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하고 진한 주말농장표 들기름

나날이 발전하는 남편의 주말농장

등록 2017.01.31 10:51수정 2017.02.01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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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주말농장에서 수확한 들깨로 짠 들기름 ... ⓒ 정현순


"엄마 들기름 정말 고소하고 맛있어요."
"그럴 거다. 아버지가 직접 농사지은 거잖아. 사서 먹는 거 하고는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하고."


"아빠가 이젠 들기름까지. 와 정말 대단하신데"하며 딸아이는 제 아버지 팔짱을 끼더니 수고 많으셨다는 말을 전한다. 남편의 입꼬리가 점점 올라가며 "그렇지 들기름 맛있지?"하며 활짝 웃는다. 남편도 자신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지난해, 초겨울인가? 어느 주말이었다. 살며시 나가던 남편이 검은 비닐봉지 두 개를 들고 들어왔다. 그러면서 "고소한 냄새 나지. 자, 이리와 봐. 내가 아주 좋은 선물 줄게"한다. 뜬금없이 무슨 소리인가 하곤 비닐봉지를 열어보니 한곳에는 들기름병이, 한곳에는 깻묵이 담겨 있었다. "이게 다 웬 거야?" "내가 지난번에 들깨 갖다 놨잖아. 그것으로 기름 짠 거야"한다. 남편의 말처럼 고소한 냄새가 집안에 진동하는 것 같았다.

남편은 직장을 다니면서 주말에는 작게 주말농장을 하고 있다. 앞으로 점점 시간이 많아질 것을 대비해 미리 연습을 한다고 한다. 나도 가끔 가보곤 하는데 남편이 농사를 잘 짓는 것 같다.

주말만 가니깐 그동안은 손이 많이 가는 농작물은 거의 하지 못했다. 남편은 어렸을 적에 할머니께서 농사짓는 것을 도와준 경험이 있어 그 기억을 되살리기도 하고, 옆에 농사짓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남편의 주말농장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까지는 심지 않았던 토란, 양배추도 수확했고 요즘엔 아주 가끔씩 시금치도 가지고 온다. 양파와 마늘은 겨울에 심는 거라면서 올겨울 김장거리를 뽑아내고 심었다고 한다. 그동안은 깻잎만 따 먹었는데 이젠 들깨까지 수확하게 된 것이다.


농약을 거의 치지 않으니 모양은 예쁘지는 않다.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나로서는 도와주지는 못하지만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런데 지난 늦가을로 기억하는데 들깨라고 하면서 제법 많이 가지고 왔다. 난 걱정이 되었다. "저 많은 들깨를 언제 다 먹지? 또 깻묵은?" 하면서. 그때 남편은 "별걱정을 다하네. 기름 짜면 되지" 했었다.

그러더니 들기름을 짜온 것이다. 모두 6병이 나왔다. 딸과 며느리도 나누어 주고 요즘은 김을 재는데 톡톡히 한몫을 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설 명절 나물 무치는데도 넣어 먹으니 아주 고소한 것이 입맛을 자극하기도 한다.


구운 김과 무친 나물을 먹으면서 "들기름 정말 맛있네. 당신 농사에 소질이 있나 봐"했다. 남편의 반응, 슬쩍슬쩍 나를 쳐다보면서 "올해는 들깨를 심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한다. "비싸게 구네. 알아서 해. 힘들면  안 해도 되고." 내가 세게 나가니깐 남편이 "당신이 그렇게 좋아하니 해야지"한다.

그러나 내 마음은 그렇지 않다. 농사짓는 일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건강한 먹거리를 가족에게 먹이고 싶어 농사짓는 남편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들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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