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 '전폭 지지' 문무일, '정치 검사' 도려낼 것"

"온화·원칙·배려·꼼꼼" 일선 검사 평가 후해

등록 2017.07.05 05:13수정 2017.07.0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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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서울고검 도착한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가 4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 도착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고검 도착한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가 4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 도착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권우성


문재인 정부 첫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문무일 부산고등검찰청장에 대한 일선 검사들의 평가는 대체로 매우 후했다. "한없이 부드럽고 온화한 원칙주의자", "난폭하지 않은 특수검사" 등 호평을 받고 있는 그는 '촛불시민'들의 염원인 검찰개혁에 적임자일까.

우선, 총장에 취임한다고 했을 때 문 후보자가 끌고 가야 할 검찰 내부의 반응이 좋다. 여러 일선 검사들의 평가를 종합하면 다수의 후배 검사들이 문 후보자를 '믿고 따를' 준비가 돼 있다.

"난폭하지 않은 특수검사, 절제력 있고 사고 유연"

한 지방검찰청에 재직중인 A 부장검사는 문 후보자에 대해 "특수검사들이 난폭한 경우가 많은데 문 검사장은 난폭하다는 평가를 받은 적이 없고 절제력이 있는 검사다. 사고가 유연하다는 평가가 많다"고 전했다.

마찬가지로 지방검찰청에 재직중인 B 부장검사는 "한없이 부드럽고 온화하지만 검사로서의 업무와 관련해선 원칙을 저버린 적이 없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후배들에게 무조건 잘 하기만 하는 선배는 사건 맡았을 때 믿고 따르기가 어렵지만, 사건 처리에 있어서도 믿을 만한 분"이라고 덧붙였다. 한 지방검찰청의 C검사는 "대체적으로 '되실 분이 됐다'는 반응"이라며 "꼼꼼한 수사로 존경받는 분"이라고 전했다.

문 후보자는 지난 2015년 성완종 리스트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수사팀이 차려진 서울고등검찰청사로 출퇴근할 당시, 혼자 걸어서 청사로 나오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당시 상황에 대해 한 검사는 "당시 대전지검장으로 계시다가 갑자기 서울로 온 상황이어서 관용차 기사도 서울로 출장 온 상황이었다"며 "기사가 집에 갈 일이 있고 그러면 배려해서 아예 대전에 보내고 걸어 다니시곤 했다"고 전했다.

이들 검사의 평가를 종합하면, 인격적으로도 사건처리에 있어서도 문 후보자는 검찰 내 많은 후배들의 존경을 받고 있어서 조직을 안정시키는 역할에 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구상중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립, 검찰·경찰 수사권조정 등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문제나 검찰의 정치적 중립화를 이루는 문제와 후보자의 인격은 별개다.


"정치와 결탁한 '나쁜 힘'을 뺄 수 있을 것"

청와대가 문 후보자를 검찰총장 후보자로 염두에 두게 된 첫째 이유는 '정치검사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점으로 보인다. 문 후보자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정권보위나 야권을 겨냥한 수사에 앞장섰던 공안통과 기획통이 아닌 특수통으로 분류된다. 2015년 '성완종 리스트' 수사 결과가 친박 핵심에 대한 조사가 미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문 후보자가 정권의 발탁으로 '힘 있는' 보직을 맡은 적은 없었다. C 검사는 "조직 안정을 위한 적임자이자, 향후 어려운 사건이 많은데 진영논리에 휘둘리지 않으실 것 같다"고 예측했다.


문 후보자가 새 정부의 검찰개혁 의지를 공유하고 있는 점도 분명해 보인다. 문 후보자는 지명된 직후 부산고검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개혁에 대한 질문을 받고 "국민에게 도움이 되고 길게 봐서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노력하겠다"며 "검찰개혁 요구가 나온 배경이나 과정도 이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개혁을 바라는 국민 여러분의 심정도 이해할 수 있고 헤아릴 수 있다. 오로지 국민을 위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명시적으로 천명한 것은 아니지만 "길게 봐서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오로지 국민을 위하는 방향으로"라는 지향을 제시한 것은 검찰의 조직논리보다는 시민들의 검찰개혁 열망을 우선시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소위 '정치검사'를 조직에서 배제하는 일, 즉 정치권력에 밀착해 권력의 의지에 따라 수사하고 정치권력으로부터 승진과 '힘 있는' 자리를 보장받는 일부 검사들을 조직에서 도려내는 일도 문 후보자라면 별 무리가 없을 거란 전망도 나왔다.

B 부장검사는 "검찰 조직 내에서 정치와 결탁하는 '나쁜 힘'을 빼는 일도 자연스럽게 이룰 것"이라고 했고 A 부장검사는 "검찰 내 대다수가 소수의 '굴종 검사'들을 배제하는 걸 원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쉬운 과제"라고 내다봤다.

a 서울고검 도착한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가 4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 도착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고검 도착한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가 4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 도착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권우성


"너무 개혁적이어도 부작용, 그런 점에서 적임자"

하지만 검사들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검찰·경찰 수사권조정 등과 같이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제도개혁에 문 후보자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C 검사는 "총장의 기본 역할이 일선 검사들이 수사할 때 정치권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방패막이 되어주는 거라 본다"며 "너무 개혁적이어도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있는데, 그런 점에서 (문 후보자가) 조직을 안정시킬 적임자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A 부장검사는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것과 같은 제도적인 문제는 국회 등이 많이 논의할 것이라 검찰총장이 뭘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며 "사실 가장 중요한 게 검찰 내부 문화가 획일적 사고를 강요하는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고를 허용하고 검사 각자가 단독 관청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문 검사장이 유연한 사고를 지닌 분이어서 어느 정도 가능성도 있어 보이지만 너무 뿌리 깊은 문화라 과연 바꾸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무일 #검찰총장 #검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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