마음은 본래 모두의 것이다. 하지만 중요치 않고 필요치 않은 것들이 중요하고 필요한 듯 포장되는 자본주의, 소비주의 시대로 들어오면서 다른 사람을 향한 이 당연한 마음이 가려지고 억압받게 되었다.
나 역시 그런 시대에 부응하며 살았었다. TV에서처럼 좋은 직장을 다니며, 좋은 집에서, 단란한 가정을 꾸려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삶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이내 벽에 부딪혔다. 적자생존의 경쟁 논리가 적용되는 세상에서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이 누군가의 희생으로 획득된 것'이라는 글 한 토막을 우연히 보게 된 것이다. 내가 발 딛고 올라서려 했던 곳에 사람이 있었다. 내가 가려 했던 곳은 누군가를 딛고 올라서야만 도달할 수 있었다. 다른 이의 무게를 견디고 있는 괴로운 얼굴들이 그때까지의 걸음을 돌이키게 했다. 걸음을 돌이키자 많은 이들과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경쟁이 아닌 공생의 길을 걷고자 하는 중에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벗들을 만났다. 지금은 그 벗들과 함께 생활하며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있다. 조그마한 텃밭에서 함께 농사짓고, 매주 토요일 아침 운동장에 모여 함께 축구를 하고, 건강한 먹거리로 함께 밥을 지어 먹고, 친구의 생일을 다양한 방식으로 함께 축하해 주고, 서로의 혼인잔치를 함께 기획하고, 자라나는 아이들을 함께 바라보고, 바람이 선선한 밤에는 함께 산책을 하고, 공부의 장에서 함께 배우며 끊임없이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고, 서로의 길을 터 주고 있다. 매일매일의 충만한 삶에 감사하며, 말로는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을 누리고 있다.
"내 마음을 아는 것이 역사를 만들어 가는 첫걸음입니다."지난 9월 30일 '나의 역사 읽기'라는 주제로 열린 '2016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 두 번째 시간에서 새들생명울배움터 대표인 최봉실 선생님은 역사가 내 마음을 찾는 것에서 시작된다 말했다. 진짜 내 마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역사를 만들어 가는 첫걸음'이라고 했다.
내가 무엇에 기뻐하고, 어떨 때 행복한지를 알아야 어디로 걸을 것인지가 결정되며, 이 걸음의 방향을 잘 잡아야 우리의 역사 또한 변화될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 사람의 마음이 많은 것들로 가려지게 되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획일적인 기준으로 마음을 억압한다. 또 일상을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찾은 마음조차 붙들고 있기 어렵다. 그렇기에 마음을 끊임없이 살피고, 규명하고, 돌아보고, 겸손하게 배워가야 한다고 했다. 마음을 굳게 먹고, 거듭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