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사는 동물들의 가을과 겨울 식량 도토리를 생산하는 고마운 참나무.
김종성
다른 산들처럼 동네마다 나있는 들머리가 많지만 산의 능선을 종주해보기 위해서는 백련산 남쪽 서대문 문화회관(서울 서대문구 백련사길 39) 뒤편에 있는 백련산 근린공원에서 출발하면 된다. 능선까지 오르는 돌계단, 나무계단은 숨을 가쁘게 하고 허벅지를 뻐근하게 했지만, 내 몸에 대한 무관심과 게으름을 반성하게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맑은 산 공기에 호흡도 안정되고 덜 힘들 무렵 수목이 울창한 능선길이 나타났다. 산에서 만나는 가을 전령사 억새들이 피어나 반갑게 손을 흔들며 여행자를 맞아주었다.
넉넉한 능선 길 외에 혼자 지나가야 할 정도로 좁은 오솔길 같은 숲길이 있어 좋다. 주인과 같이 산책 나온 반려견들도 흙길, 숲길이 좋은지 연신 곳곳의 냄새를 맡으며 돌아다닌다. 길가에 서 있는 여러 참나무에 이름표를 달아놓았다. 신갈나무, 떡갈나무,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등의 종류가 있는 참나무는 도토리나무라고도 부르는데, 얼마 후 산속에 사는 동물들의 먹이가 될 도토리가 나오는 소중한 나무다.
도토리는 흔히 다람쥐가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도토리를 먹이로 하는 야생동물은 다람쥐 외에도 멧돼지, 고라니, 너구리 등 큰 동물에서부터 청설모, 산 쥐 등 작은 동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새들도 도토리를 먹는다. 이렇게 산속 야생 동물들에겐 가을과 겨울을 나는 중요한 먹거리다. 가을날 산속에서 흔히 마주치는 도토리는 그냥 재미로 조금만 주으면 좋겠다.
'리기다소나무'란 특이한 이름의 나무도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 어느 산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소나무로, 메마른 곳에서도 잘 자라는 덕에 지난 70년대 산림녹화사업 당시 많이 심었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 때의 무분별한 나무 수탈과 한국전쟁으로 황폐하고 척박해져 어떤 나무도 좀처럼 뿌리박고 살아갈 수 없게 된 곳에서 꿋꿋하게 뿌리박고 견디며 아카시아나무로 잘못 알려진 아까시나무와 함께 이 강산을 푸르게 만든 일등공신이다. 나무 이름이 독특하다했더니 미국 대서양 연안이 원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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