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 줄 세우기...성과연봉제는 죽어도 안돼요"

[인터뷰 ⑤] 파업투쟁에 나선 철도시설노동자 최창규씨

등록 2016.11.07 14:14수정 2016.11.0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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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곳은 유지가 잘 되고, 안 좋은 곳은 이상이 많고. 강원도 산골에 있는 선로와 KTX 선로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기차는 철도 위를 달린다. 두 개의 선로는 평행선을 그리며 끝없이 이어져 있다. 하지만, 선로도 결국 사람이 만든 인위적인 물건이다. 늘어나기도 하고, 휘어지기도 하고. 자칫 크나큰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선로의 유지보수 업무는 철도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철도노조 파업 투쟁 39일 차인 11월 4일 선로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시설노동자 최창규씨를 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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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시설노동자 최창규씨 파업 39일차인 11월 4일 그를 만났다. ⓒ 김병준


"선로 유지보수는 선로보수용 장비를 이용한 장비보수와 사람이 직접 유지보수하는 인력보수의 두 가지 업무가 주를 이뤄요. 사람은 레일교환, 침목교환을 주로 하고, 장비는 기계를 이용해서 기차가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유지보수 하는 업무지요."

눈으로 보기만 해도 어마어마한 무게를 짐작할 수 있는 레일과 침목을 필요시 사람이 직접 교환한다는 것이다. 장비는 교환된 레일 위를 누비며 기관차, 여객차, 화물차 등이 안전하게 운행 가능하도록 만들어주고 있다고 한다.

"매일 매일 일상정비를 통하여 사고나 이상이 발생하기 전에 정비해야죠. 경부선은 주 1회 선로를 점검해요. 선로가 노후된 충북선은 주 2회 정도 점검하고."

선로를 '점검'한다는 표현이 새롭게 들린다. 어떻게 점검할까? 운행하면서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는것일까? 아니면 다른 장비가 있는 것인가?

"현장 순회 점검은 선로를 매일 눈으로 확인하는 점검이에요. 여럿이 조를 나눠서 구간 구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거지요. 선로를 따라 걸으며 이상이 있는 곳이 확인되면 보수하고, 또 이상이 있는 곳이 없는지 확인하는 작업이에요."

구역에 따라 나누어져 있는 선로를 주 1회 이상 점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담당하는 구역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지만, 하루에 걸어야 하는 구간도 엄청날 것이라는 짐작이 간다. 경부선의 총 길이가 440km가 넘는다고 하니, 그만큼 많은 시설노동자들이 국민의 안전을 위하여 선로를 점검하고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시설 업무의 핵심은 협업이에요.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실제 아무것도 없다시피 해요. 또, 평가의 기준을 만든다는 것이 매우 어려울 수 밖에 없어요. 사고가 나면 감점되는 게 당연할 수도 있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도 감점시키는 기준이 뭔지 모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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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노동자들이 일하는 모습 자료제공: 철도노조 대전지방본부 ⓒ 철도노조 대전지방본부


성과연봉제에 대해 물으니 당연스럽게도 애매한 평가지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철도공사에서 직접 일하고 있는 노동자의 대부분이 현재의 평가지표를 알지 못하고 있는 듯하고, 성과연봉제가 시행될 경우의 평가지표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실제 선로를 설치할 때, 토목공사가 균일하게 진행되는 게 아니에요. 차이가 있죠. 또 환경에 따라 선로가 영향을 받아요. 좋은 곳은 유지가 잘 되고, 안 좋은 곳은 이상이 많고. 강원도 산골에 있는 선로와 KTX 선로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운행량도 당연히 영향을 줄 거고."

선로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시설노동자로서 그는 어떻게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할지 의문을 갖고 있는 듯 하다. 조건이 모두 다른 데, 하나의 일관된 지표로 성과를 평가하고, 이를 계량화 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다.

민주노총에서는 '성과연봉제가 효율을 극대화시키지 못한다'고 이야기하며 '동료간 협업 분위기가 저해되고, 객관적이지 못한 평가지표 때문에 팀장이나 관리자의 평가가 절대적이 되면 실제 업무보다는 관리자에게 잘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는 등의 보도를 통해 성과연봉제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심지어 조합원 내부에서는 소속장들끼리의 알력다툼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도 해요. 소속장이 힘이 있으면 좋은 평가가 나오고, 아니면 안좋은 평가가 나오는 거 아니냐고요. 우리끼리 하는 이야기지만..... 또, 인원이 많은 사업소가 낮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아서 이에 대한 불만이 있기도 하고요."

인원이 많은 사업소가 낮은 평가를 받는다는 이야기에 소스라치게 놀란다. 인원이 많은 사업소가 좋은 평가를 받으면 당연히 공사 측 지출이 많아질 것이다. 그러면 돈이 많이 들게 되는 것이고. '결국 성과급이라는 탈을 쓴 비용감축인 것인가' 하는 의문이 머리를 맴돈다. 지금 시행되고 있는 성과급이 이러한데, 하물며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이는 더욱 심해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우리끼리는 성과연봉제는 죽어도 안된다고 이야기해요.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줄세우기 하고, 해고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고 하는 것이다라는 생각이죠. 그래서 파업 투쟁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요."

요즘 언론을 통해 철도공사측이 파업을 중단시키기 위해 개별 조합원들에게 회유와 압력행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많이 들린다. 직위해제도 계속 되고 있고, 개별 조합원들에게 복귀를 종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설노동자들은 하나로 뭉쳐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장 커요. 파업으로 불편을 겪는 분들은 결국 시민들 뿐이니까요. 하지만 지지하고 응원해주시는 마음 덕분에 당당히 투쟁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철도를 넘어, 공기업, 민간기업까지 뒤엎을 성과연봉제를 막아내는 투쟁. 철도에서 당당히 하고 있어요. 결국 우리 국민 모두를 위한 투쟁이니 앞으로도 관심 가지고 응원해주세요."

한편으로는 시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 여기서 철도에 성과연봉제가 도입될 시, 그 후속으로는 여타의 공기업, 그리고 민간기업까지 이러한 기류가 확대될 것이기에 자신들이 먼저 투쟁하고 있음을 밝히는 모습에서 비단 철도노동자들의 이익을 위한 투쟁이 아닌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는 그의 자부심이 읽힌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박근혜 게이트'가 온 나라를 휘덮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의욕적으로 밀어붙이던 '노동개혁'의 명분과 실리도 상실한지 오래다. 지금은 관심 밖에 머물러 버리게 된 철도노조의 성과연봉제 저지 파업 투쟁이지만, 그들은 지금도 당당히 투쟁하고 있다. 정국이 요동치고 있는 와중에 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은 어느새 멀어져 버린 듯 하여 아쉬움이 남는다.
#철도 파업 #민주노총 #성과연봉제 #나가라 박근혜 #선로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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