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해병대 1사단 수색대대 장병들이 26일 강원도 황병산 일대에서 한미 연합 동계 전술훈련을 마친 뒤 경북 포항 부대까지 439km에 달하는 거리를 장거리 전술무장행군(천리행군)으로 복귀하고 있다. 2017.1.26 [해병대 1사단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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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어머니에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고 합니다. 군에서 자식 잃은 부모에게 왜 이 나라와 국방부가 그리 모질게 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들 낳고 키워 가르쳐서 군대에 보냈는데 그 아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면 국가와 국방부가 미안하다고 해야할텐데 왜 그 부모를 이리 괄시하는 것인지 억울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려면 차라리 '징병 제도'를 폐지하라고 어머니는 말합니다. "당신 자식이 못나서 자살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 못난 자식, 내 품 안에서 잘 보듬어 살 테니 강제로 끌고 가지 말라며 목소리를 높입니다. 어머니의 분노에 할 말이 없어진 저는 "그래도 이제 아드님을 현충원에 안장했으니 마음은 좀 놓이시죠?"라고 말을 돌렸습니다. 그러자 이어진 어머니 말씀이 또 가슴을 칩니다.
"저는 이제 뿌리가 없는 사람입니다. 아들이 억울하게 죽었을 때는 그 한과 억울함이라도 풀고자 현충원에 안장이라도 하고 싶어 싸웠어요. 그런데 이제는 더 희망이 없네요. 전 자식이 하나도 없어요. 그런 사람이 밥은 먹어 뭐하고, 물을 마시면 뭐하나 싶어요. 자식이 없는 부모가 무슨 인생입니까?"할 말을 찾지 못한 저는 어머니의 앙상한 손을 잡아 드리는 것 외에 달리 할 일이 없었습니다. 그냥 미안하고 또 미안했습니다. 그런 어머니에게 어느 날 연락이 왔습니다. 밥을 같이 먹자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 딴에는 고맙다며 밥이라도 사주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어머니를 제가 다니는 시장통 3,500원짜리 수제비 집으로 모셨습니다.
그렇게 한 끼를 나눈 후 "이 밥은 제가 사겠다"고 했습니다. "비싼 밥은 어머니가 사시고 싼 것은 제가 사야 하니 그렇게 하게 해 달라"고 청했습니다. 하지만 "비싼 것도 내가 사고, 이 밥도 내가 사야 한다"는 어머니의 고집에 결국 졌습니다. 그렇게 해서 계산을 위해 어머니가 손 지갑을 꺼냈는데 열려진 지갑 안에서 언 듯 보이는 물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군인들이 목에 차고 다니는 '군번줄'이었습니다.
아들이 남긴 군번줄, 그 아픈 사연뜻밖의 군번줄을 본 저는 아드님 것이냐고 여쭸습니다. 그렇게 해서 듣게된 어머니의 사연은 이랬습니다. 첫 휴가를 나온 아들이 샤워부터 하겠다며 옷을 벗고 욕실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벗어 놓은 옷 위에서 이 군번줄이 보이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샤워를 마치고 나온 아들에게 "이게 뭐냐?"며 묻자 그때 듣게된 답변을 어머니는 내내 잊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아. 어머니. 그건 제 목숨보다도 더 소중한 물건이에요. 잃어버리면 큰일 나요."그랬습니다. 아들이 죽고 난 후 '아들 유품'이라며 어머니가 받은 몇 가지 물건 중 하나가 바로 이 군번줄이었다고 합니다. 순간 어머니는 아들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고 합니다. '내 목숨보다 더 소중한 물건'. 그날부터 엄마는 군번줄을 늘 가지고 다녔다고 합니다. 내 아들을 꼭 현충원에 안장하겠다고, 그때 이 군번줄을 아들과 함께 묻어 주리라 결심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날이었습니다. 아들의 안장식 날. 하지만 어머니는 오랜 숙원이었던 그 일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아들을 떠나보내며 복받쳐오는 슬픔에 정신없이 오열하다 보니 그만 군번줄 생각을 까맣게 잊어 버리고 만 것입니다. 그래서 뒤늦게 주머니에서 나온 아들의 군번줄을 보며 어머니는 또 그렇게 오열했다고 합니다.
이제 어머니는 자신이 죽을 때 이 군번줄과 함께 묻히겠다고 합니다. '자기 목숨보다 더 소중하다고 했던'군번줄을 엄마가 저 세상으로 가져가서 내 아들에게 꼭 전해 주겠다고 합니다.
이러한 엄마의 마음을 과연 이 나라 군대에서 높은 분들은 아실까요? 이 엄마들의 고통과 아픔을 아시나요? 연극 <이등병의 엄마>가 이 엄마들의 눈물을 기억하겠습니다. 무대에서 함께 외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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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운동가, 재야인사 장준하 선생 의문사 및 친일 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을 조사하는 조사관 역임, 98년 판문점 김훈 중위 의문사 등 군 사망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서-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오마이북), 장준하, 묻지 못한 진실(돌베개), 다시 사람이다(책담) 외 다수. 오마이뉴스 '올해의 뉴스게릴라' 등 다수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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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급 예정일에 죽은 아들, 엄마는 15년간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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