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고 정문 모습.
오마이뉴스 권우성
'신입생 성적조작'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인 하나고 재단이 파면 요구 대상자와 전 검찰총장을 각각 임원으로 추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 안에서도 임원 승인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서울시교육청과 하나고 사정에 밝은 교육관계자들에 따르면 하나학원은 이달 초 이태준 전 하나고 교장과 김각영 전 검찰총장 등 5명을 법인이사 등 임원으로 승인해 달라는 공문을 시교육청에 보냈다. 김승유 이사장이 물러나면서 4명의 이사와 1명의 감사를 바꾸기로 결정하고, 사립학교법에 따라 승인을 요청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저번 주에 들어온 하나학원의 임원승인 신청에 대해 결격 사유가 있는지 담당 부서들이 검토하고 있는 상태"라면서 "다음 주 중에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이 파면 요구한, '성적조작' '폭력 은폐' 교장하지만 승인 요청된 이들에 대한 적절성을 놓고 서울시교육청 안팎에서 시비가 일고 있다.
이번에 이사로 중임 신청된 이 전 교장의 경우가 그렇다. 지난해 11월 서울시교육청의 감사 결과 하나고가 3년간 90여 명의 신입생 입학성적을 조작하고 청와대 고위인사 자녀의 학교폭력을 은폐한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은 하나학원에 교장, 교감 파면을 요구했다. 이 때 교장과 교감을 맡았던 이가 각각 이태준과 정철화씨다.
하지만 하나학원은 이 교장에 대해 징계를 하지 않고 올해 초 퇴직시켰다. 정 교감에 대해서도 징계 대신 교장직무대리로 승진시켰다.
그런데도 이번에 하나학원이 이 교장에 대해 이사 승인 요청을 한 사실에 대해서는 '뻔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남규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실장은 "현행 사립학교법에 다르면 비리행위자에 대해서는 임원 승인은 물론 이미 임명된 임원도 승인을 취소토록 하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하나학원이 이 전 교장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4년 임기의 이사까지 다시 하도록 시도하는 것은 뻔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전 교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검찰수사 진행 중인데, 전 검찰총장이 이사가 된다면..."하나학원이 김각영 전 검찰총장을 이사로 승인 요청한 것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현재 서울서부지검은 하나학원의 신입생 성적 조작 건에 대해 1년째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하나학원 사정에 밝은 한 교육계 인사는 "검찰이 하나학원에 대한 수사를 1년 가까이 끌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총장을 역임한 인사를 이사로 임명하고자 하는 의도에 대해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검찰 수사에 영향을 주기 위한 의도가 숨어 있는 것 아니겠느냐는 것"이라고 교육계 분위기를 전했다.
2002년부터 2003년까지 검찰총장을 지낸 김 전 총장은 퇴임 뒤 하나그룹 사외이사 등을 맡아왔다. 김승유 이사장 몫으로 이사로 선임된 김 전 총장은 하나학원 이사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사장 선임은 이사회에서 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이사 승인 여부에 대한 업무가 진행 중이라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결격 사유가 있는지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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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조작' 하나고재단의 뻔뻔한 이사승인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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