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청와대의 KBS 보도통제 증거 공개지난 2016년 6월 30일 오후 서울 중구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청와대의 세월호 보도 통제 증거 공개 언론단체 기자회견'이 자유언론실천재단, 동아투위,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노조 주최로 열렸다.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참사 직후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 김시곤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내용에 항의하고, 편집에 개입하는 내용의 육성 녹음파일이 공개되었다.
권우성
전두환 정권 시절 '땡전뉴스'라는 말이 유행했다. 땡전뉴스는 뚜뚜전뉴스라고도 했는데 전두환 정권은 언론을 통제하여 매일 저녁 9시 뉴스 앞머리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정이 보도되도록 했다. 매일 9시 10초 전이 되면 TV에서는 "뚜뚜뚜"하는 시계음이 흘렀고 9시 정각이 되면 "땡" 소리와 함께 '전두환 대통령 각하께서는…' 이라는 멘트의 뉴스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9시 정각을 알리는 '땡'과 전두환의 첫 글자 '전'을 붙여 '땡전뉴스'라 하거나 시계음 '뚜뚜' 뒤에 전을 붙여 '뚜뚜전뉴스'라 부르곤 했다.
실제로 전두환 정권은 문화공보부 홍보정책실을 통해 거의 매일 각 언론사에 보도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보도지침은 각종 사건들이 '가, 불가, 절대불가' 등으로 구분되어 있었고 이들의 보도 여부뿐만 아니라 보도방향과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적혀있어 사실상 언론의 제작을 정부 기관이 주도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정권의 입맛에 맞는 뉴스만 보고 들어야 했다.
2009년 이명박 정권은 인수위 시절부터 언론통제 의혹에 휩싸였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언론사 간부와 산하기관 단체장 등의 성향 조사를 정부 부처에 지시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당시 인수위는 문화관광부 소속 인수위 전문위원의 개인적 돌발행동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의 언론 통제는 기우가 아니었다. 2009년, '언론사의 소유권 규제 완화'와 '신문사의 종합편성채널 진입 확대'를 골자로 하는 일명 미디어법이 야당의 극렬한 반대에도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에 의해 국회에서 날치기로 통과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결국 종합편성채널은 조선, 동아, 중앙과 매일경제신문이라는 보수신문들에게 돌아갔고 한국의 언론의 다양성은 크게 훼손되었다.
박근혜 정권에서는 KBS 보도국장 김시곤이 길환영 KBS 사장의 보도통제를 폭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길환영 사장이 대통령과 여당을 비판하는 기사를 삭제하고 그 자리를 대통령 동정 보도로 채우도록 지시했다는 것이었다. 더 나아가 청와대가 세월호 침몰 사고의 보도에 대해 수시로 외압을 행사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이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정현 새누리당 전 대표의 세월호 보도와 관련 외압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퍼졌다.
박근혜 정권은 더 나아가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도하여 문화예술계 인사 1만여 명을 좌파성향으로 분류해 정부지원사업에서 제외시키는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기도 했다. 언론을 통제하여 국민의 눈과 귀를 막는 데 그치지 않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여 국민들의 입까지 막겠다는 의도였을 것이다. 결국 한국은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에서 이명박 정권시기 세계 69위로 내려앉았고 박근혜 정권 시기에는 70위에 이르렀다.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자 했던 전두환 정권은 국민들이 직접 들고 일어난 80년 6월 항쟁으로 무너졌고 박근혜 정권은 광화문을 매운 100만이 넘는 촛불 시민들의 손에 끌려 탄핵심판대에 서게 되었다.
공화국은 권력이 독점되지 않고 견제와 균형이 가능하도록 분산된 통치 체제다. 이런 의미에서 백성들에게 왕이 쫓겨나고 권력이 분산되어 통치되었던 주나라의 공화시기를 차용한 '공화제'는 적절한 번역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권력을 독점하고 백성들의 입을 틀어막으려던 주나라 려왕은 기원전 9세기 무렵 백성들에 의해 나라에서 쫓겨나 타지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다.
소공은 이미 2800여 년 전 백성의 입을 틀어막는 것은 강물을 막는 것과 같아 결국은 터져 많은 이가 다치게 될 것이라는 충언했다. 그런데 지금 2800여 년 전 소공의 충언을 다시 끄집어내 이 땅의 통치자들에게 들려주어야 하는 상황으로 되돌아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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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사람사이 대표 변호사다. 민변 부천지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경기도 의회 의원(부천5, 교육행정위원회)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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