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분식집... 영화 세트 아닙니다

시간이 내려 앉아 멋을 내는 골목길, 합덕시장

등록 2017.04.02 19:36수정 2017.04.02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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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오래되고 낡은 것에서 편안함을 느낄 때가 있다. 오래된 건물과 오래된 분식집 등 가끔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옛 추억을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은 웬만한 시골의 골목에서조차 '옛스러운 멋'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건물이 조금만 오래되거나 낡으면 개발이라는 명목아래 부수고 새로 짓지를 반복해온 결과이다.

a  마치 시간이 내려 앉아 있는 듯한 건물이다. 합덕 시장 인근 골목길에는 이런 오래된 건물들이 더러 남아 있다.

마치 시간이 내려 앉아 있는 듯한 건물이다. 합덕 시장 인근 골목길에는 이런 오래된 건물들이 더러 남아 있다. ⓒ 이재환


우연히 오랜 세월이 고스란히 내려 앉아 있는 듯한 낡은 건물들을 발견했다. 지난 1일 충남 당진군 합덕읍에 있는 합덕전통시장을 둘러 봤다. 합덕장은 1일과 6일에 열린다. 예산군 덕산면과 고덕면, 당진군 합덕읍은 사실상 하나의 생활문화권이다. 실제로 이 세 개 읍면은 조선시대에는 홍주(홍성의 옛 이름)목 덕산현에 속해 있었다.


세 개 읍면 중에서도 특히 합덕은 1970~1980년대에 지어진 옛 건물들이 비교적 많이 남아 있다. 합덕시장 뒷골목에는 마치 영화의 세트장처럼 중간 중간 낡은 건물들이 눈에 띄었다. 낡은 건물 위로 시간이 내려 앉아 나름 멋을 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오래된 건물 사이를 추억을 더듬어 가며 누비다 보니, 어느덧 옛날 떡볶이와 김밥 쫄면 등을 파는 분식집 앞에 도착했다. 낡고 오래된 건물의 떡볶이집 벽면에는 언제쯤 쓰였을지 가늠조차 어려운 낡고 오래된 차림표가 붙어 있었다.

a  80년대부터 영업을 해오고 있다는 오래된 분식집의 차림표

80년대부터 영업을 해오고 있다는 오래된 분식집의 차림표 ⓒ 이재환


떡볶이를 팔고 있는 분식집 주인아주머니조차도 정확히 언제부터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했는지 기억을 하지 못했다. 다만 이곳을 자주 찾는 다는 한 지인은 "중학교를 다니던 1983년에도 그 자리에 분식집이 있었다"고 전했다.

주인아주머니가 내어온 떡볶이에서는 기분 탓인지 아주 오래 전에 먹었던 '옛날 떡볶이' 맛이 나는 듯했다. 합덕 시장 인근 뒷골목에는 지금도 이처럼 낡고 오래된 건물들이 많다. 추억을 곱씹고 되뇌이다 보니 눈앞에 시한편이 적힌 벽화가 보였다. 시는 충남 서천 출신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다.

a  오래된 분식집에서 먹은 떡볶이에서는 기분 탓인지, 옛맛이 느껴지는 듯 했다.

오래된 분식집에서 먹은 떡볶이에서는 기분 탓인지, 옛맛이 느껴지는 듯 했다. ⓒ 이재환


오래된 골목길과 오랜 세월 비바람을 견디며 버텨온 낡은 건물, 누군가의 손때가 묻어 있는 오래된 책과 사람 사는 정이 느껴지는 전통시장 등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것은 '너' 말고도 참 많은 것 같다.


합덕시장 인근에는 충남남도 기념물로도 지정된 합덕성당과 김대건 신부의 고향집이 있는 솔뫼성지 등의 천주교 성지가 있다. 솔뫼성지나 합덕성당은 주말이면 성지 순례 겸 관광을 오는 방문객들이 많다.

시간이 허락 된다면 성지 주변에 있는 합덕시장과 그 근처의 골목길을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a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이 벽화로 그려져 있다. 합덕.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이 벽화로 그려져 있다. 합덕. ⓒ 이재환


#합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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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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