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희
제가 오마이뉴스에
<2평 고시원, 보란 듯이 적응하기>라는 제목으로 기고했던 것이 지난 2008년도의 일입니다. 어느덧 10년이 다 되었네요. 그리고 강산이 바뀌기 직전인 지금도 저는 고시원에 생활하고 있습니다. 만성적인 가난에, 아무리 노력해도 수백만 원이란 보증금이 만들어지질 않더라고요.
제 일상이 비극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선천적으로 건강이 좋지 않지만, 제 능력 닿는 한도 안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고 좋아하는 글쓰기와 운동에도 일 못잖은 열정을 들이고 있습니다. 저는 그저, 작은 방에 살고 있을 뿐입니다.
물론 고시원 생활이 정말 괴로울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면적으로 계산하면 타워팰리스 월세 뺨친다는) 다달이 꼬박꼬박 내야 하는 입실료 부담도, 좁은 평수도 아닙니다. 작은 창문도, 옆방 소음도, 세탁기나 주방 등을 같이 써야 하는 불편도 아닙니다. 바로 '연민'입니다. 저는 여기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물론 고시원이라는 주거공간이, 대한민국 헌법상 기본권인 환경권과 사회권을 충족시키는가. 즉,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본인은 고시원 거주자도 아니면서, '이미 사람이 사는 공간'더러 '관 같다, 감옥 같다, 사람 살 곳 아니다'라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을 종종 봅니다. 그렇게 해서 본인의 정의감은 불타오를지 몰라도, 그건 그냥 폭력입니다.
<와세다 1.5평 청춘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한국식 고시원은 아니지만) 1.5평짜리 방에 살게 된 어떤 청년의 이야기인데요, 흥미롭게도 주인공은 그 작은 방 안에서 마치 무한대의 망망대해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주인공은 이를 '막막증'이라 표현하며 이 갑갑함과 먹먹함에 대한 묘사에 챕터 하나를 전부 할애하죠.
하지만 놀랍게도 이 책의 전체 장르는 코미디입니다. 1.5평에 사는 이웃들은 하나같이 귀여운 괴짜들이고 주인공은 잠시도 쉬지 않고 엉뚱한 일을 벌입니다. 수영에 심취하거나 점집을 운영하는가 하면 갑자기 일본 전통악기를 배우는가 싶더니 급기야 텔레비전 출연까지... 주인공의 좌충우돌을 읽고 있노라면 정말 배꼽 잡습니다.
막연한 연민, 거절합니다
고시원 총무 일까지 했다는 허지웅씨는 저서 <버티는 삶에 관하여>에서, 고시원이라는 공간에 대해 '나도 거기 좀 살아봤었는데...'하며 가볍게 이야기하는 혹자들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그에게 있어 고시원은, 많이 가난하였던 젊은 날의 그에게 한 몸 뉘일 수 있는 고마운 공간이었기 때문이죠.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가세가 빠르게 기울어 결국 여기까지 오고야 말았으나, 이곳은 오로지 제가 제 힘으로 노동해 마련한 저의 공간입니다. 정성을 다해 대나무 행주로 바닥을 문지르고, 공기정화식물에 물을 주고, 비즈니스 호텔을 전전하며 글을 쓰던 시절에 어깨너머로 배운 호텔식 침구 정리법으로 공간을 깔끔히 하고 나면 세상천지에 이보다 사적이고 마음이 놓이는 공간이 없습니다.
오해는 마시기 바랍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국에서 수많은 이들이 2평도 안 되는 공간에 사는 2017년 대한민국 현실을 '긍정적으로' 보자는 것이 아닙니다. 국토교통부가 정한 최소 주거면적에도 못 미치는 공간에 20대들 상당수가 사는 것은 국가적인 비극이죠.
우리는 인간의 일상을 지탱하는 의식주 중의 하나인 주거에 대해 국민으로서 '당연한 복지'를 주장해야 합니다.
하지만 모든 국민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는 헌법의 최고 원리를 생각했을 때, '사람 살 곳'이 못 되는 공간일지언정 거기에 정말로 사람이 살고 있다면 2차 폭력이 될 수 있는 발언들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제 주장입니다. 이 또한, 최소주거면적인 14제곱미터에 못 미치는 공간에 사는 저와, 또 고시원에서 오늘과 내일을 살아야 하는 모든 이들의 권리임을 외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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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 '고시원 불쌍하다'고? 그저 작은 방에 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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