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 먼저? 합격 먼저? 고민하는 고등학생들에게

[상아탑 별곡 ⑧] 전공 선택과 대학 선택, 무엇이 우선일까?

등록 2017.07.18 20:18수정 2017.07.1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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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탐방 및 진로체험, 입학전형설명회가 동시에 열린 행사장 모습. ⓒ 박주현


'전공 선택 후 대학 진학' - A형
'대학 진학 후 전공 선택' - B형

지방 국립대학의 입학사정관 업무를 8년여 동안 수행하면서 만난 고3 학생들은 크게 두 부류다. 물론 대학진학을 앞둔 수험생들에 한해서다. 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앉아 입학전형과 진로진학에 관한 얘기를 주고받다 보면 본인의 결정과 부모의 결정, 교사의 결정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습들을 왕왕 목격하게 된다.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맞는 전공 학부(과)를 찾아 진학하겠다는 학생들은 본인의 의지가 비교적 강인한 편이다. 이 같은 부류의 학생이 제출한 학교생활기록부를 들여다보면 창의적 체험활동과 동아리활동 등 비교과 영역이 비교적 자기 주도적으로 탄탄하게 수행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맞지 않은 대학의 아무 학부(과)에나 일단 입학하여 전과나 부전공으로 최종 전공을 결정하겠다는 학생들도 있다. 이러한 부류의 학생은 어쩔 수 없는 처지에 떠밀려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전자의 경우에 비해 의지가 빈약한 경우가 더러 있다.

강요 또는 권유에 의한 진로결정... 안타깝다

문제는 대학의 간판을 중요시하는 부모님의 강요나, 한 명의 학생이라도 더 명문대학에 진학시키고 싶은 교사의 권유에 의해 진학을 결정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는 것. 이런 경우는 참 안타깝다. 수험생들의 진로선택과 결정에 관한 유형은 학교생활기록부나 자기소개서 등에서도 확연히 구별된다.

학생부 중심의 수시전형 원서접수가 불과 두 달여 남았다. 전공 선택과 대학 진학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고민이 깊어만 가고 있는 시기가 요즘이다.


그래서 수시모집을 앞두고 매년 이맘때(방학기간 이용) 실시하는 '고교생 초청 진로진학 컨설팅과 입학전형 설명회'를 올해는 '전공체험-학과탐방-입학전형설명회'에 연계해 입체적으로 실시해 보았다.

수험생들이 짊어지고 있는 진로선택과 대학결정의 무거운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한 방편으로 각 학부(과) 조교 및 학부(과)장들와 인근 다른 대학들의 입학사정관들까지 졸라 원스톱 대학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이다. 반응은 매우 좋았다.

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간 행사에 미리 참가신청을 받은 결과, 참가하겠다고 신청해 온 고교생과 교사, 학부모 등 총 1만여 명이 대학 캠퍼스에 몰렸다. 일일 전공체험을 하고 각 대학들에서 참석한 입학사정관들의 입학전형설명회와 대학의 학부(과)에서 참가한 교수, 조교 및 선배 학부생들의 열띤 학과 소개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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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소개를 듣기 위해 길게 늘어선 학생들. ⓒ 박주현


수험들의 쳐진 뒷모습도 안쓰러워

대학 총장이 일일 입학사정관으로 나서 직접 입학전형에 관한 설명을 하고,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니 수험생들은 입시부담은 까맣게 잊은 듯 당장은 즐겁고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학생들의 어깨는 여전히 축 쳐져 있었다. 무거운 짐을 다소나마 덜어주기 위한 행사를 다채롭게 마련했는데 돌아가는 수험생들의 쳐진 모습은 영 안쓰러울 정도였다.

더구나 학생들이 올해 처음으로 선발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의 의대와 치대, 수의대, 간호대 앞에 길게 늘어서 컨설팅을 받아보겠다고 끝까지 대기하다가 입학사정관의 말 한마디를 놓치지 않고 깨알처럼 적어가는 모습에선 미안한 감정이 들 정도였다. 정석적인 얘기를 하고도 밀려오는 죄책감 때문에 한동안 먹먹한 경우도 있다.

두 달 남은 기간에 교과성적과 비교과영역을 뒤집기란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돌아보니 자신의 적성과 활동 내역들, 결정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었다. 1학년 때부터 3학년 1학기까지의 거의 모든 활동내역(8월 말까지)의 학교생활기록부의 기재가 이제 마무리 단계에 들어갈 무렵인 상황에서 두 달 동안 앞선 학생들의 활동 내역을 따라잡기는 힘들다.

수학능력시험을 통해 정시로 가고 싶은 학과를 가는 방법도 있지만, 이 또한 만만치 않다. 재수 및 삼수생 등까지 가세한 정시 경쟁은 갈수록 더욱 치열하기 때문이다.

수험생, 정보력 매우 중요... 대학 홈페이지 활용해야

그러나 한 학생이 모두 여섯 개의 지원 카드를 쓸 수 있는 수시전형은 전국 국·공립 및 사립대학들의 전체 모집인원 중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정시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현역 고교생들 간의 수시 경쟁은 오히려 정시보다 치열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학과탐방 및 전공체험 행사에 참석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애간장이 타들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본인의 의지와 적성은 매우 중요하다. 가능하면 좀 더 일찍 진로를 결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지금 과거를 후회한다고 되돌릴 순 없다. 자신이 원하는 학부(과)를 조금 더 일찍 선택하는 것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 않고 무작정 남들이 선호하거나 부모의 강요에 의해 선택했다가는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들어 대학들은 복수전공제도와 전과제도 등을 활성화하고 있다. 따라서 대학 재학 중에 본인이 원하는 학부(과)로 전과하거나 부전공으로 수학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좀 더 일찍 캐치하는 정보력이 매우 중요하다.

각 대학의 홈페이지의 입학정보와 학부(과) 안내를 잘 활용하면 절반의 진로선택은 성공하리라 본다. 요는 대학 진학과 전공 선택도 정보와의 싸움이다. 조금 일찍 아는 정보와 그렇지 않고 뒤 늦은 정보의 가치는 수험생들에겐 매우 다른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대학진학 #학과탐방 #진로체험 #수시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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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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