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점검으로 방문한 의령군의 한 초등학교 주변. 스쿨존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서 있다.
김용만
4. 위험성을 개선하기 위해 보행자를 위한 시설이 지속적으로 개선·보완돼야 합니다. 색이 바랜 횡단보도, 어린이 보호구역 글씨가 보이지 않는 차도, 잘 보이지 않는 어린이 보호구역 안내 표지판, 잔여시간 표시기가 없는 횡단보도, 높이는 없고 색만 칠해진 과속방지턱, 노란색 두줄(주정차 금지구역)이 그어진 차도의 불법주정차 차량들, 인도가 없는 통학로, 차량 위주의 교통체계 등 모두 열거하기도 어렵습니다. 보행자를 중심으로 두는 정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5. 스쿨존의 범위가 너무 좁습니다. 현행법상 스쿨존은 '주 출입문으로부터 300m이고, 500m까지 확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500m까지 확대 가능하다는 것은 개정된 내용인데, 저는 스쿨존의 범위가 500m인 곳을 단 한 군데도 보지 못했습니다. 대부분은 주 출입문으로부터 300m입니다.
큰 학교의 경우 교문이 한 군데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측문·후문 등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법이 '주출입문'으로 명시돼 있기에 후문 쪽은 스쿨존이 아닌 곳이 상당히 많습니다. 많은 아이들은 후문으로 다닌다고 해도, 정문으로부터 300m 범위를 벗어나기에 후문 쪽은 아예 '스쿨존 해제' 표지판이 있는 곳도 많았습니다. 저는 스쿨존의 법적 범위가 학교 자체를 중심으로 500m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스쿨존은 '딱' 학교 담벼락부터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학교 담벼락에서 살지 않습니다.
방치된 아이들의 안전... 원인은 '어른들의 얌체의식'스쿨존을 답사하면서 화가 많이 났습니다. 아이들의 안전이 이렇게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이, 어른으로서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한 곳 한 곳 꼼꼼히 살폈습니다. 제가 만든 보고서는 사실 간략한 설명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블로그(
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에 이미 올라와 있습니다.
경남지역의 대도시, 소도시, 시골, 도심, 구심 등 사례별로 골고루 학교를 점검했습니다. 경남 뿐 아니라 타 지역에서도 형식적인, 시설물 위주의 스쿨존 점검이 아니라 그 학교의 교통환경에 따른 맞춤별 점검을 하면 좋겠습니다. 시설이 아무리 완벽히 갖춰진다고 해도, 과속과 불법주정차에 대한 단속이 이뤄지지 않으면 아이들은 여전히 위험에 노출됩니다.
경남 150여 개의 스쿨존을 돌아본 후 내린 결론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교통사고가 나지 않는 것은 운이 좋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아이들의 안전을 운에 맡기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이 충분히 인도만 걷고, 신호만 잘 지키면 사고가 나지 않아야 합니다. 그것이 정상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스쿨존은 아이들이 아무리 신호를 잘 지키고, 달리지 않고, 앞만 잘 보고 걸어도 사고가 날 수 있는 환경입니다. 운전자들의 과속과 조금이라도 덜 걷기 위해 불법 주정차한 어른들의 '얌체 의식'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