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죽는 경험'... 죽어라 일해도 가난한 사람들

학교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과 '임금 차별' 문제를 보며... 사회적 총파업을 응원한다

등록 2017.06.30 13:08수정 2017.06.3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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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장이 '총파업'을 앞두고 삭발한 가운데, 민주노총 경남본부이 지난 24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앞에서 연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노조할 권리, 약자들의 직접행동 2017 경남지역 비정규노동자 결의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윤성효


정권이 바뀌고 나니 봇물 터지듯 이곳 저곳에서 자기 아픔을 표현하는 목소리들이 터져나옵니다. 청와대 앞마당 풍경은 그래서 아름답고 서글펐습니다. 이제 누구에게나 열린, 청와대 앞 분수대 주변, 그곳을 즐기러 온 사람들 뒤로 1인시위로 자기 아픔을 알아 달라고 찾아온 사람들이 붐볐습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발표 덕일까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어느 때보다 많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비정규직도 정규직도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 부딪힘 속에서 6.30 민주노총 총파업이 다가왔습니다.

요즘 교사 커뮤니티에서는 꽤 뜨거운 논쟁을 발견합니다. 바로 '사회 정의란 무엇인가요?'에 관한 논쟁입니다. 한쪽에서는 공평함 그리고 질서라는 측면에서 정의를 이야기합니다. 정규직이 되기 위해 존재하는 제도적 절차.

한쪽에서는 열심히 노력하여 그 절차를 통과한 사람들, 그 절차를 힘들게 통과했기에 얻어낸 보장과 자격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 사회를 공평하고 질서 있게 유지하려면 그 절차에 따라 움직여야 하며, 비정규직을 아무런 절차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사회 질서를 무너트리는 일이라고 합니다.

또 한쪽에서는 인간의 존엄성과 연대를 이야기합니다. 노동자는 존엄하다는것, 모든 노동자는 좀 더 나은 근무환경과 근무 조건을 위해 투쟁할 권리가 있다고 합니다. 나아가 비정규직 노동자가 겪고 있는 차별과 멸시 그리고 고용불안은 영혼을 죽이는 일이라는 것, 노동자가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10명이 1000명 밥을 하고, 2명이 화장실 20개 청소하는 모습을 볼 때

두 가지 이야기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교사와 학생이 1000명이 넘는 학교에서 10명이 매일 밥을 해내는 모습을 볼 때, 5층 건물 두 곳의 복도와 계단 그리고 20개가 넘는 화장실 청소를 2명이 매일 기계도움 없이 손으로 쓸고 닦는 모습을 봐야할 때, 그런데 화장실 물 좀 잘 내려달라는 말을 학생들에게 직접 할 수 있는 권한은 교사에게만 있는 걸 볼 때, 가장 많이 땀을 흘리지만 시원하게 마음 편히 쉴 공간에 대해서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것을 볼 때, 무엇보다 그렇게 일하는데도 그들이 고용 불안과 임금 차별에 시달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생각합니다.


일한만큼 노력하는 만큼 무언가가 돌아온다는 중요한 질서가 이들에게는 왜 적용되지 않나요? 그 질서라는 것이 적용되는 범위가 대한민국에서는 왜 이렇게 좁아 보이나요?  좀 더 폭넓은 사람이 누리는 공평함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빈민여성 생존기를 그린 린다 티라노의 책 <핸드 투 마우스>에서는 이러한 구절이 나옵니다.

"일자리 없이 가난한 것보다 일하며 가난한 것이 훨씬 더 비참하다. 죽도록 일하고 노동시간을 늘려 달라 애걸하고 동전 한 푼도 헛되게 쓰지 않는데도 정기적으로 전기요금을 낼 수 없다면. 그것은 영혼이 죽는 경험이다."

영혼이 죽는 경험을 하는 사람이 줄어드는 질서가 만들어지는 대한민국을 꿈꿔봅니다. 6.30 총파업이 그런 질서를 환기하는 데 이바지하길 기원합니다.
#630총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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