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차도에 처음 세워진 세월호 가족 천막 내부
안홍기
너무나 따뜻했던 섬사람들, '잔인한 4월'엔 동거차도로
동거차도의 천막은 언젠가는 철거될 운명이다. 세월호 가족들도 그 점을 알고 있었다. 더는 감시할 대상도 없는데, 천막을 철거할 그 날이 오면 왠지 쉽게 연장을 들 수 없을 것 같다. 이미 이곳에 정이 많이 들었다.
동거차도 주민들은 너무나 따뜻했다. 든든하게 먹어야 버틸 수 있다며 생선과 반찬을 갖다 주는 건 다반사고, 몸 좀 편하게 있으라고 세월호 가족들에게 자기 집을 개방한 선장님도 있었다.
머리 좋은 진돗개 차돌이도 마을 인심을 닮았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천막으로 올라와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놀았다. 세월호 가족들의 마음을 아는지, 차돌이는 멍하니 앉아 맹골수도를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차돌이가 잘하는 건 천막으로 오르는 이들에게 길을 안내하는 일이었다.
천막으로 가는 길 나뭇가지에 걸린 노란 리본들 하나하나도, 그동안 물과 식량 등 필요한 물자를 옮기는 데 활용한 지게도 다 그리울 것 같다. 언제고 '잔인한 4월'이 오면 다시 이 섬으로 들어와 천막이 있던 자리에 서서 맹골수도를 내려다보고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세월호 가족들이 언제까지고 동거차도에 머무를 수만은 없다.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넘어 안전한 사회, 아이들을 안심하고 키울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게 지켜주지 못한 아이들의 명예가 회복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일을 위한 든든한 동지들은 이미 모였다. 같은 날 아이들을 떠나보낸 부모들은 이곳에서 고락을 함께하며 혈육보다 더 강한 유대로 묶였다. 서로 본적도, 아무 인연도 없던 수많은 시민들이 참사 3년이 다 돼 가는 지금까지 노란 리본을 달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세월호 가족들과 시민들은 함께 촛불을 들고 세월호 참사 책임을 부인하는 대통령을 몰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