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복숭아를 심는다니..."

FTA피해 짊어진 농촌, 아로니아도 생산 급증

등록 2017.04.03 17:40수정 2017.04.0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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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한-칠레FTA(무역자유협정)가 본격화 되며 된서리를 맞은 과수 중 하나가 복숭아다.

전국적으로 폐원신청이 급증했고, 충남 예산군에서도 복숭아 과수농가 중 절반이 넘는 59농가가 나무를 뽑았다. 면적상으로는 군내 전체 복숭아 과원 30㏊ 중 20㏊가 폐원해 70%가 사라졌다. "복숭아 농사는 이제 끝났다"는 말이 나왔다.

그런데 10여 년만에 다시 복숭아 재배가 늘어난다고 한다. 농식품부가 2016년 FTA폐원지원사업이 종료됨에 따라 작목전환 의향조사를 실시했는데, 과수재배를 계획하고 있는 농가가 가장 많았고, 과수 중에도 포도·블루베리의 대체작목으로 복숭아가 28.4%로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아로니아(14.9%), 자두(12.6%), 사과(6.9%) 순이다.

특히 이런 선호가 이미 반영돼 복숭아, 아로니아, 자두, 사과는 최근 재배면적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가격폭락이 우려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5년 후면 복숭아 생산량이 42%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10년 전 복숭아를 뽑아냈는데 다시 심고 또 불안한 시간이 흐르고 있는 것.

이같은 변화는 수입개방으로 인한 불안전한 농업환경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블루베리 또한 예산군에서 수입개방 피해를 본 작물이다. 묘목을 들여왔던 10여년 전만해도 재배가 쉽고 가격이 높아 너도나도 심었다. 2006년 75농가가 심기 시작해 2014년 200여농가로 늘었고, 재배면적 40여㏊에 연간 300여톤이 생산됐다. 이렇게 늘기까지는 농업기술센터의 지속적인 기술지도와 시설지원이 한몫했다.


그런데 2016년 블루베리까지 FTA피해보전직접지불금 및 폐업지원대상 작물이 됐다. 이는 대상과일의 수입급증으로 더 이상 재배가 곤란하다고 판단해 지급하는 지원금이다.

지난 1월 31일 기준 예산군내 블루베리 재배농가 41농가가 피해보전직접지불금을 받았고 41농가가 폐업지원금을 받고 나무를 뽑았다.


블루베리에 이어 수년 전부터 들어오기 시작한 아로니아는 어떨까. 아로니아는 웰빙시대 선택받은 과일로 급부상했고 농업6차산업화와 때를 맞춰 재배·가공 등 다양한 방면에서 농업기술센터 등의 지원이 이뤄졌다. 그런데 농식품부 발표자료에 따르면 5년 안에 아로니아 생산량이 138% 증가한다. 또 피해가 예상되는 작목이다.

농작물은 '땡처리' 하듯 수시로 바꿀 수도 없다. 예상됐던대로 공산품 수출을 위한 FTA의 피해는 농민들이 짊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3월 20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폐업하는 농가들이 타 과수로 작물전환시 수급여건을 고려해 신중을 기할 것을 당부"했으며 "지자체와 생산단체들에게도 농가지도에 철저"를 밝혔을 뿐 대안은 내놓지 않았다.

4H활동에서부터 농업후계자까지 40년 넘게 농업에만 종사한 예산군 오가면에 사는 한 농민은 "수입개방을 지향하는 농업정책 아래에서는 기본적으로 배겨날 작물이 없다. 이미 농사꾼들은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FTA로 수백년 이어 온 지역별 작물재배 체계와 생산균형이 모두 깨져 버렸다. 농업이 투기화 된 느낌이 들 정도다"고 개탄했다.

이어 "FTA란게 기업(제조업)을 위해 농업은 가진 게 없어도 무조건 퍼줘야 한다는 정책이다. 그런데 기업이 FTA를 체결한 여러나라에 수출을 많이해서 나라경제가 좋아졌냐면 그것도 아니다. 이제 FTA에서 농업은 빼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덧붙이는 글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와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FTA 피해 #FTA폐원지원 #과수작물전환 #농업정책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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