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비 함부로 깎지 마세요, 왜냐면

대리기사 호송업무 직접 해보니.. 대리비, 여기서 떼이고 저기서 떼이더라

등록 2016.12.20 15:18수정 2016.12.2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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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4시간 동안 대리기사 호송업무를 보고 2만4천원을 벌었다. 하지만 휘발유값을 제외하면 실수익은 1만2천원 선이다. 이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4시간 동안 대리기사 호송업무를 보고 2만4천원을 벌었다. 하지만 휘발유값을 제외하면 실수익은 1만2천원 선이다. 이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 이재환


"지난해보다 수입이 반토막 났다. 갈수록 힘들다"

충남 홍성에서 대리운전업을 하는 A씨의 말이다. 대리운전기사들은 이따금 진상 고객의 폭언·막말을 견뎌가면서 일을 하기도 한다.

지난 19일, 기자는 충남 모처의 한 대리운전 업체에서 하루 동안 일했다. 내게 주어진 업무는 대리기사를 태워오는 것. 대리기사가 고객의 차를 몰고 출발하면 기자는 그 뒤를 따라 갔다. 기자가 맡은 임무는 목적지에 도착한 대리운전기사를 태워 무사히 돌아오는 것이다. 일종의 대리기사 호송업무인 셈이다.

19일 오후 7시, 대리기사 H씨에게 한 통의 전화가 왔다. H씨가 일하는 대리운전업체 사장의 전화였다. 대리기사들은 보통 스마트폰으로 수신되는 '콜'을 받고 일한다. 하지만 시골의 대리 운전기사들은 사장의 '오더'를 받고 움직이기도 한다.  

첫 업무는 예당저수지 인근에 있는 고객을 읍내까지 모셔오는 것으로 시작했다. 고객을 직접 상대하지 않아서 인지 업무가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H씨는 "고객이 몰리는 시간에는 무척 바쁘다"라며 "장시간 운전하다 보면 피로가 몰려오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이날은 유난히 손님이 없었다. 손님이 없다는 것은 대리 기사들에게는 대기 시간이 그만큼 길어진다는 뜻이다. 물론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 대리기사의 수입도 그만큼 줄어든다. 

대기 시간은 역시나 지루했다. 마땅히 할 일이 없어 스마트폰을 마지작 거리며 신문 기사를 살폈다. 이틈에 대리 기사 H씨는 "읍내는 1만 원, 시 외각은 1만5000원, 내포신도시는 3만 원"이라며 고객으로부터 받은 1만5000원 중 7000원을 기자에게 건넸다. 호송비 명목인 것이다.


나머지 8000원 중 25%는 사장몫이다. 그 나머지가 대리기사 H씨의 몫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대리기사 H씨가 챙기는 돈은 대리비 1만5000원에서 이것저것 떼이고 5000원 남짓인 것이다. 

기자는 이날 총 4건의 일을 했다. 수중에 들어온 돈은 총 2만4000원.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대략 4시간 일했으니, 언뜻 보기엔 최저임금 정도는 번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름(휘발유)값을 계산해 보면 결코 그렇지 않았다. 이날 기자는 대략 1만2000원가량을 기름값으로 썼다.


기름값을 제외하면 이날 기자가 번 돈은 1만2000원 정도. 대기 시간 1시간을 제외하더라도 최저임금(시급 6030원)에도 못 미치는 돈을 번 것이다. 이에 대해 H씨는 "대리기사 호송업무를 보는 분들은 대개 가스차를 몰고 다닌다"라면서 "오늘은 유난히 손님이 많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쯤 되자 단골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대리비를 깍는 것도 '진상짓'인 동시에 '갑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날도 한 고객은 "단골이라 매번 1만 원을 냈다"라면서 단숨에 대리비를 5000원이니 깎아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대리 기사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단골손님을 잃지 않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홍성에서 대리 운전업을 하고 있는 A씨는 "경기가 안 좋다는 말이 요즘처럼 실감나는 때가 없다"라면서 "취한 고객과 실랑이를 벌일지라도, 고객이 지금보다 더 많았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대리운전 #대리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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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전국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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