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 노동자는 박봉과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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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가 끝나가는 6시, 교대를 하면서 동료가 물었다.
"오늘은 쉬는 날인데 날도 좋으니 산이라도 가시죠?" "팔자 좋은 소리 하시네요. 사는 게 힘들어서 오늘도 알바 나가야 합니다!" 이에 금세 그의 동조(同調)가 이어졌다.
"하긴 저도 알바를 하지 않으면 이 박봉으론 도저히 살아나갈 방도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저는 대학생 자식까지 있는 까닭에..." 그에 비해 나는 두 아이가 대학을 마치고 직장까지 다니고 있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긴 하지만 그건 고작 정서적 입장의 접근이고, 현실적 관점에서 보자면 여전히 험준한 '보릿고개'나 다름 아니다.
알바를 가기 전, 퇴근하는 즉시 잠을 청해보지만 숙면을 취하기가 힘들다. 사방이 훤하거늘 어찌 그리 잠이 쉬 올 수 있단 말인가. 이리 뒤척 저리 뒤척거리다가 겨우 두어 시간 눈을 붙이면 그나마 다행이다.
경비원의 고충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1년 단위의 계약직인 까닭에 고용불안의 먹구름은 늘 그렇게 밧줄처럼 전신을 친친 동여매고 있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문제는 '박봉'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사실상 '최저생활비'에도 못 미치는 그야말로 조족지혈인지라 매달 적자다.
더욱이 나처럼 외벌이 남편과 가장의 경우 그 생활고는 이루 말할 나위조차 없다. 연봉이 2천만 원에도 못 미친다. 때문에 쉬는 날엔 알바와 투잡까지 병행하는 중이다. 요즘 내가 주로 하는 알바는 선배의 사무실에 나가 잔무를 도와주는 것이고, 나름의 '투잡'은 여기저기에 글을 쓰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가외로 버는 돈(원고료 포함)은 월 평균 20~40만 원 안팎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활형편이 당최 개선되지 않는 건 작금 우리나라의 경제가 가히 전방위적으로 위기 상황인 까닭인 것도 한몫하지 싶다.
주지하듯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가뜩이나 침체일로였던 국내경기를 불황의 터널로 밀어 넣는 악재로 작용했다. 취임 초기 박근혜 대통령은 여타의 역대 대통령들처럼 국민의 편안한 삶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경험해보니 그건 말짱 거짓말이었고 되레 서민의 삶만 더욱 궁핍하게 만들었다. 노무현 정부 당시 담배 한 갑 당 500원 인상계획에 펄쩍 뛰며 반대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선거가 없는 해를 골라 무려 2000원씩이나 올렸다. 이걸 보며 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솔직히 '일구이언'의 못 믿을 인물이라며 혀를 내두른 바 있다.
어쨌든 이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준엄한 법의 심판을 기다리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하였고 내처 대선 일자마저 확정되기에 이르렀다. 대선이 5월 9일로 가시화되면서 여아를 막론하고 군웅할거의 대선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지는 모양새다.
5월 9일에 누가 대통령이 되었든 간에 우리네 국민들이 바라는 바는 한결같다. 그건 바로 지금의 '간난신고(艱難辛苦)'의 삶을 조금이나마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