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일 수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박 특검이 3일 낮 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마치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로 돌아오고 있다.
연합뉴스
박 특검은 1차 대면조사 협의가 무산된 뒤 다시 대면조사 협의를 벌인 과정에 대해 "어떻든 조사 중간에 조사가 중단되는 사태는 막아야 하기 때문에 녹음·녹화가 아니라 녹음만이라도 하자, 녹음만 하게 해준다면 다 양보하겠다고 했다"며 "별 것도 아닌 일로 '하루 전에 (언론에) 샜다'고 하면서 (대면조사를) 깨는 사람들인데 도저히 무슨 일이 생길지 몰랐고, 조사 과정에 대한 여러가지 억측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녹음을 하는 문제는 분명히 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특검은 "그런 말이 전혀 안 먹혔다. (청와대 측은) 참고인의 경우에는 녹음에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했지만, 우리가 참고인 조서를 받겠다는 것은 형식적인 것이었지 원래는 피의자 신문조서를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우린 진술조서를 받는 게 목적이었다. 우리는 정말 조사해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특검으로선 피의자로 지칭하지 않는 데까지 양보해서 참고인 진술 형식을 취하려 했는데 박 대통령 측이 그걸 이용해 녹음 불가를 고집했다는 얘기다.
특검팀이 대면 조사를 끝내 성사시키지 못해 어느 수사기관도 박 대통령에 직접 물어볼 기회가 없었던 점에 대해 박 특검은 "국민들한테 그래서 미안하다 솔직히"라고 말했다. 그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 관련 사건, CJ라든지 SK라든지 롯데, 3개 (대기업) 사건을 밝혔더라면 특검으로서 최소한의 소임은 다했다고 할 텐데, 그걸 못한 게 국민들에게 참 죄송하다. 우리가 시간을 못 맞춘 것도…"라고 말했다.
"김기춘 압수수색 때 예의 다 했는데 '특검을 구속하라'?" 하지만 박 특검은 "참 위태위태했다. 검사들 병원 가고 코피 흘리고…"라면서 "매일매일이 위기였다"고 회상했다. 박 특검은 가장 위기였던 때를 "삼성 (이재용 부회장 뇌물죄 구속) 영장이 기각됐을 때 굉장히 위기였다"며 "하지만 법원에서 지적한 대로 사건을 다시 보자, 그렇게 다시 보고 하는 과정에서 다시 사건이 풀려갔다"고 전했다.
박 특검은 수사를 하면서 가장 가슴 아팠을 때를 정치권 일각에서 '특검이 강압수사를 한다'고 공격했을 때를 꼽았다. 최순실씨는 특검에 소환되면서 '자유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라고 소리쳤고,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압수수색 당시 의식불명 상태인 김 전 비서실장 아들 집을 압수수색 한 일을 문제삼아 집권 여당 국회의원이 공개적으로 특검 해임을 주장하기도 했다.
박 특검은 "제일 가슴 아픈 건 우리 특검의 수사가 너무 거칠다고 막 혹평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정말 억울하다"며 "최순실씨한테 한방 먹었는데, 하하, 오히려 그게 더 우리 검사들이 적법 수사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됐다. 오히려"라고 말했다.
박 특검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갔을 때 증거를 미리 다 옮겨놓았던 상황을 전하면서 "우리가 분석해보니 그 (압수수색) 전전날 동네 CCTV에 잡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어디로 옮겼느냐, 일주일 동안 추적을 했다. 보니까 바로 인근에 있는 딸 집으로도 가고 아들 집으로도 가고 했다"며 "아드님이 굉장히 아픈 상황에서 그걸 찾으러 가야 하는데 정말 고민 끝에 검사들이 가서 아주머니랑 (김 전 실장 아들) 부인한테도 '(김 전 실장 집에서)가져온 것만 주십쇼' 절대 마음 상하지 않게 그렇게 예의를 갖추고 그랬다"고 밝혔다.
박 특검은 "그랬는데 나중에 정치권에서는 뭐 밤 12시에 들이닥쳤다고 뭐라 하는데 아니 나도 인간이고 검사들도 인간이고, (김기춘 전 실장은) 내가 5공비리 수사 때 검찰총장으로 모신 분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겠느냐"며 "그렇게 비난할 땐 참 좀 가슴이 아프더라. 그렇게 비인간적인 수사는 아니었는데"라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박 특검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특검에서 소환조사를 받을 당시 따로 만난 일도 전했다. 당시 김 전 실장은 박 특검에게 부인과 자녀의 건강 문제를 호소했다고 박 특검은 밝혔다. 박 특검은 "조사 끝난 날 12시쯤 가서 뵈었다"며 "그 분은 연세도 있고 그래서 되도록이면 한 번에 조사를 끝내자고 했는데, 법정에선 특검을 저기 뭐 (구속)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블랙리스트 관련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실장의 변호인은 지난달 28일 공판준비기일에서 "직권남용을 한 건 특검"이라며 "구속 수사 받아야 하는 건 특검"이라고 주장했다.
"블랙리스트 수사, 공무원들이 기다리는 분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