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꽃내음이 나요, 날 깨우고 가네요"

[2016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 3] 멈추려 해도 멈출 수 없는 마음의 근원을 찾아서

등록 2016.10.11 09:50수정 2016.10.1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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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생명울배움터는 '생명을 살리는 교육'을 고민하며 2014년 교육문화연구학교를 시작했습니다. 2015년에는 생명의 교육을 일구기 위한 동력을 얻기 위해 '나' 자신부터 교육하고자 '공적 글쓰기'를 주제로 교육문화연구학교를 열었습니다. 올해는 '역사'를 공부합니다.

2017년 19대 대선을 앞두고, 이 땅이 나아갈 길에 대해 다시 한 번 수렴과 응집의 점을 찍고자 합니다. 우리는 어떤 걸음을 걸어왔는지, 지난 과거를 다시 돌아보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다시 가늠하려 합니다. <2016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 : 생명의 교육, 역사 위에 서다> '역사-과거 현재 미래'는 9월 24일부터 2017년 1월 21일까지 총 19회로 진행합니다. - 기자 말

"내가 원하는 우리 민족의 사업은 결코 세계를 무력으로 정복하거나 경제력으로 지배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직 사랑의 문화, 평화의 문화로 우리 스스로 잘 살고 인류 전체가 의좋게, 즐겁게 살도록 하는 일을 하자는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어떤 세상에 살기 원하는지,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지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김구 선생님의 말씀(<나의 소원>)으로 답할 것이다. 오직 사랑의 문화, 평화의 문화로 모두가 잘 살고, 모두가 의좋게, 즐겁게 사는 세상을 꿈꾼다고. 불가능한 꿈을 꾸는 것이 아니냐고 되묻는다면 나는 또 선생님의 말씀으로 답할 것이다.

"어느 민족도 일찍이 그러한 일을 한 이가 없으니 그것은 공상이라고 하지 마라. 일찍이 아무도 한 자가 없기에 우리가 하자는 것이다. 이 큰 일은 하늘이 우리를 위하여 남겨 놓으신 것임을 깨달을 때에 우리 민족은 비로소 제 길을 찾고 제 일을 알아본 것이다."

내가 잘나고 특별해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오히려 모두가 이 소원을 마음속에 품고 있는데 마음이 잠시 가려져 있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본래 하늘이 우리에게 남겨 놓은 일인데 깨닫지 못하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김구 선생님께서도 이를 깨닫는 것이 '제 길'을 찾은 것이고 '제 일'을 알아본 것이라 하지 않았던가. 나 역시 이 사실을 깨닫고, 예전에 품었던 마음을 다시 찾기까지 20년 남짓의 시간이 걸렸다.

"만약 내가 어른이 되어서 크게 자라면 내가 갖고 있던 멋진 희망을 희망 없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지금부터 나의 희망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중략) 이렇게 나의 희망이 많이 있으니 더욱 더 노력할 것이다. 또 희망 없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나면 희망을 모두 다 가질 수 있겠다고 생각하였다." (1993년 4월 13일 화요일 흐림, 11세 때의 일기)


 1993년 11세 때의 일기.
1993년 11세 때의 일기. 이달님

당시 상황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모든 사람이 희망을 갖게 되는 세상을 기뻐했다는 것이다. 이 갸륵한 마음을 품은 아이가 어디 나뿐이었을까. '네가 웃으면 내 마음도 기쁘고, 네가 슬프면 내 마음도 아픈'('사랑하는 내 동무야' 중) 이 마음은 본래 모두의 것이다. 하지만 중요치 않고 필요치 않은 것들이 중요하고 필요한 듯 포장되는 자본주의, 소비주의 시대로 들어오면서 다른 사람을 향한 이 당연한 마음이 가려지고 억압받게 되었다.

나 역시 그런 시대에 부응하며 살았었다. TV에서처럼 좋은 직장을 다니며, 좋은 집에서, 단란한 가정을 꾸려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삶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이내 벽에 부딪혔다. 적자생존의 경쟁 논리가 적용되는 세상에서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이 누군가의 희생으로 획득된 것'이라는 글 한 토막을 우연히 보게 된 것이다. 내가 발 딛고 올라서려 했던 곳에 사람이 있었다. 내가 가려 했던 곳은 누군가를 딛고 올라서야만 도달할 수 있었다. 다른 이의 무게를 견디고 있는 괴로운 얼굴들이 그때까지의 걸음을 돌이키게 했다. 걸음을 돌이키자 많은 이들과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경쟁이 아닌 공생의 길을 걷고자 하는 중에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벗들을 만났다. 지금은 그 벗들과 함께 생활하며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있다. 조그마한 텃밭에서 함께 농사짓고, 매주 토요일 아침 운동장에 모여 함께 축구를 하고, 건강한 먹거리로 함께 밥을 지어 먹고, 친구의 생일을 다양한 방식으로 함께 축하해 주고, 서로의 혼인잔치를 함께 기획하고, 자라나는 아이들을 함께 바라보고, 바람이 선선한 밤에는 함께 산책을 하고, 공부의 장에서 함께 배우며 끊임없이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고, 서로의 길을 터 주고 있다. 매일매일의 충만한 삶에 감사하며, 말로는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을 누리고 있다.

"내 마음을 아는 것이 역사를 만들어 가는 첫걸음입니다."

지난 9월 30일 '나의 역사 읽기'라는 주제로 열린 '2016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 두 번째 시간에서 새들생명울배움터 대표인 최봉실 선생님은 역사가 내 마음을 찾는 것에서 시작된다 말했다. 진짜 내 마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역사를 만들어 가는 첫걸음'이라고 했다.

내가 무엇에 기뻐하고, 어떨 때 행복한지를 알아야 어디로 걸을 것인지가 결정되며, 이 걸음의 방향을 잘 잡아야 우리의 역사 또한 변화될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 사람의 마음이 많은 것들로 가려지게 되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획일적인 기준으로 마음을 억압한다. 또 일상을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찾은 마음조차 붙들고 있기 어렵다. 그렇기에 마음을 끊임없이 살피고, 규명하고, 돌아보고, 겸손하게 배워가야 한다고 했다. 마음을 굳게 먹고, 거듭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봉실 선생님은 진짜 내 마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역사를 만들어 가는 첫걸음'이라고 했다.
최봉실 선생님은 진짜 내 마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역사를 만들어 가는 첫걸음'이라고 했다.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내 마음이 어떤 길을 돌아 지금 이곳에 이르게 되었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까지의 걸음을 거슬러 올라가 승리했던 역사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눈을 감자,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 어제는 같이 사는 친구의 생일이었다.

또 매주 목요일 마을 주민이 함께 모여 식사하는 친환경 밥상인 '천진난만 마을밥상'이 있는 날이기도 했다. 식사 후, 둥글게 둘러앉아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다.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고, 촛불을 끄고, 돌아가며 모두가 덕담을 나눴다. 재치가 넘치는 덕담에는 모두 웃기도 했다.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의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수업시간에 배운 '장미'라는 곡을 쑥스럽지만 힘차게, 싱그러운 미소를 가득 머금고 즉석에서 불러주었다.

"당신에게선 꽃내음이 나네요. 잠자는 나를 깨우고 가네요."

아이들과 선생님들에게서 그리고 우리에게서 정말 꽃내음이 나는 것 같았다. 그 향기가 잠자고 있던 서로를 깨웠다. 그 진한 향기가 서로를 일으켜 세웠다. 하루가 지난 다음날까지도 그 장면이 떠나지 않아 출근길에도, 밥을 먹으면서도, 일을 하다가도, 교육문화연구학교 모임 장소로 향하는 중에도 내내 미소 짓게 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삶이 정말 행복하다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이것이 위에서 말한 충만한 삶,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의 한쪽이자 나와 우리의 승리의 역사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끝까지 붙잡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비워 가며 승리의 역사를 써 가는 동안에도 자신을 속인 사람들, 자신에게 속은 사람들은 불의의 역사를 써 간다. 그들이 그들 자신과 힘없고 약한 다른 이들을 괴롭히는 현실을 매일같이 마주한다.

4대강은 물을 흘려보내지 못해 녹색 빛을 띄고 신음한다. 후쿠시마 사고로 원전이 안전하다는 신화가 깨어진 지 오래지만 우리는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고, 오히려 더 지으려 하고 있다. 유전자조작식품(GMO)은 그 안전성도 스스로 입증하지 못한 채 GMO 표시조차 거부하며 슬그머니 밥상으로 올라와 있다.

쌀 시장 전면 개방으로 농민을 포함한 시민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으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한 농민은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시민의 삶과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제주해군기지는 완공되었고, 이제는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려 하고 있다. 한꺼번에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진상규명은 900일이 넘도록 이루어지지 않았고 유가족들을 거리로 나오게 했다.

예부터 지금까지 불의의 역사는 계속되어 왔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사람을 만나는 것에서 희망을 얻었다던 최봉실 선생님의 말이 마음에 남았다. 선생님은 불의와 힘겹게 부딪쳐가는 과정에서 사람을 만나고 서로에 대한 믿음이 형성되는 것을 보고 어두운 현실을 이겨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2016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 두 번째 시간. 서로의 승리의 역사를 나누며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는 충만한 삶을 느꼈다.
2016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 두 번째 시간. 서로의 승리의 역사를 나누며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는 충만한 삶을 느꼈다.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선생님은 강의 중에 이런 질문을 던졌다.

"가려져 있는 것들을 걷어내고 진짜 내 마음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아는 것이, 역사를 만들어 가는 첫걸음이 되는 것과 어떻게 연결될까요? 내 마음을 아는 것이 어떻게 역사를 만들어 가는 첫걸음일 수 있을까요?"

처음에는 이 질문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강의 후에도 이 질문이 계속 맴돌았다. 여러 개의 문장으로 나누어 다시 생각해 보았다. '우리를 현혹시키는 세상의 기준을 걷어낸다.' '진짜 내 마음이 원하는 것을 알게 된다.' '역사를 만들어 가는 첫 발을 내딛는다.' 위 질문이 '내 마음이 원하는 것을 알게 된다'는 문장과 '역사를 만들어 가는 첫 발을 내딛는다.'는 문장 사이에 무엇이 오겠느냐는 질문으로 해석되었다. '아는 것과 내딛는 것 사이에 놓이는 것은 무엇인가.' 그제야 '사람'을 이어서 이야기했던 선생님의 말이 이해가 됐다.

사람. 사람은 마음에 있다. 사람이 마음에 있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사람 때문에 나는 걸음을 떼게 된다. 이 사랑 때문에 나는 몸을 일으켜 세운다. '당신의 꽃내음' 때문에 나는 잠에서 깨어난다. '내 마음'을 아는 것이 역사의 시작이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내 마음'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내 마음'에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혼자 있는 아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도,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도와드리는 것도, 숙제를 하는 것도, 움켜줬던 것을 내려놓는 것도, 다른 이의 도움을 믿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 아니던가. 이 마음은 그렇게 하는 것을 정말로 원하기에 외면할 수 없는 마음이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기에 자기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을 향한 멈추려 해도 멈출 수 없는, 멈춰지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 마음을 잇고 이어, 하늘이 우리에게 남겨 놓으신 큰 일, 곧 오직 사랑의 문화, 평화의 문화로 우리 스스로 잘 살고 인류 전체가 의좋게, 즐겁게 살도록 하는 일을 많은 이들과 함께 이루어 가고 싶다. 모두가 희망을 갖게 되기를 꿈꾸었던 아이의 꿈을 이루어주고 싶다. 보다 좋은 삶, 보다 나은 삶, 보다 아름답고, 보다 행복한 삶을 함께 일구어 가고 싶다.

[관련 기사] '미래를 열고자 과거를 공부하는 모임, 초대합니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카페로 오시면 교육문화연구학교에 함께하는 이들의 소감을 더 보실 수 있습니다.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바로가기(http://cafe.daum.net/kyungdang/coIz/92)

 승리의 역사를 서로 나누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희망을 희망 없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싶다는 마음이 더 뜨거워졌다.
승리의 역사를 서로 나누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희망을 희망 없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싶다는 마음이 더 뜨거워졌다.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뉴스앤조이>에도 기고했습니다.
#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역사 #과거현재미래 #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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