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위기, 청소년이 행동으로 바꾸자!"

11월 3일 학생의 날 기념... 경기도 부천에서 청소년 집회 열려

등록 2016.11.07 21:03수정 2016.11.0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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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항쟁'이 시작됐다." 7일자 경향신문 1면에는 지난 주 토요일, 불 밝힌 광화문 촛불집회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금방이라도 전국적인 항쟁으로 세상이 뒤바뀔 듯한 분위기, 하지만 언론과 SNS 반응과는 달리 지역에서는 어떠한 항쟁의 분위기도 감지되지 않는다. 매일 촛불 가득한 서울광장과는 다르게 아무 일도 없는 듯, 딴 세상처럼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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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학생의 날 청소년 거리행동 부천 청소년들이 모여 박근혜 하야를 요구하고 청소년 인권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 이계은


11월 5일 오후 2시, 부천역 마루광장에 별안간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울렸다. "민주주의의 위기, 청소년이 행동으로 바꾸자!" 청소년단체설립준비위원회 '세움'의 청소년 회원 20여명의 목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졌다.

이들은 11월 3일 '학생의 날'을 기념해 현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혼란에 빠진 시국에 대해 시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하고자 '2016 학생의 날 거리행동' 집회를 열었다. 집회를 주최한 '세움'은 지난 2014년 청소년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청소년단체로, 역사 및 사회토론 및 실천 등 동아리 활동을 전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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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집회 한 시민이 청소년 집회를 바라보고 있다. ⓒ 황금상


부천역을 지나가던 시민들은 청소년들이 독자적으로 집회를 연 것에 대해 놀라운 반응을 보였다. 중간 중간 "애들이 뭘 안다고 나왔어?"라며 무시의 반응이 있었지만 환호와 격려의 반응도 높았다. 특히 또래 청소년들은 집회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함께하며 관심을 보였다.

이날 집회를 진행한 사회자 남궁이랑(18)씨는 "과거 청소년들이 일제의 식민지배에 앞장서 저항한 역사가 지금은 '3대 항일운동'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으며, 2008년 촛불 때 가장 먼저 나온 집단 역시 청소년"이라며 "현재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국민들이 권리를 침해당했고 청소년 역시 국민으로서 권리를 주장하고자 나왔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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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청소년 집회 부천 마루광장에서 청소년 집회 "민주주의 위기, 청소년이 행동으로 바꾸자"가 열렸다. ⓒ 이계은


집회는 청소년들의 자유발언과 함께 구호제창, 피켓팅 후 부천 시가지를 행진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집회는 시국 현안인 '박근혜 하야' 외에도 입시경쟁의 문제점, 역사교과서 국정화, 청소년 투표권 등 청소년을 둘러싼 다양한 요구들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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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집회 피켓팅 청소년 집회에서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 황금상


자신을 '중학교 1학년 학생'으로 소개한 김희영(14)씨는 차별적인 교육현실을 비판했다. 그는 "학교에서는 성적에 따라서 학생의 의견을 존중하거나 무시하는 입장이 달라지는 차별적인 시선의 교사들이 있다"며 "친구들끼리 경쟁하게 만들고 공부라는 한 가지 길만 강요하는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학생들의 다양성을 존중해주고, 당사자인 청소년들이 만들어가는 교육이 되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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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는 청소년 한용호(19)씨는 '학생의 날'의 의의와 청소년이 사회에 참여할 권리를 주장했다. ⓒ 황금상


고등학생 염민설(18)씨는 청소년으로서 정치적 권리가 부정되는 데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청소년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다름 아닌 '가만히 있으라'"라며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미성숙'하다는 이유로 억압받고 가만히 있어왔는데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고, 대통령 스캔들이 일어난 시국에서 이제는 나설 때가 됐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청소년이 자기 삶과 관련된 문제에 직접 참여할 수 있으려면 투표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역사를 개인의 이익으로 만드려는 시도"라고 비판한 양진아(17)씨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고작 왜곡된 국정교과서를 배우려고 학교에 다닌 것인지 자괴감까지 들고 괴롭다"고 말하며 전날 4일 대통령담화를 풍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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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민중총궐기에 참여하는 이유는?" 한켠에서는 11월 12일 예정된 대규모 집회인 ‘민중총궐기 청소년참가단’ 부스가 마련되어 “청소년이 왜 민중총궐기에 참여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앙케이트를 진행했다. ⓒ 황금상


마지막으로 남궁이랑씨는 "청소년은 같은 국민임에도 불구하고 투표권이 없고 입시경쟁으로 억압받으며 제대로 된 국민의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는 청소년들의 다양한 이해와 요구가 쏟아져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서 "청소년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다음주에 예정된 12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함께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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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 중 발언하는 청소년 집회 참가자들은 부천역 시가지를 행진하며 '박근혜 하야' 및 '청소년 인권'을 외쳤다. ⓒ 이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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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위기, 청소년이 행동으로 바꾸자!" 집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이계은


다음은 '세움'이 시민들에게 나눠준 유인물 중 '부천시민들에게 보내는 편지' 전문이다.

부천시민에게 보내는 편지

부천시민 여러분, 안녕하세요. 혹시 11월 3일이 어떤 날인지 알고 계십니까?

바로 일제강점기 1929년, 일본인 학생이 우리나라학생에게 폭력을 휘두른 것을 계기로 일어난 '학생독립운동기념일'입니다. 하지만 이 날은 일본학생과의 갈등으로 '우연히' 생겨난 시위가 아니며, 이전부터 학생들 사이에 식민지 노예교육에 반대하고 조선의 역사와 조선말을 가르치라는 요구의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그러한 청소년의 요구와 맞물려 거대한 항쟁-훗날 3.1운동 이후 일어난 최대의 항일운동-으로 역사에 남았습니다. 이렇게 하여 항일 학생운동의 정신을 기리고자 하는 의미에서 정부기념일로 제정되었구요.

4.19혁명, 518광주민중항쟁, 6월항쟁까지…
광주항일운동 이후 청소년들은 역사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으로 '학생의 날' 정신을 기리고 계승해왔습니다.

한편, 현재 박근혜의 '국정농단' 사태로 전 국민이 분노를 금치 못하였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력은 요지부동, 말 한마디 없습니다.
따라서 지난 10월 29일, 3만 명이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변화를 촉구하는 광장에서 청소년들 역시 '민주주의'를 외쳤습니다. 심지어는 수능을 앞둔 고3까지 나라걱정에 거리로 뛰쳐나왔지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청소년의 움직임을 두고 "청소년은 가만히 있어", "학생이 공부를 해야지 집회는 왜?"라는 반응이었습니다. "청소년이 대견하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지요. 하지만 우리는 어른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 거리로 나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부디 우리를 '대견한 아이들'이 아닌 '민주시민'의 일원으로서 사회현실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을 동료 시민으로 존중해주시길 바랍니다.

한 가지 부탁이 더 있습니다. 현재 시국을 규탄하는 '민중총궐기'가 11월 12일, 오후 4시 시청광장에서 열린다고 합니다! 이 시국에 가장 필요한 건 '국민의 행동'이 아닐까요? 역사는 책임지는 사람들의 것이라고 합니다. 부패한 권력이 망쳐놓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해 광장으로 모입시다! 비록 우리가 하나 하나의 개인이지만, 모이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 큰 힘을 발휘하기 위해 우리 모두 11월 12일 서울시청에서 만나요!

-부천청소년단체설립준비위원회 '세움'
덧붙이는 글 부천 지역 언론사에도 기고 요청할 예정입니다.
#부천 청소년 집회 #박근혜 하야 청소년 행동 #부천 청소년 행동 #학생의 날 기념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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