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희 "국정원 수사방해 지시한 정치세력 밝혀야"

[스팟인터뷰] '수사외압' 폭로했던 권은희 의원 "댓글사건 전모 지시·공모세력 밝혀야"

등록 2017.08.31 16:42수정 2017.08.3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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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1일 오후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직원 인터넷 불법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역삼동 한 오피스텔에서 수서경찰서 권은희 수사과장이 "문을 열어 달라"며 협조를 요청하고 있으나, 안에 있는 국정원 여직원이 문을 잠근 채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 권우성


"국가정보원(국정원) 댓글 사건 판결은 국정원 개혁의 필요성을 상징합니다. 법원은 어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정치·선거개입을 인정해 국민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국정원의 조직적·계획적인 정치개입은,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방해하게 했던 정치세력의 지시·공모세력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광주 광산구을, 원내수석부대표)의 차분한 목소리가 회의장에 울려퍼졌다. 권 의원은 31일 국회 원내정책회의에 참석해 "이번 판결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에 대한 수사의 당위성을 제공했다"며 "이 판결을 계기로 국정원 댓글 사건의 전모가 명명백백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재수사 필요성을 지적한 것이다.

권 의원에게 이번 '원세훈 국정원장 징역 4년' 판결의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2012년 12월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으로서 대선 투표일 직전 일어난 국정원 직원의 대선 개입 사건을 초기 수사했던 그는 이듬해인 2013년 4월 관련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수사 축소 지시·외압 의혹을 폭로했다. 그는 당시 "수사를 진행하면서 분명히 부당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당시 관련기사 보기).

권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대선개입 사건은) 국가 권력을 이용한 범죄였다. '징역 4년'이라는 양형이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큰 틀에서는 올바른 판단이었다고 본다"면서 "(김 전 청장과 관련해)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부분에서 재수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1월 대법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청장에 대해 "특정 후보자를 지지·반대하려는 의도였다는 주장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며 최종 무죄를 확정한 바 있다(관련 기사: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은폐 혐의' 김용판 무죄 확정 http://omn.kr/bj0t)

권 의원은 관련해 "이번 판결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 저는 많은 말을 안 보태도 될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한 정부 기관의 장(長)이 그런(대선개입) 행동을 했다면, 그 뒤에 정치 권력이 이를 움직였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권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국가 권력 이용한 범죄... 양형 불충분했다"


- 30일 국정원 댓글 사건 판결을 보고 무엇을 느꼈나.
"일단은 증거능력 부분이, (당사자가) 부인했던 대로 대부분 판결에서 인정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형태의 댓글 활동이 더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이번 판결이) 향후 수사에서 제약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염려스러웠다. 다만 현재까지 밝혀진 증거·사실 관계를 전제로 올바른 판단이 이뤄졌다고 생각해, 큰 틀에선 법원 판결을 환영한다.

다만 형량(징역 4년)은 부족하다고 봤다. 이건 사회의 근본 질서에 대한 부분이고, 특히 국가 권력을 이용한 범죄였기 때문에 양형이 충분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 과거 수사과장 당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 관련 외압을 폭로한 바 있다.
"그렇다. 말했듯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 중 밝혀야 할 부분이 남아있고, 앞서 검찰에서도 비슷한 일(수사 관련 윗선 외압)이 일어났지 않나. 이런 부분들을 포함해 꼭 사건의 전모가 다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판결로 인해 그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본다."

- 2012년 대선을 3일 앞두고 '댓글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요지의 중간수사 결과발표도 있었다. 나중에 관련해 "대선에 영향을 끼치려는 무리한 시도였다"고 말했는데.
"저는 여전히 그렇게 보고 있다. 당시 중간수사의 발표 시기나 방식, 발표 내용, 발표 절차 등 모든 게 다 정상적이지 않았던 발표였다. 그렇게 정상적이지 않은 발표에 관련해서는, 그런 의도에 대해 충분히 의심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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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법정 향하는 원세훈 국정원법 위반 공직선거법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 당시 김용판 경찰청장의 외압을 어떤 식으로 느꼈는지.
"당시 저는 (수사) 처음부터 일련의 과정 과정마다, 수사를 진행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있어서 단계마다 어려움을 느꼈다. 그러나 불거진 상황에 대해서 (정확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일단 대법원 확정판결이 났는데, 이제 밝혀지지 않은 부분, 새로운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서 새 증거가 나온다면 재심이 나올 수 있을 거라고 본다."

- 김용판 전 청장은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다.
"말씀드렸듯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그런 대법원 선고(무죄)가 나왔다. 그러나 당시 증거가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애초 수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제 이번 판결로 인해, 당시 수사가 제대로 안 됐던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가 더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된다. 그를 통해 새 증거를 확보한다면 그걸로 재심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당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이유가 뭐라고 보나.
"앞서 당시는 원세훈 국정원장의 선거 개입 인지 여부도 제대로 판단조차 하지 못했었다. 그렇다 보니, 국정원이 그런(대선 개입) 행동을 하도록 만들었던 권력이나 정치세력의 영향력에 대한 수사는 당연히 더 어렵지 않았겠나. 그런 수사까지 나아갈 수 없었던 게 시대적인 상황이었다고 본다."

- 국정원 관련 수사를 방해한 정치세력이 따로 있다고 보는 건지.
"어떤 한 정부 기관의 장(長)이 그런 행동을 했다면, 그 뒤에 관련한 정치 권력이 이를 움직였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관련 기사]
사직서 낸 권은희 "김용판 2심 증인 나선 뒤 고민했다"  http://omn.kr/8kp1
김용판 판결문에 언급조차 안 된 이름 '권은희' http://omn.kr/bjfr
끝나지 않은 국정원 사건... 권은희 재판 시작 http://omn.kr/fiij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원 댓글사건 #국정원 권은희 #권은희 국민의당 #권은희 수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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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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