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모르는' 20대? '뭘 좀 아는' 20대, 국범근을 만나다

20대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으로 뉴스를 만드는 사람

등록 2017.06.01 10:47수정 2017.06.0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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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국범근씨

국범근씨 ⓒ 국범근 제공


꽃은 향기로 말하고, 사람은 말에서 향기가 나야 한다. 말의 향기를 머금은 사람을 지난 5월 13일 서울 강동구 길동역에 위치한 카페에서 만났다. 남색 티셔츠에 흰색 반바지를 입고 카페 안으로 들어온다. "안녕하세요. 어디서 오셨어요?"라며 유쾌하게 인사하는 모습이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얼핏 보면 다른 대학생들과 비슷해 보이는 이 청년은 사실 '뭘 좀 아는 어린 남자'다.

바로 자신의 이니셜을 딴 '쥐픽쳐스'라는 1인 미디어 채널을 운영하는 21세 국범근 대표(성공회대 휴학)다. 자칭 '최고 존엄'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소개하는 당찬 모습은 전혀 얄밉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활동에 더욱 관심을 끌게 했다.

"우리 세대의 관점을 대변하는 뉴스가 없다. 물론 50대 아저씨들이 관심 가질 만한 뉴스는 많지만 20대가 직접 시사현안에 대해 밝히는 콘텐츠는 없었다."

그는 20대의 시선에서 '범근뉴스'를 만든다. 청년층이 주목할 만한 이슈를 자신만의 관점으로 풀어낸다.

처음 영상을 만들게 된 동기는 순전히 재미였다. 중학교 1학년 때 '28초 후'라는 좀비 영화 UCC를 제작하면서 관심이 생겼다. 자연스레 결과물인 영상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즐거워졌다. 고등학생 때부터는 뉴스를 만들어 SNS에 올리고 자신의 관점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시작했다. 움직이는 영상만큼 시청각을 이용해 자기 의견을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가 1인 미디어 채널을 만들게 된 배경이다.

"아저씨들이 보는 뉴스? 20대에겐 안 먹힌다"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뉴스인 만큼 이슈 선정 방식도 색다르다. 방송사의 뉴스나 신문 1면에 등장하는 보편적인 뉴스를 비평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설리 인스타그램 논란' '프로듀스 101 프로그램 비평' 등 젊은 세대가 가질 만한 뉴스를 새로운 뉴스가치로 부각시킨다. 이러한 노력으로 청년층의 많은 관심과 지지를 받고 있다. 그의 영상은 평균 8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그의 페이지는 7만 5천여 명의 사람이 구독한다.


20대의 관심사라고 해서 연예 이슈만을 선정하지는 않는다. 정치 현안과 같이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는 가벼운 학교생활 비유로 접근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최근에는 '이슈 먹방'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지난 4월 2일 광장시장에서 육회를 먹으며 '박사모가 성조기를 드는 이유'를 주제로 영상을 만들었다.

"정치나 사회 쟁점같이 무거울 수 있는 주제는 음식을 먹으면서 이야기한다. 딱딱한 이슈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같이 밥을 먹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 시각적으로 흥미도 끌 수 있다."


그는 이전 영상과 차별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계속해서 영상이 관심받을지 고민한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휴학 꼭 해보길 추천한다. 삶의 질이 높아진다."

대뜸 우스갯소리를 건네는 모습은 영락없는 20대였다. 하지만 그가 휴학한 이유는 평범하지 않았다.

"우리 청년들도 생각이 있는데 기성세대에 가려져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게 아쉬웠다. 내가 만든 뉴스를 시작으로 우리가 관심을 갖는 이슈에 대해 함께 소통하고 싶었다. 그래서 청년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이런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도저히 학업이랑 병행하기는 어려웠다. 무슨 일이 있어도 휴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전에 만든 영상의 댓글창을 보면서 이러한 결심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튜브에 '갑자기 생리가 터져 당황했던 순간'이라는 주제의 영상을 올린 적이 있다며 휴대폰을 보여줬다.

"음지에 머물러 있는 청소년의 성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 영상이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자신의 경험을 말하며 서로 소통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그때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낼 공간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청년들의 공론장을 형성하겠다는 것이 현재 목표다. 담론의 장을 이루어 피드백 구조를 지속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당차보이는 그에게도 고충은 있었다. 집에서 혼자 영상을 찍고 채널을 운영하다 보니 재정적으로 어려워졌다.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만들기 위해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메디아티'라는 미디어 스타트업 지원 회사에서 투자를 받고 사무실을 마련했다. 휴학한 그가 학교처럼 매일 가는 곳은 사무실이었다. 지원금으로 팀원도 모집해 함께 영상을 찍고 회의를 한다고 말했다. 밥도 시켜 먹었는지 사무실 모퉁이에는 빈 짜장면 그릇이 보였다.

"처음에는 카메라도 없어서 사진 전공하는 친구한테 빌려서 영상을 찍고 그랬다. 그런데 메디아티 같은 투자 지원 회사도 알게 되고 강연도 하면서 어느 정도 수익이 생겼다. 홈페이지도 만들 예정인데 그곳에 배너 광고도 하려고 한다."

커뮤니티를 통해 공론장을 만들고 수익도 올려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생각이다. 부모님께 용돈 한 푼 받지 않고 그의 역량만을 발휘해 수익을 창출하고 문제를 해결한 셈이다. 국범근 대표의 어머니는 처음에 아들이 미디어 채널을 운영한다는 사실이 달갑지 않았다. 뉴스를 만드는 것보다 대학 입시에 집중하길 바랐다. 하지만 적극적인 아들을 보면서 인정하게 됐고 지금은 마냥 기특하다고 전했다. 또래보다 한발 앞서 목표를 이루려 노력한 결과다.

"사람들이 내 영상에 '국범근은 이렇게 생각한다더라'며 댓글을 남기고 친구를 태그할 때 기분이 좋다. 내 관점을 친구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들이 주목하는 건 특정 주제가 아닌 그 주제에 대한 내 생각이다. 그래서 더욱 내 의견을 정확하고 당당하게 얘기하려고 노력한다."

영상 속에서 당차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듯 인터뷰 내내 그의 목소리는 당당했다. 실제 성격도 이렇게 당찬지 물었다. "영상만 보면 당당하고 말도 잘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안 그렇다. 남들이 말을 안 하면 먼저 말을 잘 못 걸기도 하고"라며 웃어 보였다. 생각보다 마음이 여리고 소심한 부분도 있어 조금은 내향적인 성격이라고 밝혔다.

SNS로 먼저 그를 알게 된 한 사람은 "당돌하실 줄 알았는데 직접 만나니까 생각보다 차분하고 조용해서 놀랐다"라고 얘기했다. 반대로 대학교 동기인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학우들은 "범근이가 1인 미디어 뉴스 제작도 하는지 몰랐다"라며 "우리에겐 그냥 편하고 거리낌 없는 친구"라고 소개했다. 카메라 앵글 안과 밖 사이에서 겉모습의 색깔이 카멜레온처럼 달라졌다. 앵글 속에선 힘 있고 다부진 입담으로 청년을 사로잡았지만, 일상 속 그는 얌전하고 차분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 성의의 표시로 쿠키를 건네자 웃으며 "저한테 처분하는 거 아니죠?"라고 재치 있게 받아친다. 인터뷰를 진행한 5호선 길동역 근처가 초행길이라고 말하니 지하철역까지 바래다주는 모습은 여느 또래 학생처럼 친근했다. 그는 이렇게 친근한 20대의 시선으로 '우리'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앞으로 국범근 대표가 만들 청년들의 공론장을 기대해 본다.
##국범근 ##쥐픽쳐스 ##20대뉴스 ##메디아티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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