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소환하는 맛, "먹고 돌아서면 또 생각나"

옛날 맛 그대로... 여수 가람복집 생태탕

등록 2016.12.26 10:35수정 2016.12.2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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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살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입에 닿기가 무섭게 사르르 녹아든다. ⓒ 조찬현


명태는 한때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했다. 그 흔했던 명태가 무분별한 남획으로 인해 사라졌다. 지금은 러시아와 일본 미국 등에서 수입한 명태가 우리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 명태가 사라진 이유는 명태잡이가 한창이던 1970년대 후반 어린 명태인 노가리의 싹쓸이 때문이다. 당시 저인망 어선이 잡아 올린 명태 어획량의 80%가 노가리였다. 1990년대 이후부터는 명태가 잘 잡히지 않다가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해마다 겨울철이면 생물 명태(생태)로 끓여낸 생태탕이 생각난다. 어린 시절의 식탁에는 늘 명태가 식탁에 올랐다. 부엌에 밥 짓던 가마솥이 들썩이며 김을 뿜어댈 즈음에 어머니는 손질해놓은 생태에다 무를 어슷어슷 썰어 넣어 갖은 양념에 생태탕을 끓이곤 했었다. 

생태탕, 시원하고 달큰한 이 맛을 어찌 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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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들어왔습니다.’ ⓒ 조찬현


'생태 들어왔습니다.'

생태가 들어왔다는 문구가 시선을 붙든다. 여수 화장동의 가람복집이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가을부터 내심 생태소식을 기다려온 터였다. 복요리 전문점인 이곳에서는 12월초부터 이듬해 3월까지 생태탕을 선보인다.

지리산야생 뽕잎차 한잔 따라두고 맛을 음미하고 있으면 이어 식탁에 푸짐한 생태탕이 올라온다. 이집은 맑은 지리탕으로 끓여내는데 국물은 다시마와 대파 무 디포리 등으로 육수를 내서 사용한다. 생태와 콩나물 두부 무를 넣어 주방에서 끓여 미나리 고명을 올렸다. 식탁에서 한소끔 더 끓여 뜨끈하게 먹어야 제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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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맛 그대로... 여수 가람복집 생태탕 기본 상차림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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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탕은 식탁에서 한소끔 더 끓여 뜨끈하게 먹어야 제맛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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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탕에 들어간 곤이다. ⓒ 조찬현


풍성하게 담아낸 맑은 생태탕이다. 이들 식재료들이 뿜어낸 맛은 실로 담백 그 자체다. 생태와 곤이도 듬뿍 들어갔다. 육수를 사용해 국물 맛도 깊고 그윽하다. 생태살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입에 닿기가 무섭게 사르르 녹아든다. 곤이도 씹을 새도 없이 사라졌다.

언젠가 지인이 "이집의 생태탕은 먹고 돌아서면 또 다시 생각나는 맛"이라고 했던 말이 문득 떠오른다. 생태탕을 먹고 그 집을 돌아서나오는데 발길을 멈칫거리게 했던 맛이라고.


시원하고 달큰한 이 맛을 어찌 잊을까. 생태탕에서 옛 추억의 맛을 오랜만에 다시 느껴본다. 추억 속에 어머니의 손맛이 오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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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바다의 향기가 묻어난다. 파래무침이다. ⓒ 조찬현


여수 바다의 향기가 묻어난다. 파래무침이다. 간장과 소금 간에 약간의 식초를 가미했다. 바다 향과 식초 향에서 봄 향기가 살포시 피어오른다. 새우젓으로 간을 한 호박나물도 식감을 잘 살려냈다. 도라지생채 무침도 아삭하고 향긋하다. 이렇듯 간이 적절하고 깊은 맛이 배어있는 반찬들도 맛깔스럽다. 

생태살은 복요리에 잘 어울리는 이집의 특제소스인 지리수 소스에 먹어도 좋다. 오랜만에 옛 추억의 맛에 흠씬 젖어본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태 맛에 젖어있다는 이곳 주인장의 말이 공감되는 순간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련한 생태 맛에 젖어있거든요."

아~ 행복한 이 맛, 생태 이 녀석은 어디 갔다 이제 온 걸까. 가을철 전어는 집나간 며느리를 불러온다지만 겨울철의 생태는 어릴 적 어머니의 손맛을 되찾아준다. 추억의 맛을 소환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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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탕과 복지리탕에 사용할 콩나물을 다듬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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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고 달큰한 이 맛을 어찌 잊을까. 생태탕에서 옛 추억의 맛을 오랜만에 다시 느껴본다. ⓒ 조찬현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과 여수넷통에도 실을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명태 #생태탕 #어머니 손맛 #가람복집 #맛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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