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인 복지, 인정받지 못한 인간의 존엄성

등록 2017.09.04 10:44수정 2017.09.0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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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언론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 100일 기념 대국민 보고를 방영했다. 여기저기에서 조심스럽게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와 기대가 어우러져 회자되고 있다. 물론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는 약속처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SNS를 통해 국민과 소통을 하고 있다. 75만7198명의 팔로우가 말해주듯이 하루에도 많게는 10만 명이상의 방문자 수를 보인다.

문 대통령의 페이스북에는 수많은 댓글이 올라오는데, 유독 많이 눈에 띄는 단어가 있다. '인간성 상실의 시대에 인간성의 회복' '인간에 대한 존중' '존엄성 회복'이란 단어들이다. 어쩌면 극히 상식적인 단어들이다. 박근혜 정부의 지독한 불통의 시대에서 소통의 시대로의 개막에서 사람들은 그동안 쌓였던 답답함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7시간 동안 방기한 국가원수로서의 책임보다 그 후 대응에 좀 더 큰 책임을 느껴야 하며, 이것은 정치적·법적 책임을 떠난 인간의 존엄성과 관련된 문제라는 지적이다. 인간성이 상실되었기에 인간에 대한 존중, 존엄성이 없었기에 세월호 사고가 참사로 커진 이유라는 것이다. 그동안 인정받지 못했던 단어들'인간의 존엄', '인간 존중'이라는 단어들을 문대통령에게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존엄이 지켜지는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모든 국민들이 안전한 일터에서 일할 수 있고, 자신의 일터에서 존중받으며 좋은 정치 공정한 나라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존엄이 무엇이기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위해 생명을 잃었을까? 박종철의 죽음으로 이루고자 했던 것도,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집회도 바로 인간으로써의 가치 즉,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이처럼 중요한 인간의 존엄성은 사회복지의 근간이 되는 말이기도 하다.

사회학자 프리들랜더(W. Friedlander)가 말했듯이 인간의 존엄성은 사회복지의 네 가지 기본가치(인간의 존엄성, 자기결정권, 평등 및 기회균등 그리고 사회적 연대) 중 하나로 모든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갖는다는 것으로서 사회복지의 가장 근간이 되는 가치이다.

이를 테면, 인종이나 성, 사회경제적 지위, 신체조건 등에 의해 차별되지 않아야 한다(헌법 제 10조)를 들 수 있겠다. 다시 말해 우리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지니고 있는 고유한 본성에 따라 그 존엄성을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 바로 자연법적 논증 방법이다.


70억의 인구가 함께 사는 오늘날 아직도 인간 존엄성이 무시되거나 기본적 인권이 유린되는 곳이 있다. 한국사회 역시 예외는 아니다.'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회자되고 있을 정도로 죽음의 문화에 깊숙이, 광범위하게 침식되고 있고, 노동의 가치는 땅바닥에 뒹굴고, 수많은 임금 생활자는 저임금과 과잉노동,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과 임금 차별에 신음하고 있다. 또한 지속되는 저출산, 고령화, 보육과 교육, 그리고 의료 문제 등에서 문재인 정부는 이에 대해 더욱 강화된 복지 공약을 추진할 것으로 발표했다.

기초연금 등에 연간 24조 원 투입,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0∼5세 어린이 양육자에게 매달 10만 원 지급, 고교 무상교육, 대학생 반값 등록금, 육아휴직 확대, 노인일자리 임금 2배 인상, 청년구직 촉진수당 및 최저임금 보장제, 비정규직 고용 부담금제 도입 등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과감한 재정 투입을 약속하는 등 복지 국가로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재정 소요액과 조달 방안이 명확하지 않아 그 실현성 검증에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복지선진국이라 불리는 영국, 독일, 스웨덴 등은 어떠하며, 국가는 재정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왔을까. 전 생애에 걸친 복지제도를 확립한 베버리지 보고서의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잘 실현하고 있다는 스웨덴에서는 국민들이 누구나 조건 없이 복지 혜택을 받는다는 것에 있다. 대신 일반적인 국민은 30∼40% 고소득자는 50∼60% 정도의 세금을 낸다. 하지만 그만큼 노후에 대한 복지나 아동복지가 잘 되어 있기에 내부에 대한 불안감이 없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국가와 국민들 간의 신뢰가 바탕에 있다고 하겠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이 자신의 수입의 많은 부분을 정부에 믿고 맡기는 것이다. 이 제도가 한국에서는 실현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그럼에도 우리가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은 광장을 환히 밝혔던 촛불의 간절함을 가슴에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성장담론에 휘둘려 나를 버리고 열심히 앞만 바라보고 살아온 국민들은 이제 인간답게 살 권리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고통에서 시작된 간절함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어쩌면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상식인 인간의 존엄성 회복은 정부와 국민들 서로에 대한 신뢰와 연대에 대한 인식부터 다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복지 #문재인정부 #인간의 존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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