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는 다시 라다크 레를 향해 내리막길을 달렸고 호흡곤란 현상이 조금씩 사라졌다.
송성영
몇 장의 사진을 담아 낸 것으로 만족하고 다시 버스에 올랐다. 저만치 내리막길이 보인다. 버스가 내리막길을 따라 한 시간쯤 달릴 무렵 두통과 호흡 곤란 현상이 조금씩 사라져갔고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 히말라야의 험준한 산들은 어둠 속으로 하나 둘 묻혀가기 시작했다.
어둠 속으로 내달리기 시작한 버스 안은 마치 인도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흥겨운 노래판이 벌어졌다. 버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불러가며 팔을 높이 치켜세워 어깨춤까지 추고 있는 몇몇 인도 청년들은 운전기사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노래를 요구하기도 했다. 고산증으로 앞좌석에 머리를 기대고 있던 청년조차 이제 좀 살만한지 고개를 들고 멀뚱멀뚱 어둠을 둟고 달리는 버스 앞 유리창에 시선을 두고 있다. 흥겨운 노래 소리를 듣다가 깜박 잠들었던 나를 젊은 일본인 친구가 흔들어 깨웠다.
"헤이 친구, 나는 여기서 내립니다.""아, 다 왔나요?""아닙니다. 나만 내립니다. 당신은 이 버스 종점까지 가야 합니다."밤 10시가 넘어서고 있었고 불빛이 흘러나오는 작은 마을에서 버스가 멈춰 섰다. 일본인 청년 겐또가 '행운을 빈다'는 인사말을 남겨놓고 몇몇 인도 사람들과 함께 버스에서 내렸다. 버스는 다시 혼잡한 도시를 관통해 버스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레'의 터미널에 도착했다. 밤 11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마날리에서 부터 라다크 레 까지 475킬로미터에 이르는 고불고불한 산길을 따라 지프와 버스를 이용해 4천고지, 5천고지의 히말라야 산맥을 넘고 넘어 장장 22시간을 내달려 도착한 레는 밤 11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무거운 배낭을 들쳐 메고 버스에 내렸지만 하룻밤을 어디서 묵어야 할지,레에 대한 여행 정보가 전혀 없었다.
하루 종일 바나나 몇 개와 라면 한 그릇을 먹은 것이 전부였기에 배가 무척 고팠다. 하지만 먼저 숙소부터 찾아야 했다. 버스 기사에게 게스트하우스가 몰려 있는 곳을 알려달라고 하자 손짓을 한다. 버스기사가 손으로 가리킨 곳으로 무작정 걸었다. 두 갈래의 길이 나왔다. 어디로 가야 할까 망설이다가 흐릿하게 불빛이 새어 나오는 길을 택했는데 저만치 건물 안에서 누군가 불쑥 튀어 나와 길을 막았다.
"멈춰요."길을 묻기 위해 앞으로 다가갔더니 제복 입은 사내가 앞에 총 자세를 하고 다시 명령조로 말했다.
"멈춰요! 가까이 오지 마시오." "아, 죄송합니다." "돌아가세요." "게스트 하우스로 가려는데 이 길이 아닌 모양입니다.""저 쪽으로 가세요."갑자기 소총을 들이대는 바람에 당황스러워 총 든 사내가 경찰인지 군인인지 생각할 짬도 없었다. 또한 '저쪽으로 가라'했지만 그 저쪽이 어느 쪽인지 알수 없었다. 저 쪽이 어느 쪽인지 되묻다가는 낭패를 볼것 같아 총든 사내를 등지고 본래 왔던 두 갈래 길로 빠져 나왔다. 그 또다른 길로 들어서자 막다른 공터가 나왔다. 공터 주변에는 불빛 없는 허름한 집들이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그 움막집들 사이로 작은 골목이 어둠 속에 흐릿하게 보였다. 하지만 밤 11시가 넘은 이 시간에 차마 그 골목길을 통과할 자신이 없었다. 이번에는 칼을 든 누군가 툭 튀어 나올지 알수 없는 저 어둔 골목길을 용감무쌍하게 통과한들 게스트하우스 지역을 만날 보장도 없었다.
순수한 마음자리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라다크 사람들을 만날수 있을 거라는 설레임으로 도착한 신비의 땅, 라다크. 당장 숙소를 잡아야 하는데 두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배는 고프고, 대체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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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살리고 사람을 살릴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 적게 벌어 적게 먹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을 평생 화두로 삼고 있음. 수필집 '거봐,비우니까 채워지잖아' '촌놈, 쉼표를 찍다' '모두가 기적 같은 일' 인도여행기 '끈 풀린 개처럼 혼자서 가라' '여행자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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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증 견뎌내고 도착한 라다크, 내게 총을 들이댄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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