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지킴이 김종술 시민기자가 충남 세종시 세종보 하류에 위치한 요트 선착장에서 펄밭으로 변해 버린 바닥의 토사들을 손으로 퍼내 실지렁이를 찾고 있다. 실지렁이는 환경부가 정한 환경오염 최하위 등급인 4등급 지표종이다.
이희훈
김종술 기자는 거의 매일 같이 금강에 나간다. 차량 기름 값이 없을 때는 걸어 다니면서 4대강 사업 이후의 금강의 변화를 기록한다. 이 때문에 금강 물고기 떼죽음 사건, 준설선 기름 유출 사건, 큰빗이끼벌레, 공산성 문제 등을 가장 먼저 확인하고 이를 보도해 사회적 이슈로 만들었다.
현장의 진실을 알리는 데도 골든타임이 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진실을 밝히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이런 가정을 해보자. 만약 2012년 10월 금강에서 발생한 물고기 떼죽음 사건을 김종술 기자가 아닌 행정기관 관계자가 먼저 발견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 사건은 4대강 사업의 폐해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물고기 폐사 사건 당시 정부 부처는 '폐사한 물고기 수는 몇 백 마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권이 늘상 4대강 사업에 대해 말하던 것처럼 '별일 아니다'라는 입장이었다. 그 뒤 국립환경과학원은 폐사된 물고기는 6만 마리이며, 원인은 미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 부처의 발표는 현장을 지키고 있는 김종술 기자를 통해 깨졌다.
김종술 기자는 폐사한 물고기를 담은 마대자루 숫자를 계산해 60만여 마리가 폐사했다고 밝혔다. 4대강 사업이 아니면 물고기 폐사 이유가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후 충남연구원은 당시 30만 마리의 물고기가 폐사했고, 4대강 사업에 따른 용존산소 부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김종술 기자가 현장 사건의 골든타임을 지켰기 때문에 진실에 근접할 수 있었다.
돈은 없지만, '가오'가 있는 환경운동가김종술 기자가 자랑 아닌 자랑하는 것이 있다. 그는 "4대강 관련 기사를 약 800건 썼지만, 단 한 번도 언론중재위에 제소된 적이 없다"며 "발로 취재해 썼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그는 금강 현장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학계 및 언론사 등에서 금강 현장을 조사할 때는 항상 김종술 기자의 도움을 받고 있다.
30여 년 경력의 한 현직 언론사 기자는 김종술 기자를 '언론 독립군'이라 표현한다. 언론들이 제대로 역할을 못하는 시기, 김종술 기자 등이 언론인의 사명을 지켰다는 것이다. 환경운동 단체에서는 '금종술, 낙수근'이라고 치켜세운다. 금강에는 김종술, 낙동강은 정수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있어 4대강 사업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말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강의 특정 지점에 대해 알고 있는 이들은 많다. 하지만 김종술 기자처럼 강의 전체와 부분을 속속들이 꿰뚫고, 금강 유역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점은 전문 환경단체들도 김종술 기자에게 배워야 하는 부분이다. 만약 4대강 사업 초기부터 김종술 기자 같은 이들이 있었다면 아마도 이명박씨는 4대강 사업을 결코 완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김종술 기자에게도 어려움이 많다. 무엇보다도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다. 이 때문에 중앙언론사와 환경단체 등에서 그를 채용하겠다는 제안도 했지만, 그는 금강에 집중하고자 이를 거절했다. 금강과 지역의 환경전문기자로 향후에도 현재처럼 활동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금강의 요정'이자 진실을 추구하는 정의로운 기자, 돈은 없지만 '가오'가 확실한 환경운동가. 나는 환경전문기자이자, 환경운동가로서 그 역할을 더욱 확대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는 기레기가 판치는 '죽은 언론의 시대'에 살아남은 '별종 기자'다.
*제5화는 김종술 기자와 함께 4대강을 현장취재 했던 오마이뉴스 김병기 기자의 눈에 비친 '괴물 기자'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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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30만 마리 떼죽음, '골든타임' 지킨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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