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일 오후 서울 광화문일대에서 열린 '촛불의 선전포고-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 6차 범국민행동'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7년 3월 10일 11시 21분, 많은 국민들과 우리 유가족들에겐 꿈속에서라도 이루고 싶었던 일이 드디어 실현되었습니다. 판결의 내용이 다소 기대에 못 미치지만, 그래도 이날은 참사 당일과 더불어 우리네 인생에서 영원히 잊지 못할 날로 기억될 것입니다. 재임 이후, 특히 국회의 탄핵소추가 가결된 이후, 단 한 번도 대통령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박근혜의 탄핵이 인용된 날이며, 유가족들에겐 진상규명이란 희망의 불씨를 다시 살린 날입니다.
또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는 오직 국가와 국민만을 생각하고,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열심히 일할 자세가 되어있는 다음 대통령을 기다릴 수 있게 만든 날입니다. 물론 박근혜의 잔당들은 국회선진화법 뒤에 숨어서 계속 거센 저항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승리를 맛본 국민들은 결코 그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다음 대통령이 될 당신이 누구인지 예측할 순 없지만, 당신이 누구이든 상관하지 않고 무조건 이런 세상을 만들어 주실 것을 간절하게 소망할 것입니다.
다음 대통령은 영하의 추운 날씨에 광장을 뜨겁게 데워 주었던 촛불의 진정한 의미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촛불은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발전을 위해, 그리고 국가 권력에 의해 힘들게 살고 억울하게 희생되었던 사람들의 불꽃 같은 혼이 담겨 있습니다. 촛불의 눈물 속에는 억울하게 죽어가고 핍박받으며 살아남아야 했던, 이 나라의 진정한 주인 국민들의 피와 땀과 한 맺힌 눈물이 들어 있습니다. 촛불의 함성 속에는 이 나라를 이 꼴로 만든 부패한 정권에 대한 원망이 들어 있지만, 당신이 정의로운 나라로 만들어 달라는 희망가도 들어 있습니다.
촛불의 불꽃은 모든 적폐를 불사르고 공직비리, 정경유착, 불법행위 이런 잘못된 제도와 관습을 청산해달라는 국민들의 염원이 담겨 있습니다. 금수저가 없고 흙수저가 없는 나라, 누구나 노력하면 잘사는 공정하고 공평한 나라, 약자를 보호하고 배려하는 인간적인 나라, 이런 소박한 나라에 살고 싶은 꿈이 촛불에 담겨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촛불은 독재정권에 항거하였으나 개혁엔 실패한 과거의 아픔을 딛고, 어렵게 다시 피어난 민주화의 소중한 꽃이란 것을 결코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 마지막 기회란 것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다음 대통령께서는 세월호 참사 및 가습기 사건 등을 비롯하여 많은 국민들이 의문을 제기하는 사건에 대하여, 부패한 기득권 범죄세력의 저항을 물리치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가 처벌이 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주십시오.
어떤 사건이든 가족들에게 있어 진상규명이란 빛이 없는 암실에서 잃어버린 소중한 물건을 찾는 것과 같은 매우 불확실하고 고된 작업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진실을 찾아가는 열쇠는 국가가 쥐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소명의식을 가지고 약간의 빛만 비추어 준다면 진상규명은 결코 멀리 있지 않습니다.
당신은 쉬운 길을 찾기 위해 부패한 범죄세력과 손잡지 말아야 합니다. 안전한 나라와 살기 좋은 나라는 결코 부패한 기득권 범죄세력과 공존할 수 없습니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손에 진상규명과 관련된 서류 뭉치를 들려주는 나라는 참으로 나쁜 나라입니다. 늦었지만 그들이 얼었던 마음을 풀고, 희생된 가족들의 명복을 빌면서 맘 놓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지극히 정상적인 나라로 만들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검찰과 언론을 믿을 수 있는 나라, 당신이 만들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