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주요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공유자전거 풍경. 이제 중국에서 자전거는 소유물이 아니라 필요할 때 잠시 이용하는 공유물로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정수현
중국여행 중 가장 많이 눈에 띈 광고는 배우 박보검을 닮은 모델이 자전거를 타는 광고였습니다. 처음에는 '웬 자전거 선전을 이렇게 하나? 자전거가 이렇게 많은 홍보비를 들일 만한 제품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알고 보니 그것은 대표적인 공유자전거 업체의 광고였습니다. 90년대 초반 개혁개방 당시, 천안문 주변을 가득 메운 자전거 행렬은 중국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모습 중의 하나였습니다. 이제 다시 자전거는 변화한 중국의 새로운 이미지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바로 공유경제의 혁신적인 모델로 말입니다.
길가에 세워진 자전거를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잠금 해제하고, 본인이 타고 싶은 만큼 이용한 후 주차구역에 구애받지 않고 편한 곳에 세워놓고 다시 스마트폰으로 잠금 기능을 설정하면 끝. 1시간에 1위안 정도 밖에 안 되는 저렴한 비용을 바탕으로 공유자전거 수는 1천만대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GPS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성공적인 경영기법은 실리콘밸리와 서방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도시를 달리는 심플하고 화사한 색상의 자전거 행렬을 보며, 중국에서 자전거는 더 이상 소유물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잠시 빌려 쓰는 공유물로 자리매김 했음이 느껴졌습니다.
길을 걷다가 갑자기 뒤에서 쉬~익~ 하고 스쳐 지나가는 오토바이 소리에 놀란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오토바이의 접근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놀란 이유는, '무음' 때문이었습니다. 배달을 하거나 간단한 이동수단으로 쓰이는 소형 오토바이의 상당수가 전기로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전기로 움직이는 소리 없는 오토바이의 변신은 자전거만큼이나 신선한 변화였습니다.
식당과 상점, 심지어 노점상에서도 휴대폰으로 간단하게 결제하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미 중국에서는 SNS서비스를 통한 모바일 결제 이용자 숫자가 신용카드 이용자보다 훨씬 많다고 합니다. 종종 거리의 악사 중에는 바코드 인쇄물을 게시해놓고 모금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 중국에 보편화된 전자결제 시스템 수준을 짐작할 만 합니다.
유선전화를 건너뛰고 무선전화로, 휘발유 자동차를 건너뛰고 전기자동차로, 신용카드를 건너뛰고 모발일 결제로… 서구 선진국이 일반적으로 거쳐온 경제발전 단계를 생략한 중국의 이러한 성장을 두고 이어령 교수는 '캥거루 중국'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거리에서 만나는 중국의 변화는 빠르고 놀라운 것임에 틀림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