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거부자 '무죄' 8월에만 7건... 더이상 '튀는 판결'이 아니다

등록 2017.08.15 11:32수정 2017.08.1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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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 들어서만 병역거부자 재판에서 부산지법 동부지원 4건의 무죄선고를 포함해 7건의 무죄선고가 있었다.


병역거부자 재판의 무죄선고가 2017년만 현재까지 25건이다. 꾸준히 이어지는 무죄 선고로 대법원 판례의 위엄과 무게감이 흔들리고 있다. 하급심의 무죄 판결문을 법률 문외한이 읽어 보아도, 상고심 판례가 해부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

이유는, 대법원이 2004년 판결의 논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하급심의 무죄 선고를 일관되게 기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교한 논리로 하급심 판결의 오류를 지적해서 법리적 승복을 하도록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동어반복의 판례복사로 무시만 하다가 법률해석의 백가쟁명에 이르게 된 것이다.

대법원의 묵묵부답이 논리의 부족인지, 위엄의 과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대응 때문에 하급심 판사들은 기존의 판례를 조목조목 열거하면서 판례를 변경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를 통한 법률재해석으로 큰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법적 안정성, 통일성은 구호일 뿐, 혼란만 가중시키고 사법 불신만 낳게 될 것이다.

문제는 향후 대법원이 전원합의체에서 현재와 같은 유죄를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헌법학자들에 의하면 그럼에도 하급심의 판사들은 승복을 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할 개연성이 높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인권옹호 의식의 신장으로 인한 무죄 논거가 끝없이 확장 해석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초에는 병역거부권 불인정을 국제인권규범의 한 개의 조항, 즉 사상 종교 양심의 자유위반으로만 결정했으나, 이제는 자의적 구금위반, 표현의 자유위반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UN인권이사회, 유럽인권재판소, 미주인권재판소 등 국제사법계는 이미 오래 전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범죄 행위로 처벌을 해서는 안 된다는 판례를 확립했고 유지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대법원의 유죄 논거는 '메이드 인 코리아'일 뿐, 글로벌 스탠다드가 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특히 각국의 최고 재판소 판결문은 번역되어 상호 교환되고 열람이 가능하다. 인권보호는 국가를 초월하는 보편타당의 명제이기에 한국만의 특수 상황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이것이 하급심 판사들이 결연하게 무죄를 선고하는 배경이다.


판사들이 과거에는 병역거부자들의 행위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지만, 더 정교해지고 있는 국제인권규범 적용에 근거한 국제적 판결 추세를 접하게 되면서 법관으로서의 양심의 소리와 일치하게 판결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튀는 판결'이 아니라, 당위성을 충족시키는 양심적 선고일 뿐이다. 병역거부자들이 병역면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의무 이행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대체복무 편입을 가능케 하는 무죄선고는 현실을 적극 반영한 법해석인 것이다. 법률상으로도, 현실론적으로도 무죄 선고는 두 필요조건을 충족시킨다.

이런 추세라면 수사 단계에서 무혐의나 기소유예 판정까지도 가능하다고 추측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무죄선고가 늘어날 경우, 그 당사자들을 고발한 병무청은 행정력을, 수사기관인 경찰과 검찰은 수사력을, 법원은 판결권의 낭비로 이어질 뿐이다. 병역거부 당사자들의 사회활동 제약으로 인한 손실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국가나 개인 모두에게 이득이 전혀 없다. 그래서 현재의 처벌 관행은 하루 속히 중지되어야 한다.

국방부는 신체검사신청서에 근거하여 병역거부의사가 예상되는 청년들에게는 입영통지서 발부를 연기시키고, 대체복무편입을 위한 정책 결단을 하루속히 집행해야 한다. 지금껏 해 왔듯이 차일피일 시간을 끌다가 유야무야시키려고 해서는 안 된다. 국방부가 2007년 대체복무편입을 공식 발표했지만, 정권이 바뀌기를 기다리다가 여론을 이유로 백지화시킨 전력이 있다.

국방부의 주특기임을 온 국민은 알고 있다. 부디 도덕성을 회복하기 바란다.

만약 대체복무편입이 확정된다면 국제규범은, 국방부나 병무청이 아닌 일반 행정부처가 판정을 하고 관리 감독을 하도록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순수 민간대체복무의 성격상 반드시 지켜져야 할 선결 사항이다. 그동안 국방부는 70년간 병역거부자의 징역형 처벌을 통해서 기피자 발생이 억제되었다고 정당성을 주장하지만, 반면에 사법부는 늦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오판을 자인하고 무죄선고로 미안함을 표하고 있다.

이제는 국방부 차례다. 기간이나 역종으로 또 다른 형태의 징벌적인 복무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병역기피자를 억제하기 위해서 병역거부자를 수단으로 하는 비인간적 정책은 버려야 한다.

국방다운 국방은 시민 각자가 자신에게 부과된 다양한 형태의 소임을 다했을 때 비로서 달성되는 것이다. 양심적 병역이행자는 군인으로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대체복무요원으로 각자의 역할을 다하도록 터를 제공하는 책무는 국가의 의무다. 병역거부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대체복무제를 마련하는 데 역량을 모아주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판결의 일관성, 통일성, 안정성 면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의 본질을 뚫어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양심적 병역거부 #자유권 위원회 #B규약 #UN인권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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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사회의 제반 문제거리들에 대한 해결책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그 이면 에 숨은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리고저.... 관심분야- 소수자의 인권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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