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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연
사랑하는 두 딸에게.
나중에 아주 나중에 애비가 죽고 없을 때, 한줌 재가 되어 세상에 없는 애비가 그리울 때, 사는 게 막막하다며 괜한 눈물 그렁그렁하지 말고 살아생전 아비가 읽던 시집을 읽어보아라. 시집 쪽마다 애비의 침이 묻어있고 행간마다 묻어있는 애비의 숨결과 눈물을 만지다보면,
때로 밑줄 그어진 행간을 만나 죽은 애비를 본 듯 반가워하다보면, 겨우내 굳은 땅을 박차고 올라오는 새싹처럼 힘이 솟고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겠느냐?
미안하구나. 55평짜리 아파트라도 물려주었으면 좋으련만 그 잘난 시집 수천 권이 뭔 소용이랴? 미안하구나. 그래도 아비는 시집 한 쪽 한 쪽 넘길 때마다 '사랑'이라는 시어가 나오면 혼자 웃기를 여러번이었느니...
"나두 딸 둘을 이렇게 사랑했는데, 나두 그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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