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양이 도서 중 가장 많이 팔린 책
심선화
도서 총판에서 신간과 재입고 도서를 포함해 27권의 도서를 주문했다. 신간은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도서들 중 동물과 관련한 책을 선별하여 주문했고, 재입고 도서를 포함하니 주문총액이 26만 원대가 나왔다.
물론 100% 선결제고 안 팔리는 책의 반품은 없다. 내가 운영하는 동반북스는 도서판매 후 금액을 정산해주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선결제와 재고의 부담을 안고 우선 도서를 들여놓는다. 또 동반북스는 독립출판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책방도 아니고 독립출판물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기 때문에 이때도 선결제다.
한 달에 책을 팔아 순이익이 26만 원이 나오지 않는데 이만큼을 주문했다니 도대체 뭐 하는 짓인가 싶다.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신간과 재고를 채워야 한다는 생각에 주문을 했지만, 책도 많이 안 팔리는데 왜 또 책 주문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던 중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로 하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누군가는 그깟 26만 원이 푼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영세 책방 주인에게 26만 원은 한 달에 책 80~90권 가량을 팔고 입고 가를 제한 후 손에 쥐어지는 금액이다. 온라인 서점부터 시작했으니 서점 운영 9개월 차 그동안의 판매 데이터를 체크해 보면 잘 팔리는 책은 정해져 있다.
첫째, 고양이 관련 책, 둘째, 유명인사가 쓴 책, 셋째, 글이 적거나 그림이 많은 책 이렇게 3가지 경우다. 서점에서 잘 팔리는 책을 알았으니 이제 이와 비슷한 책만 가져다 놓으면 적어도 책에 먼지가 쌓이는 수모는 덜 수 있다. 하지만 잘 팔리는 책으로만 책방을 채울 수는 없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반려동물 분야의 책을 대충 살펴보자. 반려동물을 들이기 전 가이드가 되어 줄 만한 책, 개와 고양이의 건강과 상식에 관한 책, 반려동물과의 소중한 추억을 써 내려간 시/에세이, 짜임새 있는 스토리로 채워진 소설, 사진집과 그림책도 있고 음식, 자수, 그림 그리기 등 취미실용 책들도 있다.
동물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다룬 동물권리와 동물복지 관련 책들도 있다. 이 정도면 도서 분야 전반에 걸쳐 반려동물 책이 나오고 있다고 봐도 되겠다. 이 책들이 모두 고양이 관련 책, 유명인사가 쓴 책, 글이 적거나 그림이 많아 잘 팔리는 책이면 좋으련만 꼭 그렇지는 않다.
책을 고르다 보면 분명 좋은 책인데 왠지 잘 안 팔릴 것 같은 예감이 들 때도 있다. 책의 내용이 슬프거나 무거우면 더욱 그렇다. 그래도 일단 주문은 한다. '그래도 책방에 있어야 할 책이야'라는 믿음에서다. 책을 파는 입장에서 다양한 책들로 책방을 채우려다 보니 당연히 주문권수는 많아질 수밖에 없다.