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직행좌석버스인 수원-사당 간 7770번.
박장식
현재 운행되고 있는 직행좌석버스 그리고 광역급행버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고속도로, 국도 등의 무정차구간 하나 타기가 정말 어렵다는 점이다. 직행버스의 '정석'으로 운행되고 있는 일산의 1000번이나, 남양주 마석의 8002번 버스 정도를 제외한다면 타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운행하는 기사의 입장에서도 고속도로에 입선하기 전까지는 고역인 셈이다.
왜 이런 운행을 할까. 서울특별시의 경기도 버스 시내 진입 제한 조항으로 인해 경기도 버스의 수를 필요한 만큼 늘리지 못하기 때문, 노선의 인가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 차량과 노선의 수가 버스회사에 충분히 많지 않기 때문… 등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용객이 환승을 기피하면서 '문전 앞 서비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문전 앞 서비스', 영어로는 'Door to Door Service'는 한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목적지로 가기 위해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할 필요가 없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이러한 문전 앞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신도시는 입주자들에게 선호된다. 그런데 버스는 한정돼 있다. 굴곡을 만들어서라도 단지 앞에 버스를 운행해야 한다.
문전 앞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눈앞에는 이용객에게 이득이 된다. 하지만 이 굴곡이 이용객에게 손해가 될 수도 있다. 이득이 된다는 것은 환승할 필요가 없이 주요 목적지(서울 도심, 여의도, 강남)로 향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그 환승을 피하기 위해 버스가 '환상적인 코너링'을 수십 번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손해다. 자연히 소요시간이 늘어나고, 경유지가 많으니 탑승객도 늘어난다. '입석지옥'의 가장 큰 원인은 새 노선 없이 누적되는 경유지다.
처음에는 직선을 죽 긋던 노선이 아파트 하나가 들어서면서 단지 하나에 들어갔다 나오고, 또 다른 아파트가 들어가면서 또 그 단지에 들어갔다 나오는 식의 변화를 거친다. 자연히 버스 노선도를 지도 위에 띄워보면 'ㄹ'자도 만들고, 심지어는 'ㅎ'자나 '3'자도 만든다. 조만간에 버스 노선도로 '팝아트'를 그리고, '프랙탈'까지 구현할 작정이다.
아무리 무정차구간을 달리면서 지하철과의 소요시간 격차를 벌려봐야 아파트단지를 들쑤시고 다니면서 소요시간을 까먹는다. 예를 들어 수원 호매실지구에서 3003번을 타고 무정차구간까지 가기 위해서는 무려 11번의 다양한 '코너링'과 함께해야 한다.
그런데 호매실지구 바로 앞에는 봉담과천도시고속화도로 호매실IC가 있다. 차로 과천까지 겨우 2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3003번이 수원시내를 빙빙 돌 동안 자동차는 해치상을 본다는 이야기이다.
시내 운행거리 짧아 회전율 ↑... 기사·차량 부담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