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대선, 좌파 후보가 극우 물결 막았다

'유럽의 오바마' 판 데어 벨렌, '유럽의 트럼프' 호퍼 꺾고 승리

등록 2016.12.05 12:04수정 2016.12.0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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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대통령 선거 결과를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 BBC


오스트리아 대통령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좌파 성향의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 후보가 극우 세력을 꺾고 극적으로 승리했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4일(현지시각) 치러진 오스트리아 대선의 출구조사와 초기개표 결과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 전 녹색당 당수가 자유당의 노르베르트 호퍼 후보를 제치고 사실상 승리를 확정했다.

판 데에 벨렌은 승리 연설에서 "자유와 평등, 연대의 유럽을 지지하는 오스트리아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호퍼도 성명을 통해 "매우 슬프지만 판 데에 벨렌의 승리를 축하한다"라며 패배를 인정했다.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났으나 이민자 집안 출신의 판 데어 벨렌은 빈 대학 교수로 지내다가 지난 1994년 의회에 입성한 뒤 1997년부터 2008년까지 10년 넘게 녹색당 대변인과 당수로 활동했다.

지난 4월 치러진 대선에서 녹색당과 거대 양당인 사민당과 국민당의 지지까지 받으며 좌파 진영의 단일 후보로 출마한 판 데어 벨렌은 1차 투표 때 2위를 차지했으나, 결선 투표에서 득표율 0.6% 차이로 호퍼를 꺾고 승리했다.

그러나 호퍼와 자유당은 개표를 주관한 오스트리아 내무부가 참관인이 없는 상태에서 일부 투표함을 조기 개봉했다고 인정하자 선거 결과에 불복, 대선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이를 인정하면서 재선거를 치르게 됐다.

오스트리아의 극우 돌풍, 안심은 이르다?


난민 통제를 강화하고 유럽 통합을 반대하며 '유럽의 트럼프'로 불리는 호퍼는 난민 통제에 실패할 경우 대통령의 권한으로 의회를 해산하겠다는 극단적인 공약까지 내걸면서 극우 돌풍을 일으켰다.

반면 '유럽의 오바마'로 불리는 판 데어 벨렌은 난민 친화적 공약으로 맞섰고, 극우 세력의 집권을 반대하는 유권자를 결집해 승리했다. 이로써 오스트리아는 유럽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극우 정당 대통령을 배출할 뻔한 불명예를 피했다.

또한 판 데어 벨렌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밀렸으나 대선 승리를 거두면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결정된 영국 국민투표와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한 미국 대선에 이어 또다시 여론조사의 패배로 기록됐다.

극우 세력을 경계한 유럽도 이번 결과를 환영했다.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성명을 통해 "판 데어 벨렌에게 축하 인사를 할 수 있어서 기쁘다"라며 "유럽을 대표해 판 데어 벨렌의 성공을 바란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오는 2018년 치러질 총선에서 자유당이 다수당이 될 확률이 높다며 이번 대선으로 오스트리아의 극우 돌풍이 꺼졌다고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오스트리아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 #노르베르트 호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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