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후 최순실 등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언론재단앞 대형스크린에 박 대통령 담화 장면이 생중계되는 가운데, 광화문광장 너머 청와대 본관이 보인다.
권우성
즉각적인 '하야' 언급은, 예상대로 없었다. 하다못해 눈물도 없었다. 기자들의 질문? 기대한 국민들이 바보다. "물러나겠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일정과 방법 역시 없었다. 검찰에 의해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한 데 대한 변명 역시 없었다.
사람은 역시 쉽게 안 변하는 법이다. "혼이 비정상"과 같은 특유의 '최순실표 박근혜 화법이 없던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29일 오후 2시 30분 전격적으로 발표된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는 없는 것 투성이었다. 한 마디로, '사과'라 읽고 '신세한탄'이라 쓰면 제 격인 수준이었다.
반면, 대국민담화 대신 '회고록'에 가까운 신세한탄만이 난무했다. "18년 동안 국민 여러분과 함께 했던 여정"을 언급한 것을 두고, 벌써부터 "국민들도 지난 18년 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데"라는 패러디가 넘쳐 난다.
"제 가슴이 더욱 무너져 내린다"와 같은 감성적인 표현도 여전했다. 검찰 조사와 '공범'들의 증언들로 정황이 다 까발려진 마당에,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없었으며, 모든 범죄 정황들이 "공적인 사업"이라 우기기까지 했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서도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거나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라는 소극적이고 안일한 태도 역시 그대로였다.
1차와 2차 대국민담화에서 한 치도 나아가지 않았다. 아니, 전 국민들이 진상을 파악하고, 퇴진과 구속 요구가 하늘을 찌르는 마당에 나온 대국민담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악이다. 그 중 최악은 퇴진 일정과 관련된 대목이었다.
알맹이 없는 세 번째 사과, 친박에게 보내는 메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