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폭탄 vs. 문자행동, '18원 후원금'과 다를 바 없다

[게릴라칼럼] 과거와 달라진 국민의 정치참여 방식, 국민의 요구부터 성찰해야

등록 2017.06.05 12:33수정 2017.06.05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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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화나면 여러 가지 방법으로 행동합니다. SNS댓글, 문자. 시위 등등... 받는 사람은 이 모두 괴롭고 아픕니다. 그러나 댓글로 사람이 죽지는 않습니다. 무척 괴롭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그라지기 때문에 마음을 다스리며 시간을 보내면 이 또한 지나갑니다. 저 포함 경험이 있는 분들은 모두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번 사례는 원인제공자가 애써서 불씨를 키운 경우입니다. 본인이 말 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지 못할 일들을 언론을 향해 본인이 계속 외치니 문자를 보낸 당사자들은 더 과격해 집니다. 정치인은 투표권을 가진 국민을 이길 수 없습니다. 협박이나 악성 문자는 고소하시고 잠시 숨죽이고 성찰하며 지내보시지요. 이 또한 곧 지나갑니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2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은 글이다. 손 의원은 이 글 중 "댓글로 사람이 죽지는 않습니다"란 문장이 제목으로 기사화되자 재차 "죽을만큼 괴롭기는 합니다"라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손 의원은 앞서 논란이 된 '문자 폭탄' 대신 '문자 행동'이라는 표현으로 의미를 순화·격상시키자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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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 5월 29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반면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은 최근 야당 의원들에게 쏟아지는 '문자 폭탄' 세례에 대해 "특히 그 과정에서 욕설과 비하 그 다음에 또 협박까지 이루어지는 것은 그건 더 큰, 명백하게 형사범죄"라며 "문재인 정부한테 도움이 안 된다고 그렇게 생각한다"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같은 방송에 출연한 손 의원은 "왜 이 시간에 나한테 이렇게 문자가 몰리는가를 생각을 해 보고 그 이유에 대해서 본인이 반성을 해 봐야죠"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최근들어 문재인 정부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야기된 '문자폭탄'과 '문자행동' 사이, 이 논쟁은 유의미한 것일까. 또 이러한 '액션'들이 향후 확대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문자폭탄 vs. 문자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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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9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 한 야당 청문위원에게 항의 문자가 오고 있다. ⓒ 연합뉴스


"박사모라기보다는 지금 박사모는 또 박근혜 정부에 대한 그런 거였고. 어쨌든 이런 팬덤 현상이 반대편이나 혹은 비판 의견에 대해서 재갈을 물리는 그런 상황까지 가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1만 여 통의 문자를 받았다"는 이언주 의원은 욕설, 여성비하, 가족에 대한 협박 등을 포함해 그 중 "80~90%는 좀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법적조치를 가고 안 가고는 그 사람의 자유라고 저도 생각"한다면서도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제 누구 한 사람의 개인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더불어 이러한 '문자폭탄'이 (정치인들의)자기검열과 국회 견제기능의 부실, 학계를 포함한 언론의 자유 침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그 과정에서 "<한겨레신문>인가요. 그 쪽에 어떤 기자님이 당하신 것도 있고"라며 "언론에서도 언론의 자유가 또 침해되는, 그래서 한계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지난달 31일 국민의당은 '문자피해대책 태스크포스'(TF) 및 'SNS소통 TF'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경 원내대표도 1일 연일 쏟아지는 문자메시지에 대해 "당 법률지원단이 의원들이 받은 문자폭탄 사례를 취합하는 중"이라며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자유한국당은 국민의당, 바른정당에 야당 공동대응을 제안하기도 했다.

과연 이 야당 의원 개개인을 향한 일부 국민들의 '문자폭탄'은 법적대응까지 고려해야 할 '제거'와 '배제'의 대상일까. 아니면 일부 여당 지지자들의 정당한 의견표출일까. 이를 '문자행동'으로 명명하자는 손 의원의 의견을 더 들어볼 필요가 있다.

법적 조치-공동대응 고려하는 야당, 그게 최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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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지난 5월 3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다 로텐더홀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반대 피켓시위를 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람들이 이렇게 일어나서 이런 행동을 할 때, 물론 저도 거기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뭔가 이 분이 하시는 어떤 이야기나 행동이 사람들을 화나게 했다면 일단은 반성을 하고 그리고 나서 그 다음에 행동을 해야 하는 게 저는 맞다고 생각합니다."

손 의원은 같은 방송에서 정치인들의 '자기반성'과 '자기검열'을 먼저 요구했다. 같은 맥락에서 손 의원은 "정치하는 사람이라면 제가 보기에는 그 이유를 생각해야 돼요"라며 "연유"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다수 국민들이 왜, 어떤 요구를 담은 문자를 같은 시기에 대량으로 보내는가에 대한 성찰이 먼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미 일베 사이트에서 자신에게 폭언을 한 130여 명을 고소했다는 손 의원은 "무슨 그것을 공론화시키고 얘기를 할 상황이 아니죠, 당 입장에서 지지율도 그렇고"라며 "여러 가지 그 당에 대해서 본인들이 화가 난 게 있다면 먼저 반성을 하고 문제가 있는 것은 조용히 법적 조치하면 되는 겁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문자를 보내는 것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 제기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우 대표 역시 "단지 그 내용이 과도하게 비난한다거나 인신 모독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자제를 당부하는 듯한 부연을 덧붙였다.

'18원 후원금'을 떠올려 보시길

이러한 '문자폭탄'에 대한 반응들은 제각각일 수 있다. 작금의 야당들이 보여주고 있는 일부 '반대를 위한 반대'에 대응하는 정당한 유권자의 권리 행사라거나 그럼에도 일부 과하고 거친 표현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거나 하는 양극단으로 갈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좀 더 진화된 형태의 정치참여나 적극적 정치 소비 행태라는 쪽에 무게를 둬야 하지 않을까.

비교도 어렵지 않다. 당장 개개인이 포털 뉴스 댓글창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SNS에 개진하고 있는 기존의 양태들에서 문자라는 양식으로 전이된 것뿐이다. 그 반대편에 특정 국면에서 의원 개개인이나 정당에 쏟아졌던 '18원 후원금' 사례를 놓고 보면 이해가 쉽다. 작년 연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른바 '좌표'라 불리며 당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의원들 개개인의 번호가 공개되면서 문자폭탄과 '18원 후원금'이 답지했던 사례 말이다.

결과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매체나 플랫폼이 발전하고 있고, 유권자들이 자신들의 '정치효능감'을 높이기 위해 좀 더 적극적인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러는 사이, 작년 필리버스터와 4.13 총선 그리고 촛불정국과 조기대선까지 이어지면서 '문자폭탄'이란 새로운 '수단'이 나타났을 뿐이다.

더욱이 이러한 움직임은 이제 하나의 반복적인 패턴까지도 나타나고 있다. 포털 댓글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SNS을 포함한 집단의 공감대는 포털 실시간 검색과 온라인을 통한 기사화로 연결된다. 이후 일파만파 파장이 커지면서 문자폭탄(행동)으로까지 이어진다. 이것이 다시 온라인을 통해 회자된다. 현재처럼 포털에 종속된 매체환경에선 특히나 이러한 반복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문자폭탄과 같이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액션들'의 경우 그 타격점이 (정치인과 공인을 포함한) 기득권층, 부패한 권력 집단, 재벌이나 거대 기업과 같은 메이저에게는 최적화될 수 있다. 불매운동이 비근한 예다. 하지만 이러한 집단이 아닌 마이너, 소수, 약자, 오해 혹은 오인 받은 개인일 경우 애먼 피해자나 논란의 확대재생산도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 집단이 각기 제 맘대로 소비자, 유권자,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소환, 호명되기 때문이다.

작금의 '문자폭탄' 가운데서, 협박과 비하, 막말이 섞여 있을 수 있다. 그러한 '나쁜' 사례들은 법이라는 칼을 휘둘러서라도 걸러내는 것이 맞다. 야당들의 법적 고려도 거기까지여야 더 거대한 반발과 응징(?)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다.

대중과 유권자 사이, '조직'으로 연결돼 있지도 않거니와 단일하게 묶을 수도 없는 실체 없는 '국민'들이 진행 중인 이러한 '행동'들은 과거와 분명 다르다. 대규모 유세에나 동원되고 관건선거에나 휘둘리는 무지몽매한 국민들로 남을 수 없다는 적극적인 참여정치를 향한 동시대적 움직임 말이다. 그렇게, 2017년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이 바뀌고 있다.
#문자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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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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