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어르신의 죽음, 대선후보들은 왜 모른 척하나

[적폐청산 그리고 미래⑥] 백남기 어르신 진상규명과 농촌살리기를 위해 투쟁하는 장명진님

등록 2017.04.26 15:58수정 2017.04.2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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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민혁명은 마침내 박근혜를 파면시키고 구속시켰다. 촛불의 바다 속에서 시민들은 박근혜 구속을 넘어 '적폐청산'을 외쳤고, 이제 탄생할 새 정부는 '국민의 명령'에 따라 그 일을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 <오마이뉴스>는 대전촛불집회에 참석했던 시민들을 대상으로 우리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청산해야 할 과제에 대한 생각을 듣는 '릴레이인터뷰-적폐청산 그리고 미래'를 진행한다. [편집자말]
2016년 11월 12일. 100만의 촛불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인 100만의 촛불은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 1년 전, 2015년 11월 14일, 1년 먼저 촛불을 들었던 이들이 있다. 그들 중에서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은 현재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에 있고,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1년여를 병상에 누워 계시던 백남기 어르신은 2016년 9월 25일 끝내 돌아가시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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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농민 대전 시민 분향소 사진 백남기 농민의 국가폭력에 의한 죽음은 촛불항쟁의 큰 도화선이었다. 하지만 아직 그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유족들은 '병사'가 적힌 사망진단서로 사망신고를 할 수 없다며 아직도 그의 사망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 김병준


당시 촛불 광장에 나온 이들이 가장 많이 외친 구호 중에 하나가 '세월호 진상규명'과 '백남기 농민 특검'이었다. 세월호는 인양되었지만, 아직 미수습자에 대한 수습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고, 진상규명 또한 멀게만 보인다.

실제 백남기 농민 죽음에 대한 진상은 전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모두가 기억하지만 잊고 있는 듯했던 백남기 농민. 여전히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치며 투쟁하는 이들이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 장명진 의장을 만나 백남기 농민 진상규명과 농촌의 현실에 대해 들어보았다.

"아직 유가족들은 사망신고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여. 사망진단서에 '병사'라고 적혀 있는데, 이걸 가지고 사망신고를 할 수 없다는 게 유족들 입장인 거지. 명백한 '외인사'이고,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고통 받으시다 돌아가셨는데 이걸 '병사'라고 표현하고 있으니, 그래서 전농이나 가톨릭농민회에서 지금도 1인시위하고, 기자회견하고, 투쟁하고 있는데 정치권들에서는 관심도 없는 것 같으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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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 장명진 의장 아산의 비닐하우스 안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 김병준


백남기 농민이 국가폭력에 쓰러진 지 500일 이상이 훌쩍 지났다. 그 사이 박근혜는 파면·구속되었고, 국정농단 세력들의 상당수는 구속되어 감옥에 있다. 하지만, 백남기 농민을 물대포로 가격한 이와 이를 지시한 자, 그리고 이를 방조한 자들은 아직 처벌받지 않고 제대로된 수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농민들과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및 살인정권규탄 투쟁본부'가 지속적으로 기자회견과 1인시위 등을 통해 이를 알리려고 하지만,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에서는 조금 멀어져 있다.

"유가족들은 사망신고서가 다시 나올 때까지 사망신고 안하겠다고 하고 있는 거여. 억울하게 돌아가신 상황도 있지만, 이렇게 그냥 아무런 진상규명도 없이 보내드릴 수도 없다는 거지. 가족들에게도 진짜 못할 짓 하고 있는 거야. 박근혜 정부가. 대선 후보들한테도 계속 요구하는데 반응이 없는 상황이고."

백남기 농민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그의 표정이 어둡다. 1년 먼저 촛불을 들고 정당한 요구를 외쳤을 뿐인데, 국가폭력에 희생 당한 채, 아직 그 어떤 대책도, 진상규명도, 사과도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힘든 듯하다. 박근혜 퇴진 투쟁이 그 어떤 정치권도, 권력자도 아닌 국민들의 힘으로 이루어졌듯이 백남기 어르신 진상규명도 국민의 힘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미 농민들은 저들의 인식에 없는 것 같은 상황이야. 대선후보들도 제대로 된 농민 공약도 없는 것 같고, 김선동 후보 정도가 공약을 내놓았는데 힘이 없고. 다들 쌀값 보장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지금 쌀값이 30년 전 쌀값이거든. 그렇게 해서 누가 살 수 있겠어. 농민들을 살릴 생각이 없는 거지."


비어가는 농촌, 고령화되어 가는 농촌에 대한 대안을 물으니 현실에 대한 비판이 먼저 돌아온다. 촛불대선이라고 불러야 마땅할 조기대선에 그 어떤 후보도 제대로 된 농민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촌을 살리기 위한 대책이라기 보다는 현상유지 혹은 생색내기 공약이라는게 그의 해석이다.

"지금 농촌을 살리기 위한 가장 좋은 대책은 무분별한 수입 개방 중단이지. 농사 지어서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게 하는 것. (무역 문제 등으로 인해) 그것이 안 된다면 최저생계비 비슷하게 직불제를 통해 농민들의 수입을 일정 정도 보장해 주는 거지. 그런 방법이 아니면 한국농업은 망하기 일보 직전이라서... 대안이 별로 없어."


대안을 물어보니 '직불금' 형태의 농민 수입 보장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농민의 이익을 위해 농산품의 가격을 올리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없으므로, 정부에서 농민들에게 일정 정도의 수입을 보장해주는 방식을 통해 농민의 생계를 보장하고, 생산을 담보하는 형태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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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주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 '토종종자' 식량주권 뿐 아니라, 종자주권도 중요하다며 그는 여러가지 작물들의 토종 종자를 찾아 키우고 있었다. ⓒ 김병준


"지금 현재 우리 식량자급률이 쌀 포함 22~23% 정도인데 이게 거의 세계 꼴찌 수준이야. 기아에 허덕이는 나라들도 대부분 식량 자급률이 70%가 넘는데, 나머지 30%를 수입할 돈이 없는 거지. 자급률이 낮은 건 아니거든. 근데 우리나라는 거의 70~80%를 수입에 의존하는 거지. 위기가 오면 정말 심각한 상황이 오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지."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국가들보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낮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다. 실제 식량자급률은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이고, 국제적인 식량위기 상황에서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전문가 집단의 주장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명박근혜 정부 9년 동안 농업정책은 전혀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상황이다.

"실제로 독일 농업 예산의 70~80% 정도가 직불금이야. 농산품의 가격도 적정하게 유지할 수 있고, 농사의 수입도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보전할 수 있기 때문에 직불금 제도 등을 통해서 수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거지. 그래야 농사짓는 사람들도 살아갈 수 있는 거고."

현재 쌀직불금제를 통해 변동되는 금액의 일부를 농가에 직접 보전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 실효설에 대하여 의문이 많은 상황이다. 직불금 확대를 통한 안정적 수입 보장이 농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제일 중요한 정책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지금 같은 상황이면 한국농업은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 농촌에 계시는 분들, 대부분이 70, 80대인데, 한 10년 지나고 나면 농촌에 더 이상 사람이 없는거지. 당장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여. '귀농'보다는 '귀향' 같은 실질적인 정책들."

어릴 적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지었던 세대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이 농업을 살리는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귀농'의 경우, 농촌문화에 대한 적응 문제, 특용작물등에 집중된 귀농 교육문제, 농가수입이 적은 상황에서 잘못된 정보로 인해 실패하는 문제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기에, 보다 많은 정보를 이미 알고 있는 '귀향' 정책 등을 통하여 친밀한 고향으로 돌아가는 정책이 더 우수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번 촛불대선이 좋은 기회가 되어야 하는데, 아직은 그런 기미가 적어 보여서 문제지. 이제 더 노력해야겠지. 촛불에 함께 한 모든 이들이. 우리의 삶의 터전이 바로 농촌인데, 농촌 없이 도시가 있을 수 있나. 그런 생각들 많이 하잖아. 이제. 함께 사는 세상. 노동자, 농민, 서민이 모두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 그게 촛불이 바란 세상 아니겠어. 허허."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시작된 촛불 항쟁은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농사를 짓는 우리의 농민형제들에게도 마찬가지 였다. 나 하나만 잘사는 세상이 아닌 다함께 잘사는 세상을 꿈꾸는 것. 그 안에는 노동자도, 농민도, 빈민도,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는 믿음이 있다. 이러한 믿음이 새로운 세상에서는 함께 살아가는, '연대'의 정신으로 밝게 빛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세상이 바로 촛불이 꿈꾼 세상일 것이다.
#백남기 #촛불 #농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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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통일,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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