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석범이 <화산도>에서 꿈꾼 제주 사회는

고명철 교수 "근대 내셔널리즘과는 다른 제주만의 정치체의 구상"

등록 2017.02.14 17:25수정 2017.02.1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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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기 해방정국, 제주민들은 어떤 이상사회를 꿈꾸었는가.

'4·3문학'의 정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경계인인 재일조선인 작가 김석범은 대하소설 <화산도>에서 제주민들의 상상하는 세상을 근대 내셔널리즘(nationalism)으로 구축된 국민국가와는 다른 정치체(政治體)로 꿈꾸지는 않았을까? 

화산도의 정치체에 대해 설명하는 고명철 교수 2017년 2월 11일 서울시의원회관에서 "김석범의 [화산도]의 문제지향적 공간의 정치적 상상력"이라는 주제로 강의하는 고명철 교수 ⓒ 박진우


고명철 교수(광운대 국문학과)는 "해방정국의 혼돈과 새로운 이상사회를 꿈꿨던 시기에 제주4·3무장봉기가 벌어졌다"며 작가 김석범이 이야기하는 제주의 정치체는 '조선적인 것'에서 정리되고 있는데, 이 '조선적인 것'은 "제주 4․3의 문학적 진실과 제주의 독특한 정치적 공동체의 상상력을 이해"해야만 한다. 일반적으로 해석하는 "근대 내셔널리즘에 기반한 '국가공동체'만으로는 이해하기가 어렵다"며 제주민들의 이상사회가 존재하였음을 제기하였다.

'육지사는 제주사름(대표 박찬식)'이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내년 '제주4·3항쟁 70주년 기념위원회' 추진에 맞춰 지난 11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마련한 초청강연에서 고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고 교수는 특히 "작가가 지향하는 제주공동체는, 화산도에서 독특한 풍속문화인 제사의례를 통해, 해방공간에 대한 정치적 은유의 상징"으로 표현되었으며, 이를 통해 "제주공동체를 폭력으로 압살하는데 전위에 서 있던 서북청년단의 실체를 드러낼 뿐만 아니라, 이에 조금도 굴복하지 않고 비타협하는 제주민들을 작가의 정치적 상상력으로 부각 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고 교수는 "혁명의 기치 속에서 해방이 정념을 북돋우며 부르는 맷돌노래, 방아노래, 해녀노래들이 항쟁노래로 전환되어 제주의 구술연행이 혁명과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증명해준다"며 "오히려 4·3무장봉기는 제주민중의 새로운 사회건설을 위한 정치적 염원이 자연스레 동반되어 노동요가 항쟁노래로 전환되어 한층 실감을 얻는다"고 강조했다.

제주국제공항내 제주43 발굴 현장 참여정부시 제주43 발굴 사진으로 머리를 이웃하고 온 몸이 뒤뜰린 상태에서 발굴된 제주 정드르비행장(현 제주국제공항)내 집단 학설터 ⓒ 박진우


고 교수는 "김석범의 '조선적인 것'은 제주가 지닌 정치적 상상력과 밀접히 연동된 것으로 밀항과정에서 이방근이란 인물을 통해 식민주의 청산과 반혁명분자의 배신행위를 응징하며, 밀항선 위에서 제주공동체의 정치적 상상력을 배가 시켜준다"고 덧붙이며 '제주4·3'을 '항쟁'이라고 한계를 긋는 것은 작가의 정치적 상상력을 가두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한반도의 경계인이자 나이 90이 넘는 세계적인 문학인인 김석범과 김시종은 해방정국에 제주인들이 꿈꾸는 정치체를 '제주4․3'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였고, 작가는 '화산도'에서 표현하고자 하였음을 강조하였다.

한반도의 끝인 남쪽에 있는 섬 제주. 그들의 꿈꾸는 이상향이 왜 '빨갱이 섬'으로 낙인찍혀 살육의 장이 되었는지에 대해 역사는 역사는 침묵하고 있다.


이날 박찬식 '육지사는 제주사름' 대표는 내년 '제주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 발족과 관련하여 지난 20년 동안 "4.3특별법과 정부의 공식사과라는 성과도 있었지만 그에 따른 조치를 압축하면 '정의 없는 명예회복'이었다"며 "4·3의 정명과 전국화·세계화를 통한 평화와 통일, 인권의 메시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명철 #김석범 #화산도 #제주43 #육지사는 주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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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보장된 정의의 실현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실천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노력이 지속될 때 가능하리라 믿는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토대이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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