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방문했던 통영 소반장 공방, 존치 길 찾아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지정안 가결 ... 문 대통령, 지난해 9월 9일 현장 찾기도

등록 2017.08.01 09:18수정 2017.08.0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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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개설로 철거 위기에 놓였던 통영 소반장 공방이 존치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이 등록문화재로 지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 근대분과가 국가무형문화재 제99호 소반 보유자 추용호(67) 장인의 공방에 대해 '등록문화재 지정안'을 원안 가결했다고 밝혔다.


공방은 추용호 장인의 집이자 작업실이다. 이 공방은 추 장인의 아버지(추웅동, 1973년 작고) 때부터 사용해 왔고, 100년도 넘는 집이다. 건물은 목조아연 지붕의 단층주택이다.

추 장인의 공방은 통영시 도천동에 있다. 통영시가 도천테마파크 옆 윤이상 선생 생가터를 지나는 왕복 2차선 도로 공사를 추진했고, 추 장인의 공방이 도로 부지에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이 도로는 총연장 177m로 일부 구간은 2015년에 마무리를 했고, 나머지 34m 구간이 지난해 말까지 완공할 예정이었으나 추 장인의 공방으로 중단되었다.

통영시는 지난해 공방 철거 통보를 했지만, 추 장인은 응하지 않았다. 법원은 통영시가 낸 강제집행을 받아들였고, 통영시는 지난해 6월 강제 수용 절차에 들어갔다.

통영시는 공방에 있던 작업 도구를 비롯한 물건을 옮기기도 했고, 입구에 '출입금지' 팻말을 붙여 놓기도 했다.


추용호 장인은 공방 앞에 천막을 치고 노숙해 오고 있다.

인간문화재 공방이 철거 위기에 놓이자 시민사회와 정치권도 보전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손혜원 국회의원과 정청래 전 의원, 통영 출신 전현희 의원 등이 현장을 찾아 대책을 논의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해 9월 9일 김경수·손혜원 의원 등과 함께 이곳을 찾아 추용호 장인을 만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통영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인사들은 '국가무형문화재 추용호 소반장 지키기 시민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거나 목소리를 냈다.

시민모임은 지난해 12월 성명을 통해 "굳이 직선 도로만을 고집하는 통영시의 독선이 상황을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우회도로 건설을 해야 하고, 전통 공방을 살리면서 도로공사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세계적 음악가 윤이상 선생의 생가 터도 살려야 마땅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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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99호 소반장 추용호 장인은 지난 5월 말부터 공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두 달 가까이 천막 생활하고 있다. ⓒ 이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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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인 2016년 9월 9일, 김경수.손혜원 국회의원 등과 함께 통영 소반장인 추용호 장인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 인터넷카페 노란우체통


이번에 문화재청 대변인실은 "추 장인의 공방이 조선시대 삼도수군통제영 때 민간 공방으로 원형이 남아 있는 건물이라는 점에서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등록문화재 지정안은 나선화 문화재청장이 직권으로 상정해 이루어졌다. 올해 7월 문화재보호법시행규칙에 "문화재청장이 보존 가치가 있는 문화재에 대해 직권으로 등록 조사와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되었고, 추 장인의 공방이 그 첫 사례가 된 것이다.

문화재청은 등록예고기간(30일 이상)을 거쳐 해당 지자체 등의 의견을 들은 뒤, 문화재위원회 등록심의를 거쳐 최종 지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등록문화재 지정이 결정되면 관보에 싣고, 문화재청은 보존이나 복원 등에 대해 해당 지자체에 통보하며, 예산 지원을 하게 된다.

통영시는 이 공방이 문화재로 지정이 되면 도시계획도로 개설 변경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1년 넘게 천막 생활을 해 온 추용호 장인은 그동안 소반을 만들지 못하고, 이수자 육성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용호 장인을 돕고 있는 이승민(통영라이더)씨는 "그동안 문화재청은 통영시와 여러 차례 협의를 거쳐 온 것으로 알고, 시행규칙에 따라 문화재청장이 직권으로 안건을 상정해 처리했으며, 절차를 밟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공방을 지키는 문제는 추용호 선생과 통영시의 자존심 대결이 아니고, 특히 누군가한테 특혜를 주는 것도 아니다"며 "보존 가치가 높은 문화유산을 지키고 활용해서, 통영시가 문화예술의 도시답게 가꾸자고 한 것"이라 했다.
#추용호 #문재인 #손혜원 #정청래 #전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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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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