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잠재규칙>.
Baidu/황매
중국에서는 이런 규칙을 잠재규칙(潜规则)이라고 합니다. 중국 바이두(한국 네이버·다음과 같은 포털)에서는 잠재규칙을 '법전에 쓰여 있지 않아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모든 사람이 알고 실제로 그렇게 지키는 규칙'이라고 소개합니다.
2000년대 초반 중국에서 '우스(吳思)'라는 언론인이 <숨겨진 규칙>(潜规则)이라는 책을 발표합니다. '우스'는 이 책에서 '숨겨진 규칙'을 '불법이라 떳떳이 드러내놓고 요구하지는 않지만 서로가 이 규칙을 잘 이해하고 당연시하는 행위준칙'이라고 정의합니다. 중국에서는 '숨겨진 규칙'을 '회색 규칙' 혹은 '잠재 규칙'이라고도 합니다.
책에 나오는 관리(공무원)와 관련된 숨겨진 규칙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구정, 단오, 추석 명절 그리고 관리와 관리 부인 생일에 주는 봉투를 '삼절양수'(三節兩壽)라 하고, 관리가 출장 오면 주는 봉투를 '정의'(程儀)라 하고, 관리에게 일 처리를 부탁할 때 주는 봉투를 '사비'(使費)라고 하고, 관리가 인허가를 내줄 때 주는 봉투를 '부비'(部費)라고 합니다.
'우스'의 <숨겨진 규칙> 책은 2005년 한국에서 <잠재규칙>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판됐습니다.
확실한 규칙다음에는 중국사람이 직장에서 봉급 외에 돈을 버는 방법을 알아보죠.
1980년 중국 정부는 부부가 결혼한 후 한 명의 자식만 낳아야 한다는 가족계획(計劃生育) 정책을 시행합니다. 그래서 1980년 이후 태어난 아이는 대부분 독자이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 한 명에게 모든 걸 투자합니다.
선천적으로 질병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신생아는 질병 유전자가 활성화되기 전에 치료하면 장애를 갖지 않게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신생아가 태어나면 한국에서는 국가가 6개 사항을 무료로 검사해주고, 중국에서도 5개 사항을 무료로 검사해줍니다. 현재 한국에는 50여 종류의 선천성 질병 유전자 검사 기술이 있고, 중국에는 30여 종류의 검사 기술이 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례를 하나 소개하고자 합니다. 3년 전 쯤 한 한국 병원이 중국 병원에 신생아 질병 유전자 검사 사업을 제안했습니다. 한국이 중국보다 20여 개 사항을 더 검사 할 수 있는 기술이 있으니, 중국 신생아 부모가 원하면, 먼저 중국에서 30여 개 사항을 검사 한 뒤 자료를 보내주면, 한국에서 추가로 20여 개 사항을 더 검사해준다는 사업 아이템이었죠.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사업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중국 업무 담당자가 사업 진행 조건으로, 유전자 검사 건당 커미션(수수료)을 원했습니다. 한국 업무 담당자도 당연히 그 정도는 예상하고 예상 이익의 일정 부분을 커미션으로 지급하려고 준비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중국 병원 업무 담당자가 제안하는 커미션 금액이 예상보다 훨씬 컸습니다. 그래서 한국 담당자가 중국 담당자에게 '이 정도 금액이면 당신 봉급보다 몇 배나 많아 충분하다, 커미션 금액을 낮춰 달라'고 했지만, 중국 담당자가 이를 거절했습니다.
중국 병원 담당자의 거절 사유는 이렇습니다. 업무 관련 부서 인원이 10명이고, 커미션이 생기면 직급별로 나누는 비율이 이미 정해져 있다면서 한국 측에서 제안한 커미션 금액이 본인 한 사람에게는 큰 금액일지 몰라도, 부서원 10명이 직급 분배 비율에 따라 나누면 푼돈이라며 더 이상 사업 진행이 어렵답니다.
다음은 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